2년에 한 번씩 직장 건강검진을 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이게 의무사항이다.
보통 출생연도와 홀짝이 같은 해에 실시한다.
연말에는 수많은 직장인이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많은 병원이 밀리기에 일찍이 1월에 병원에 입원하여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포함하여 건강검진을 하였다.
건강검진 전날 저녁에 미리 입원하여 대장내시경을 위한 약을 먹고 금식을 하며 내일을 준비하였다.
난 특히 비위가 약하여 대장내시경 약 먹기가 너무 힘들다.
밤새 가루를 탄 물약을 수없이 나눠 먹었던 것 같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다음 날 아침 1번으로 내시경실에 입장한다.
마취제를 투여한 덕인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더니 내시경이 끝나고 회복실에 누워 있더라.
몽롱한 정신을 뒤로하고 진료실에 들어가 내시경 결과를 들었다.
보통은 “별 이상 없네요.” 하고 나오던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의사가 사진을 자세히 보여준다.
직장 부근에 볼록한 뭔가가 있다고...
볼록 튀어나온 용종이면 검사 중 떼어냈을 텐데 그게 아니란다.
장내에 묻혀있는 형태란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직장 유암종’으로 의심이 된단다.
장내에 묻혀있어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1cm 정도 돼 보인단다.
어이쿠야.
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의사가 말한 단어의 “암”자만 크게 들렸다.
나머지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
한동안 멍~ 하다가, “그럼 어떻해야 하나요?”했더니.
출혈 위험이 있어 대학병원 이상의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하라고 한다.
진료실을 나오며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하늘이 다 노랬다.
부모님과 상의하니 너무 걱정 말라신다.
어떤 부모여도 다 그럴 것 같다.
나 역시도 부모이기에...
주위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큰 병원에 예약을 넣었다.
여기서 내 친구 정현이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덕분에 큰 병원 예약 날짜를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날 참 많이도 위로해주었다.
걱정 말라고...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별거 아니라고... 크기도 작아 수술도 아니라고 등등.
거짓말 같은 그 말에 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2주 후 서울에 있는 병원을 방문하여 전 자료를 바탕으로 진료를 받았다.
직장 유암종이 맞단다.
크기는 알 수 없고 일정을 잡아 병원에 입원하여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단다.
혹시나 했던 나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내가 마음이 힘들 때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고 바쁜데도 휴가를 내어 동행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아무리 빨라도 10월 초에서야 수술 날짜가 잡혔다.
금방 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가.
달력을 보니 추석 명절 다음 날이었다.
아~ 이번 추석은 참 암울하겠구나...
그러면서 9개월이 흘렀다.
현재의 바쁜 생활을 보내면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망각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힘들까?
시간이 흐르니 암울했던 기분도 나아지고, 난 매일매일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실은... 잊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잊고 싶었는지도...
추석을 앞둔 9월 말, 병원에서 문자가 한통 날라왔다.
입원 안내 및 식단 조절 안내 문자였다.
이 문자 한통에 1월의 그때가 떠오르며 숨이 가빠왔다.
‘아 곧 수술을 앞두고 있구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식단 조절 때문에 추석 명절 내내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다.
맘 편하게 명절을 즐길 수 없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수술에 대한 걱정이 컸다.
#건강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