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발자국 비유의 긴 경 (M28) Mahā-hatthipadopama-sutta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타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사리뿟따 존자가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불렀다.
그 비구들은 “도반이시여.”라고 사리뿟따 존자에게 대답했다.
사리뿟따 존자는 이렇게 설했다.
2. “도반들이여, 예를 들면 움직이는 생명들의 발자국은 그 어떤 것이든 모두 코끼리 발자국 안에 놓이고,
또한 코끼리 발자국이야 말로 그들 가운데 최상이라고 불리나니 그것은 큰 치수 때문입니다.
도반들이여, 유익한 법[善法]은 그 어떤 것이든
모두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에 내포됩니다.
무엇이 넷인가요?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일어남의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소멸의 성스러운 진리,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닦음의 성스러운 진리입니다.”
3. “도반들이여, 무엇이 괴로움의 진리[苦聖諦]입니까?
태어남도 괴로움이고, 늙음도 괴로움이고, 죽음도 괴로움이고, 근심, 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절망도 괴로움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입니다.
요컨대 취착의 [대상인] 다섯 가지 무더기[五取蘊]가 괴로움입니다.
4. “도반들이여, 무엇이 취착의 [대상인] 다섯 가지 무더기[五取蘊]입니까?
그것은 취착의 [대상인] 물질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인] 느낌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인] 인식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인] 심리현상들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인] 알음알이의 무더기입니다.”
5. “도반들이여, 무엇이 취착의 [대상인] 물질의 무더기입니까?
네 가지 근본물질[四大]과 그 근본물질에서 파생된 물질들[所造色]입니다.
도반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네 가지 근본물질입니까?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입니다.
땅의 요소
6. “도반들이여, 무엇이 땅의 요소입니까?
땅의 요소는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있습니다.
도반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내적인 땅의 요소입니까?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고 딱딱하고 견고하고,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땅의 요소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머리털, 몸털, 손발톱, 이, 살갗, 살, 힘줄, 뼈, 골수, 콩팥,
염통, 간, 근막, 지라, 허파, 창자, 장간 막, 위속의 음식,
똥과 그 외에도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고 딱딱하고 견고하고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땅의 요소라고 합니다.
내적인 땅의 요소이든 외적인 땅의 요소이든 그것은 단지 땅의 요소일 뿐입니다.
이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있는 그대로(*1) 바르게 통찰지로 보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통찰지로 보아
땅의 요소를 염오하고 마음이 땅의 요소에 대한 탐욕을 빛바래게 합니다[離慾].”
(*1) “‘있는 그대로(yathā-bhūtaṃ)’라는 것은
무상 등의 고유성질[自性]에 따라 라는 말이다.
이 땅의 요소의 본성은 무상, 고, 무아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무상, 고, 무아라고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MA.ⅱ.224)
7. “도반들이여, 외적인 물의 요소[水界]가 교란되어 외적인 땅의 요소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때가 있습니다.(*2)
도반들이여, 참으로 이 광대한 외적인 땅의 요소도 무상한 것으로
드러나고 부서지기 마련인 것으로 드러나거늘,
하물며 갈애로 취착된, 하찮은(*3) 이 몸뚱이를 두고
‘나’라거나 ‘내 것’이라거나 ‘내가 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몸뚱이에는 결코 그런 것이 없습니다.”(*4)
(*2) “‘외적인 물의 요소(bāhirā apodhātu)에 의해’
‘외적인 땅의 요소(bāhirā paṭhavī-dhātu)가 파괴되는 것(vināsa)을 보이신 뒤에
업에서 생긴 몸에 한정된 땅의 요소(sarīr-aṭṭhaka-parhavīdhātu)가 파괴되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이 말씀을 하셨다.
즉 물이 점점 불어나서 교란될 때 십만 꼬띠(십만×천만=1조)의 우주에
산 등의 모든 땅의 요소가 양잿물에 목아 물이 되어 사라진다.
녹아서 물이 되어버린다는 말이다.”(MA.ⅱ.224)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 의하면 세계는 땅과 물과 바람에 의해서 주기적으로 파괴된다고 한다.
(*3) “‘하찮은(mattaṭṭhaka)'란 잠깐밖에 머물지 못한다는(paritta-ṭṭhitika)말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몸(kāya)은 잠깐밖에 머물지 못한다고 알아야한다.
머무는 것이 잠깐인 것(ṭhiti-parittatā)과 본질 혹은 핵심이 잠깐인 것(sarasa-parittatā)이다.
여기서 “과거의 마음순간에 머물렀던 것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에도 머물지 않을 것이다.”(Nd.ⅰ.42)라고
설하신 이것은 ’머무는 것이 잠깐인 것‘이다.
“중생들은 들숨에 의지해서 살고, 날숨에 의지해서 살고, 근본물질에 의지해서 살고,
덩어리진 음식에 의지해서 살고, 알음알이에 의지해서 산다.”라고 설하신
이것은 본질이 잠깐인 것이다.”(MA.ⅱ.224~225)
(*4) “이 비구가 이런 세 가지 특상을 가지고 볼 때 이 내적인 땅의 요소에 대해
‘나’라는 등의 세 가지 갈애와 자만과 사견에 붙들리지 않는다.
마치 물의 요소에 의해 외적인 땅의 요소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듯이,
불의 요소와 바람의 요소에 의해서도 외적인 땅의 요소가 사라진다.
여기서는 하나만 예를 들었지만 나머지도 뜻을 따라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MA.ⅱ.225)
8. “도반들이여, 만일 이 비구를(*5) 다른 이들이 욕하고 비난하고
꾸짖고 힐난하면 그 [비구]는 이렇게 꿰뚫어 압니다.
‘지금 나에게 귀의 감각접촉에서 생긴 괴로운 느낌이 일어난다.
이것은 조건으로 인해 생긴 것이고, 조건 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무엇을 조건 했나? 감각접촉을 조건 했다.’라고.
그리고 그는 ‘그 감각접촉을 실로 무상하다.’라고 보고,
‘느낌[受]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인식[想]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심리현상들[行]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알음알이[識]은 무상하다.’라고 봅니다.
요소를 대상으로 한 그의 마음은 [그 대상에] 깊이 들어가고
깨끗한 믿음을 가지고 확립하고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6)
(*5) “이 비구란 요소(근본물질)를 명상주제로 삼은(dhātu-kammaṭṭhānika) 비구를 말한다.(MA.ⅱ.225)
(*6) “‘확신을 가지게 된다(adhimuccati)'는 것은
’이런 요소일 뿐이다.‘라고 확신을 얻어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MA.ⅱ.225)
9. “도반들이여, 만일 이 비구를 다른 이들이 원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들인 주먹으로 공격하거나
흙덩이로 공격하거나 몽둥이로 공격하거나
칼로 공격하면 그 [비구]는 이렇게 꿰뚫어 압니다.
‘이 몸은 지금 주먹으로 공격받고, 흙덩이로 공격받고,
몽둥이로 공격받고, 칼로 공격받는 그런 상태이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톱의 비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일 양쪽에 날이 달린 톱으로
도둑이나 첩자가 사지를 마디마디마다 잘라낸다 하더라도
그들에 대해 마음을 더럽힌다면 그는 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가 아니다.’라고.
이제 내게는 불굴의 정진이 생길 것이고, 몸이 경안하여 교란하지 않을 것이고,
마음이 집중되어 일념이 될 것이다.
그러니 주먹으로나 흙덩이로나 막대기로나 칼로 이 몸을 공격해오더라도 상관하지 말자.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니까.’라고”
10. “도반들이여, 만일 그 비구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하고[隨念],
이와 같이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유익함[善]에 바탕을 둔 평온이 확립되지 않으면,
그는 급박해져서 절박감에 사로잡힙니다.
‘내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유익함에 바탕을 둔 평온이 확립되지 않다니,
이것은 참으로 내게 손실일 뿐 이득이 아니고, 불운일 뿐 행운이 아니다.’라고
도반들이여, 마치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보고 급박해져서 절박감에 사로잡히듯이
그와 같이 비구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유익함에 바탕을 둔 평온이 확립되지 않으면,
그는 급박해져서 절박감에 사로잡힙니다.
‘내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유익함에 바탕을 둔 평온이 확립되지 않다니,
이것은 참으로 내게 손실일 뿐 이득이 아니고, 불운일 뿐 행운이 아니다.’라고
도반들이여, 만일 그 비구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와 같이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하여
유익함에 바탕을 둔 평온이 확립되면 그는 그것으로 마음이 기뻐집니다.
도반들이여, 이렇게 될 때 그 비구는 많은 것을 행한 것이 됩니다.”
대림스님옮김 『맛지마니까야』 제1권 670-6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