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문명과 자연이 빚어낸 보물창고
튀르키예(구 터키)
터키는 문명과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보물창고다.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은 대륙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중해의 고대 유적을 지나 황톳빛 땅에 들어서면 용암이 만들어낸 기이한 지형과도 조우하게 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라는 수식어는 지구상에 단 한 곳, 터키의 이스탄불에만 허용된다. 수천 년 세월이 녹아든 이질적 문명의 도시는 모스크와 해협, 골목과 바자르(시장)가 뒤엉킨 모습을 그려낸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은 문화와 종교가 뒤엉킨 고향 이스탄불의 일상을 ‘순수박물관’, ‘검은 책’ 등의 소설에 담아냈다.
동서양이 혼재된 노천박물관, 이스탄불
노천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이스탄불 구시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아야소피아는 이스탄불이 한때 기독교 문명의 비잔틴 제국이었음을 보여준다. 비잔틴 건축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아야소피아에 들어서면 구릿빛 성화들이 벽 속에서 숨을 쉰다. 1500년 세월을 넘어선 대성당은 1453년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회교도식 모스크로 한때 역할이 바뀌었다.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화도 300여 년간 덧칠에 가려져 있다가 20세기가 지나서야 빛을 봤다.
아야소피아와 천년의 세월을 두고 마주한 술탄 아흐멧 자미는 규모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6개의 푸른 첨탑이 우뚝 솟아 블루모스크로도 불리는데 내부는 기도와 사색의 공간으로 채워진다. 술탄(왕) 아흐멧 자미는 천만 인구의 이스탄불이 회교도의 도시임을 강변한다.
3대륙을 거느렸던 오스만 시대 술탄의 흔적은 토프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엿볼 수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파리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지은 대칭형의 초호화 궁전으로, 호사스러운 장식품과 가구들이 눈부시다.
7개의 언덕과 모스크로 단장된 구시가·신시가의 경계는 골드혼(금각만)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골드혼 주변은 북새통을 이룬다. 갈라타 다리는 신·구도심을 연결하며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다리 밑으로는 해산물 카페들이 부교 위에 늘어서 있고, 다리 위는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잡힌 생선들은 즉석에서 레스토랑의 식탁 위에 오르기도 한다.
갈라타 다리를 지나 신시가지 쪽으로 향하면 분주한 이스티크랄 거리로 이어진다. 세련된 건물들 사이로 카페, 명품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오래된 붉은색 노면 전차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전차는 인파로 빼곡한 골목 한가운데를 도시의 변화상처럼 더딘 속도로 오간다. 예전 런던에서 출발했던 오리엔트 급행은 이스탄불의 시르케 지역이 종착역이었다.
고대 유적과의 조우, 해변도시 안탈리아
지중해로 향하면 그리스 로마 유적으로 둘러싸인 해변 도시 안탈리아와 만난다. 안탈리아는 본래 ‘여러 종족의 땅’의 의미를 지닌 ‘팜필리아’의 도시다. 팜필리아는 한때 페르시아에 복속됐고 알렉산더 대왕의 영토였으며, 로마에 의해 페르가몬 왕국에 넘겨졌다.
오스만제국과 몽골 지배의 과거까지 투영된 지중해의 포구도시는 이슬람과 로마의 유적들을 간직한 채 성벽 안에 웅크려 있다. 구도심 칼레이치의 이정표인 이블리 미나르와 케식 미나르는 홈이 파이고 상단부가 잘려나간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첨탑의 사원들은 비잔틴 시대 때는 교회로 이용됐었다. 아담한 정원과 골목을 누비는 칼레이치의 고요한 산책은 4.5km 성벽 길을 거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을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130년에 로마 황제인 하드리아누스의 방문을 기념해 시민들이 건립했는데, 아치형 입구가 도드라진다.
안탈리아는 고대유적 투어의 기점으로도 의미가 깊다. 동쪽 마 을 아스펜도스는 1800년 세월의 원형극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곳이다. 한때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의 숙소로 이용됐 던 원형극장에서는 오페라 공연과 발레축제가 열린다.
‘석류’라는 의미를 지닌 시데에는 코린트식의 기둥들이 마을 입 구부터 나란히 도열해 있다. 유적이 늘어선 돌길을 걷다
보면 고대 원형극장과 아고라가 나오고, 비치와 신전이 반복되어 나 타난다. 기원전 7세기 이오니아의 식민지였던 시데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함께 일몰을 바라봤다는 전설이 깃든 땅이다. 해변에는 아폴론 신전이 덩그러니 놓여 있 는데 신전 앞에서 감상하는 시데의 일몰은 클레오파트라의 전 설까지 덧씌워진 덕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용암이 빚어낸 기이한 바위와 동굴, 카파도키아
터키에 대한 잔상은 중부 카파도키아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도 시에서 느끼는 감동이 인간문명에 대한 숙연함이었다면, 카파 도키아에서는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에 매료된다. 수억 년 전 용암이 만들어낸 카파도키아의 기이한 암석들은 버섯 모양 의 바위와 동굴 숙소로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괴레메 마을에는 30여 개의 암굴교회가 남아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화산재와 용암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나톨리아 고원의 오래된 바위들은 비바람에 침식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치히사르는 한 개 의 바위로 이뤄진 성채(성이면서 요새인 곳)이다. 이곳은 그 위 용답게 카파도키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우치히사르를 바 라보며 카파도키아 와인이나 터키식 진토닉 ‘라크’를 기울이는 것은 여행자에게 최고의 호사다.
카파도키아의 기묘함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하늘에 올라보아야 한다. 열기구에서 내려다본 카파도키아의 전경은 지구 밖 외딴 혹성에 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감동을 자아낸다. 차창 밖, 절벽처럼 느껴졌던 기암들은 창공에서 조망하면 뾰족 한 봉우리가 돼 짙은 음영을 드리운다.
Travel Tip.
교통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터키항공 등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11시간이 소요되 며 시차는 7시간이다. 이스탄불 도심에는 트램이 오 가며 여객선도 주요 교통수단이다. 지방에서는 주로 미니버스인 ‘돌무쉬’를 탄다.
음식
터키식 빵인 에크멕이나 터키식 피자인 피데가 일반 적인 음식이다. 디저트류인 ‘카다이프’나 ‘귀네페’도 달콤하고 매혹적인 맛을 자랑한다. 이스티크랄 뒷골 목 노천카페들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문을 연다.
기타
터키인은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여름 날씨는 화창한 편이다. 터키의 화폐단위는 예니 터키리라 (YTL). 카파도키아에서는 동굴 숙소에 묵는 독특한 체험이 가능하다.
KDIans에게 들어본 나만의 ‘터키’ 명소
김희영 공공투자관리센터 재정투자평가실 타당성재조사팀 전문연구원
파묵칼레와 카파도키아
제가 터키를 가고 싶은 이유는 딱 2가지 장소 때 문입니다. ‘파묵칼레’와 ‘카파도키아’이지요. 파 묵칼레에서는 여름에도 눈 쌓인 것 같은 새하얗 고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카파도키아 는 환상적이고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한데, 일출 시간에 맞춰 ‘벌룬투어’를 꼭 해보고 싶어요!
#대자연의_풍경 #벌룬투어_필수
하호정 KDI국제정책대학원 홍보팀장
아침잠을 포기할 만한 환상적 풍경
터키 하면 카파도키아죠! 환상적이고 몽환적이 고 또 이국적이었던 카파도키아의 전경을 하늘 에서 훤히 내려다보았던 벌룬투어는 잊을 수가 없네요. 벌룬투어를 위한 새벽 5시 기상이 치명 적 단점이긴 합니다만.
#늦잠_불가 #환상적인_풍경 #꿈속탐험
최다인 국제개발협력센터 기획평가실 기획운영팀 전문연구원
안탈리아의 사진 스폿, 칼레이치
안탈리아는 지중해를 품은 최대의 휴양지입니 다. 그중에서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구시가지인 ‘칼레이치’는 카페도 많고, 사진 스폿도 많아 강 추합니다!
#인생샷이_생성되었습니다 #지중해_휴양
윤민정 KDI국제정책대학원 기획실 전략기획팀 선임전문원
대자연의 신비가 가득했던 카파도키아
만화 속 개구쟁이 스머프들이 살았다던 석굴로 이뤄진 집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환상적인 비 경과 구석기 시대 인간들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을 잊을 수 없어요.
#스머프_빌리지 #구석기의_흔적
이지혜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전문연구원
‘투즈 골루’ 소금호수
볼리비아 우유니와 더불어 터키에도 소금호수 가 있다고 합니다. ‘Tuz gölü, lake tuz(소금호수 투즈 골루)’가 그곳인데요. 사진을 찍기 싫어하 지만, 왠지 저곳에 가면 저도 설정샷을 열심히 찍을 것만 같습니다. 날씨만 따라주면 석양으로 물든 소금 사막도 너~무 예쁠 것 같아요.
#설정샷_필수 #소금호수
이창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콘스탄티노플의 흔적을 찾아서
이스탄불의 비잔틴 유적들을 직접 눈에 담고 싶 습니다. 소피아 대성당(아야소피아)을 비롯하여 문명의 경계선상에 있던 콘스탄티노플의 흔적 을 찾아보고 싶어요.
#문명의_흔적 #콘스탄티노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