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와 북부에 걸쳐 이틀 내리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600mm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태풍 17호와 18호가 일본 열도를 덮치며 몰고 온 비였다. 이번 태풍은 일본 전역에 총 86만명 이상에 대해 '피난'경보 까지 내려질 정도로 강력했다. 우리나라도 태풍으로 거의 매년 큰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무시무시한 태풍, 어떻게 발생하고 영향을 주는걸까?
-조선일보(2015.09.12)
"도치기(栃木)현과 이바라키(茨城)현에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최대급 경계를 계속해주세요."
기상청은 "11일에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해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왜 이런 '물 폭탄'이 쏟아진 걸까. 9일 태풍 18호 '아타우'가 일본을 가로질러 동해로 올라갔다. 10일 태풍 17호 '킬로'가 일본 열도 동쪽으로 태평양을 북상했다. 두 태풍 사이에 낀 일본 열도 상공이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이에 따라 도치기현에 9일부터 10일 오후까지 600㎜ 이상 비가 쏟아졌다. 보통 때 두달 치 내릴 비가 하루에 몰아 내린 것이다. 후쿠시마(福島)현에는 400㎜, 이바라키현에는 300㎜가 퍼부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은 지구의 날씨를 변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의 주위를 돌기 때문에 낮과 밤, 계절의 변화가 생기며 이로 인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대륙과 바다, 적도와 극지방과 같이 지역 조건에 따른 열적 불균형이 일어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태풍이 발생하고, 비나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기온이 오르내리는 등 날씨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열적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며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을 태풍이라 한다.
태풍의 어원
'태풍'이라는 단어는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태풍의 '태(颱)'라는 글자가 중국에서 가장 처음 사용된 예는 1634년에 편집된 '복건통지(福建通志)'56권 '토풍지(土風志)'에 있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태풍과 같이 바람이 강하고 회전하는 풍계(風系)를 '구풍(具風)'이라고 했으며, 이 '구(具)'는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뜻이다. 태풍의 영어 단어인 'typhoon'은 그리스 신화에 티폰(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와 거인 족 타르타루스(Tartarus) 사이에서 태어난 티폰(Typhon)은 백 마리의 뱀의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용이었으나,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이어서 제우스(Zeus)신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은 빼앗기고 폭풍우 정도만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티폰(Typhon)'을 파괴적인 폭풍우와 연관시킴으로써 'taifung'을 끌어들여 'typhoon'이라는 영어 표현을 만들어 냈다. 영어의 'typhoon'이란 용어는 1588년에 영국에서 사용한 예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1504년 'typhon'이라 하였다.
태풍의 일반적 특징
①해수면온도가 27 ℃ 이상인 열대 해역에서 일반적으로 태풍이 발생한다. ②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므로 적도 부근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남·북위 5° 이상에서 발생한다. ③태풍의 수명은 발생부터 소멸까지 보통 1주일에서 10일 정도이다. ④중심 부근에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다. ⑤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이 왼쪽 반원에 비해 풍속이 강하여 피해가 크다. ⑥온대저기압은 일반적으로 전선(前線)을 동반하지만, 태풍은 전선을 동반하지 않는다. ⑦중심 부근에 반경이 수km~수십km인 바람이 약한 구역이 있는데, 이 부분을 ‘태풍의 눈 '이라고 한다. 이 ‘태풍의 눈' 바깥 주변에서 바람이 가장 강하다. ⑧일반적으로 발생 초기에는 서북서진(西北西進)하다가 점차 북상하여 편서풍(偏西風)을 타고 북동진(北東進)한다.
태풍도 지역별로 이름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7∼10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적도를 사이에 둔 남북 5 °이내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다음과 같다. ① 북대서양 서부, 서인도제도 부근 ② 북태평양 동부, 멕시코 앞바다 ③ 북태평양의 동경(東經) 180°의 서쪽에서 남중국해 ④ 인도양 남부(마다가스카르에서 동경 90°까지 및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⑤ 벵골만과 아라비아해 ①,②,③ 지역은 7∼10월에 많이 발생하며, ④,⑤지역은 4∼6월과 9∼12월에 많이 발생한다.
태풍 강도별 바람세기와 파괴력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m/s 이상인 것을 태풍(TY), 25∼32m/s인 것을 강한 열대폭풍(STS), 17∼24m/s인 것을 열대폭풍(TS), 그리고 17m/s 미만인 것을 열대저압부(TD)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태풍을 이와 같이 구분하지만, 일반적으로 최대풍속이 17 m/s 이상인 열대저기압 모두를 태풍이라고 부른다.
태풍의 이름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으므로 동시에 같은 지역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때 발표되는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태풍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태풍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그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는데,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이 앤더슨이라면 “현재 앤더슨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또는 “앤더슨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태풍 예보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때 예보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였다.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태풍위원회 회원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태풍 이름은 각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가 각 조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하기로 정했다. 태풍이 보통 연간 약 30여 개쯤 발생하므로 전체의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약 4∼5년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미','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고, 북한에서도 '기러기' 등 10개의 이름을 제출했으므로 한글 이름의 태풍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태풍 발생 현황
① 한 해에 3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며, ② 8월, 7월, 9월 순으로 자주 내습한다. ③ 7월, 8월, 9월 석달 동안에 내습한 태풍 수는 전체의 90%이며, ④ 아주 드물게 6월, 10월에도 내습하는 경우가 있다.
태풍의 양면성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포함한 태풍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부족 현상을 해소한다. 한 예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어 가뭄이 극심했었다.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8월에 내습한 태풍 ‘더그(Doug)'로서 사람들은 이를 효자 태풍이라고 불렀다. 또한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서 축적된 대기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하여 지구상의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플랑크톤을 용승 분해시켜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대기의 난폭자인 태풍은 동시에 유용한 면도 지니고 있는 매우 중요한 대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