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첫 번째 장출혈을 잊어버릴 만한 시점에서 또 다시 두 번째 장출혈이 재발했다. 결국 사이렌을 울리는 119구급대 차량에 실린 채 삼성 서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췌장암 전력이 있는 환자는 아무리 작은 증상이라도 크게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동안 하나님이 내 병을 고쳐주셨다며 얼마나 열심히 천국 복음을 전하고 다녔는데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췌장암 재발 여부를 다시 검사해야 하는 삼성 서울 병원에 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이번에는 심상치 않은 마음이 들어서 검사를 받기 전에 탈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때는 영하의 한 겨울이었고 급한 나머지 엉겁결에 잠옷만 입은 채 이송되었기 때문에 입원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솔직히 당시는 설령 재발이 되었다 해도 굳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냥 천국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많은 전도를 하면서 외친 결과가 완전히 뒤집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으로 두려워하며 떨고 있었다. 사람들 역시 재발한 나를 심히 비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아무리 정밀 검사를 해도 장출혈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입으로 삼키는 초소형 캡슐 카메라까지 동원하여 샅샅이 조사했지만 아무데도 의심되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 저절로 출혈이 멈추고 말았다. 이로 인해 췌장암이 재발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의사에게 출혈 원인이 뭐냐고 물으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췌장암이 사라진 이유도 몰랐고 장출혈이 생긴 이유도 몰랐다. 결국 며칠 입원실에 있으면서 환자들만 전도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특히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암 환자들을 전도한 것은 아주 보람 있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치유의 하나님께서 병을 고쳐주셨다는 것을 확신하고 완치 기간 5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정상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부지런히 불신자들을 전도했다는 것이 너무 일렀던 것은 아닐까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의학적으로는 있을 수가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쨌든 전도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정기 검진도 제대로 받질 않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절대 재발을 하면 안 되었다. 만일 재발을 한다면 하나님의 영광이 크게 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몇 년 간격을 두고 두 번에 걸쳐 발생한 장출혈로 인해 췌장암 완치가 의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지금도 몸의 체력과 건강이 청년 나이처럼 좋은 상태다. 이제 완치 만 6년이 지났으며 전도 사역 역시 왕성하게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장출혈이 발생했을까? 아무래도 변비 생약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 유추해 본다. 내가 먹었던 생약 설명서를 보니 사람에 따라 장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시 복약을 중단했고 그 후론 장출혈이 일어나질 않았다. 변비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치유가 된 상태다.
난 이 사건이 우연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전도자인 나를 더욱 확실하게 세우기 위한 은혜의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하나님은 믿음의 증거와 의학의 증거를 동시에 갖추길 원하셨던 것이다. -계속-
열여덟 해 동안이나 귀신 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보시고 불러 이르시되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시고 안수하시니 여자가 곧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지라 (누가복음 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