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이파리 위에 젖은 바람 잠 깨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이른 아침 들어오면 우리 집 하루는 주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 아침은 왜일까? 알람 소리가 나지 않아 천근 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빨리빨리를 스스로 말하지만 어제 마신 술이 아직인가 겨우 몸을 세워 욕실로 향할 때 어제와는 달리 인사 없이 현관문을 나서는 아내의 등 뒤에서 "여보? 오늘 s 회사 이사와 미팅이 있는데 와이셔츠 어느 색을 입어?" 이상하다. 아침이면 종달새처럼 귀염 떨던 아내가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당신이 알아서 해요 오늘은 도와주고 싶지가 않네" 다른 날 같으면 이것 입어라 저것이 어울린다. 호호 불며 구두까지 닦아놓은 아내가 오늘은 타인처럼 서서 신발장 거울 속에 비춘 모습을 바라보며 점퍼를 걸친다. 투정하듯 아내의 앞을 막으며 "그런 편하게 점버차림으로 나가?" 아내가 현관문을 나가면서 "애들처럼 왜 그래요?' 귀찮다는 말투다 "당신 오늘 왜 그래?''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아내를 주시한다. "이젠 혼자서 좀 해요 당신 옆에 늘 내가 있어야 하냐고요?' 이유를 묻듯 뭐가 불만이냐며 침 튀기며 언성 높이는 나를 멀건니 쳐다보던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당신이 화를 내도 왜 무섭지 않나 모르겠네요 핸드폰 충전해 놨네요" 찾을 필요가 있냐는 듯이 인지로 가리키는 식탁 위에 바보처럼 뒤집어진 핸드폰이 놓여있다. 아내가 웅변하듯이 발을 반만 걸친 현관문에서 또박또박 말을 던진다 .
''나 같은 몬순이 와 사십 평생을 살았으니 지겹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난 당신뿐인데 당신이 사랑한단 얘길 나 아닌 다른 여자한데 말하면. 내 기분은요?'' "당신과 살면서 오늘처럼 초라해지고 나 자신이 미워진 적은 없었네요"
억울함을 참아 내는 듯 아내의 목소리가 떨린다. "잘하고 오세요." 아내가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현관문을 나서건만 나는 말을 잊고 멍청히 서 있었다. 아~~ 뿔싸 어제 밤새 술에 취해 문자 메시지 삭제를 못 하고 핸드폰을 테블 위에....
어찌해야 하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기에 대충 옷을 입고 아침을 포기한 채 서둘러 나올 때 딸아이가 . 양판에 우유를 받쳐 들고 아빠 빈속에 가시면 어떡해 이거라도 마시라고 문을 나서는 나를 막는다. "엄마가 어젯밤 한숨도 못 주무시고 우시더라"
딸아이의 울음 섞인 눈을 생각하며 사무실까지 무슨 생각 하며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하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이후에 다가올 불행을 예감하듯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음으로 책상 위에 세워둔 핸드폰이 드르륵 드르륵 톱질소리를 낸다. 멍청히 바라만 보다가 숨을 고르는 체하며 수화길 든다.
*저예요 바쁘세요?* 언제나처럼 그녀에 탱글한 목소리가 온몸으로 전달된다. 애써. 태연한 척 기다렸다는 듯이 "어``미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전화를 먼저 못 해주어 미안하다는 듯이 다정한 목소리를 낸다. "어젠 잘 들어갔어?" *전 괜찮아요. 이사님은요?* "이젠 내 걱정까지 해주네`" 대견스럽다는 듯이 말을 하지만 미안함에 안타까움에 속상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그녀가 한시름 놓은 듯이 *있잖아요?* 사실은 제가 일본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9월에 제주도 대신 일본에 가면 안 될까요?* 애교 있는 말투에 벌써 아내와의 일을 잊는다. 아~좋지 일본 여행하기 좋은 섬나라지 나 역시 가본 일이 없건만 일본. 중국. 유럽 이라도 다 갈 수 있어. 큰소리치며 "근데 고민이 생겼네."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껄껄껄 웃는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왜요? 뭐가요?* 그녀의 놀란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어찌해야 하나? 음~~ 소리를 반복해서 내다가 결심한 듯 "시골에 계신 장모님이 많이 아프신가 봐" "자식이라곤 집사람뿐인데 굳이 아이들 데리고 가자네. 안 가 볼 수도 없고" 말을 흐리며 그녀의 눈치를 본다. *그게 뭐 고민이에요 저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세요 그런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보챈 제가 미안하네요 가서 위로 잘해 주시고 잘 다녀오세요* 폰을 들고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하건만 정치가 어쩌고 경제가 어쩌고.. 바보 같은 말만 지껄여 댔다.
한 뼘에 심장으로 바다보다 더 큰 걱정을 해주는.. 타당성 있게 말해 주는 그녀가 한없이 곱다 아내에겐 없는 재치와 애교가 왜 그녀에게만 있을까
"그래 다녀와서 우리 시간 다시 만들지 뭐" 그 후로도 더 많은 얘길 나눴지만 끝내 아내에 대한 얘긴 못한 채 그렇고 그렇게 전활 끊었다. . 평상시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한다. 힘없이 현관문을 열며 아내가 먼저 와있다는 것을 알았다. 별일 아닌 것처럼 "어 ㅡ일찍 왔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내에게 먼저 말을 붙여본다 아내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면서 시선은 책에 있고 나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피곤하다는 듯이 아내의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뭔 말이든 변명을 해야 했다 "여보. 음~~ 사실은.." 아내가 듣기 싫다는 듯이 후``한숨을 내뱉으며 "다음에 말해요. 당신에게 실망이 크네요." 보던 책을 놓고 큰방으로 들어가며 따라오지 말라는 듯이 문을 소리 나게 닫아 버린다, 싸늘한 냉기가 둘만의 거실에 쌓인다.
무안하고 불안하고 보이지 않는 걱정이 밀려온다. 힘없이 아내가 보던 책을 들고 서재로 간다. 사랑과 미움이 머물 때 코니브록웨이의 번역책이다. 그래! 우린 어쩜 눈에 보이는 것만 다인 것처럼 손에 쥔 것만 가지고 길고 먼 행로를 그리 가는지도 모른다. 만남에 대한 책임은 하늘에 있고 용서를 구해야 할 잘못은 나에 것이었다. 길은 길이련만 갈 수가 없고 서둘러 간다 한들 무엇이 있겠는가 슬픔으로 가슴에 채우고 손뼉 치며 운다 한들 뭔 소용인가
한 여자의 남편이 된 지 40년 양면성의 사랑이 용서받지 못할 줄 알았지만 모진 세상 살아오면서 비바람에 지친 마음 아내보다 먼저 이해해 줄 그녀를 만났건만.. 이제ㅡ그녀를 떠나보내면 그녀를 완전히 잊기전엔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고 바람도 별도 다시는 사랑하지 못하리라. 가슴에 둠범 하나 만들어 눈물로 채우다 가리라. 웃음과 미소는 아예 버리고 들녘 허수아비처럼 되리라. 아무도 모르게 가슴 한 곳 비밀스럽게 장미 하나 심어 놓고 하늘도 바다도 다 사 줄 테니 떠나지만 말라고 외로움을 호소하며 만나
그녀와의 첫 입맞춤에 나를 화나게 했던 모든 사람을 용서했고. 그녀의 갸냘픈 몸짓에 바보되어 웃고 어느 주일 아침 교차로에서 나의 잘못으로 앞차 여운전수에게 창피를 당하자 뛰쳐나가 운전하다 보면 실수는 있는 거지 너 따위가 감히 어디에다 목소리 높이냐며 호통을 쳐 사과를 받아 내던 그녀. 늙음도 아름다운 섭리이지만 천천히 늙는 법은 사랑하는 거라며 가슴에 안기던 그녀 . 난 그녀의 작고 산소 같은 가슴에 안기어 나이를 잊고 일어나는 심볼을 보이며 눈치를 보자. 작게 웃으며 이제 생리를 마치면 눈치 안 보고 생각날 때 해도 된다 하던 그녀 그녀의 몸에 나의 촉수를 밀어 넣고 그녀의 몸을 타고 앉아 난 신이 된 기분이었는데 남은 인생 그녀를 아침 이슬에 핀 꽃처럼 사랑하며 살려 했는데
이제 아내에게 침범당한 내 몸 구석구석에 그녀를 숨길만한 곳이 어디 있으련가
원고지를 꺼내 수신자 없는 빈 봉투에 넋두리처럼 글을 적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두고두고 미안해하며 버릴 수 없어 아껴둔 눈물 한 점마저 그리워하며 살게
태양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나 자신이 미워 상처 난 잎처럼 나무에서 떨어지고 싶다. 아~ 구름을 몰고 온 바람이 미간을 빠져나간다. 고독과 사랑 준비되지 않은 그리움이 등 뒤에서 심장으로 전해진다. 기다림 속에 사랑의 꽃이 핀다면 입에서 뱉은 이별이라는 꽃은 진정 피지 못해 가슴에서 응어리져 나와 함께 가야 되는가 보다.
이젠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녀와 함께했던 그 카페를 쓸쓸히 찾겠지... 여름을 담은 계절은 백일을 채우지 못한 우리의 사랑을 메고 지고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길 떠나려 비포장 언덕을 오른다.
첫댓글백일의 앤.... 누구나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한 번은 있을만 한 사연이네요. 이루어질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고 했지요...(조심했어야 했는데....ㅋ) '천천히 늙는 법은 사랑하는 것' 이라는 말에 동감하며.... 단편소설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백일의 앤....
누구나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한 번은 있을만 한 사연이네요.
이루어질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고 했지요...(조심했어야 했는데....ㅋ)
'천천히 늙는 법은 사랑하는 것' 이라는 말에 동감하며.... 단편소설 잘 읽었습니다.
나이가들수록 찾아오는 외로움
그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만들어 보았네요
감사드려요~
소설을
넘 잘 쓰셔서
실화인지
착각하고 읽었습니다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사랑을 실전처럼 만들어보았어요~
잘 지내시죠
요즘 리아님의 이쁜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실재할 수있는 소설, 불륜과 로맨스의 경계선의 기로, 환장할 얘기네요. ^^
긇을 읽는동안 소설이란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야 성공한것입니다
잘 지내시죠 ?
중후한 멋이 많으신 심송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