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35도 폭염주의보가 계속되었다.
금요일 심은 배추모종이 너무 어리고 햇빛에 경화가 안돼서 폭염에 타죽었을듯
25도 이하에서 발아되는 상추도 폭염으로 발아에 실패했을듯
이렇게 안좋은 직감이 왔다.
농장에 와보니 옆 농장이 흙차를 붓고 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3분의 2가 타죽었다.
약한 모종 탓이다.
살아남은 독종이 몇 개 안된다.
마음 비우고 기존 고추밭 밭갈이부터 하기로 했다.
비닐 걷어내고 또 다시 삽질이다.
3일 마다 큰 비가 오니 제대로 된 밭갈이를 못한다
오늘 밤에 또 비가 온다니 안할 수도 없다.
삽질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폭염 속에 삽질...
기계없이 농사짓는 건 미친 짓이다.
금년 날씨는 농부 편이 아니다.
매 달 고난의 연속이니 야채값만 치솟는다.
삽으로 뒤집은 후
쇠스랑으로 긁어 단단한 덩어리를 으깨준다.
괭이로 두둑 모양도 만들어야 하는데
수분이 많아서 땅 마를 동안 모종을 사러 가기로 한다.
지난 주 팔던 모종보다 훨씬 튼튼한 모종들이 나왔다.
황금스타라는 종자로 반판.
무 모종도 반판 샀다. 지출 합계 1만원.
진한 초록색이 햇빛에 경화가 잘됐다는 뜻이다.
비닐 입히고 무 모종 49개 정식
판매용이라면 무조건 씨앗 파종해야 상품성 있는 예쁜 무가 자라지만
나처럼 자가소비용은 발가락모양 무가 나와도 상관없으니
솎아 줄 필요없는 모종사서 심는 게 편하다.
무밭은 엇갈리게 대각선으로 30센치 간격이다.
무가 다 크면 직경이 넓어지고 무는 물을 좋아하니 구멍도 미리 넓게 찢어준다.
타 죽은 배추 땜빵도 완료.
얼추 배추 50포기와 무 50개 중에서
80%는 수확하리라 기대한다.
새로 심은 모종
새순까지 타버린 애들만 교체했다.
이렇게 새순이 타지 않은 건 산다고 보고
냅뒀다.
오늘 밤부터 비가 온다니 모종 심을 때 특별히 물을 많이 주진 않았다.
상추밭도 재파종 하는데
이왕 다시 파종하는 거
20센치 간격 지름 5센치 유공비닐로 교체했다. 이게 아바타상추에 최적이다.
아바타상추와 적생채를 절반씩 파종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될 때까지 3일 마다 반복하는 수 밖에...
새로 심었던 오이 수확하고
기형으로 나는 기존 오이도 수확.
방토는 7화방 꼭대기에서도 빨갛게 익는다.
요즘 몸값 비싼 풋호박도 1개 수확.
오늘은 깻잎 500장 따기에 도전한다.
깟잎 장아찌 담그려고 2봉지 가득 수확.
(장아찌가 맞고 짱아치는 사투리다)
배추, 무 농사는 심심하다.
그렇다고 달리 심을 것도 없다.
옆지기 누님이 정리함을 놔주셨다.
옆밭도 오늘 배추 심었고
무와 알타리는 씨앗 뿌려 이미 발아되었다.
솎아 주려면 수많은 계산식이 필요하다.
대학시절 공업수학과 도학도 배웠지만
수차에 나눠서 시행해야하는
솎아주기는 정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지난 번 수확했던 미인풋고추로 고추 장아찌를 담그기로 했다.
그나마 상품들은 된장찍어 먹고
고추나무 뽑아내면서 수확한 어린 고추들만 추려서 씻고
꼭지와 꼬리를 잘라 간장이 스며들게 한다.
마늘 장아찌도 함께 만들기로...
장아찌 소스 2병 사다가 부어주면 끝이다.
무거운 사각형 접시 2개로 고추가 떠오르지 못하게 눌러준다.
남은 고추는 이게 다다.
아껴서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