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을 대학 기숙사에 내려놓고... /신 영
이 녀석은 잠이 잘 들었을까, 처음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와 동생의 곁을 떠나 홀로 먼 곳에서 맞이하는 첫 밤을. 보스턴의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52분 모두가 잠든 시간 나 홀로 잠들지 못하고 블랙커피 한 잔 책상에 올려놓고 앉아 있다. 며칠 전 문학행사가 있어 캘리포니아를 다녀와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몸으로 오늘 새벽 남편과 함께 아들 녀석을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 대학 기숙사에 내려놓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도 비행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라 하루 안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녀석을 기숙사에 놔두고 오는 엄마는 못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왔다.
녀석은 세 아이 중 엄마에게 제일 곰살스러운 아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어찌나 물음이 많았던지 귀찮을 만큼 곁에서 수없이 묻고 또 묻던 아이였다. 누구보다도 엄마 곁에서 엄마를 많이 도와주었던 녀석인데 이 녀석을 타주(펜실바니아)에 혼자 내려놓고 오려니 마음이 어찌나 섭섭하고 아프던지…. 새로운 삶의 여행의 시작이라 축하해주고 싶어 애써 마음을 눌렀지만, 녀석과 이별의 포옹을 하고 등 돌려 뒤돌아오는 길은 못내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이 녀석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리라. 어려서부터 심장병을 앓아온 이 녀석에게 언제나 마음이 애잔한 것은 엄마의 마음일 게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풋볼 연습을 하다 쓰러져 헬리콥터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실려갔었다.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깨어나지 않아 엄마와 아빠의 속을 어찌나 애끓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 녀석은 심장에 '페이스 메이커'를 달게 되었다. 언제나 공항에 가면 승객들의 보안을 위해 검색대를 거치는데 이 녀석은 엄마와 아빠와는 다른 검색대의 출구를 통해 나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때 때마다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혼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었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이야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자식이 몸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갑절의 아픔과 쓰라림 그리고 저림의 고통이다.
대학 기숙사에 도착하니 라임 칼라의 티셔츠를 입은 선배들이 각처에서 오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환한 웃음으로 반기며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아들의 이름과 룸 넘버를 전해주고 사인을 한 후 커다란 카트를 하나 받아 집에서 가져간 갖가지 물건들을 실어 날랐다. 기숙사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환하게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과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와 책상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즐거웠다. 두 개의 침대가 놓였는데 어느 쪽 침대를 선택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선택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딸아이 학교 기숙사에 도착했던 느낌보다는 더 산뜻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도 더 넓고 우선 욕실이 각 방의 두 명씩 양쪽 방으로 연결되어 네 명이 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편안했다. 딸아이는 방 밖으로 나가서야 여러 아이가 함께 사용하는 욕실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딸아이의 기숙사에는 센트럴 에어컨디션이 없어 팬(선풍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녀석의 방에 도착하니 냉난방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내 이 녀석이 얼른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시원한 센트럴 에어컨디션이 있는 방을 자랑하면서….
녀석의 침대가 놓여 있는 방향을 한참을 바라보고 마음에 닿는 쪽의 침대를 결정했다. 침대 시트와 필로 케이스를 끼워주면서 마음속으로는 내내 기도를 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대학 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길 엄마는 바라고 있었다. 맑고 밝은 마음과 몸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과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제일 푸르고 맑은 절정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기에 진정 삶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길 엄마는 소망해 본다. 이 녀석의 갖가지 생활용품을 자리를 찾아 정리를 해주고 옷가지들을 옷장에 걸어주며 마음이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모두 정리를 마치고 아빠와 엄마와 아들이 담소를 나눌 때쯤 룸메이트와 그의 부모님들이 도착했다. 아들의 룸메이트는 펜실바니아 주에 살고 있으며 학교와 집과의 거리는 운전으로 4시간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 하얀 얼굴에 맑은 눈동자는 백인 아이들 특유의 조용하고 온유한 얼굴빛이었다. 그의 부모님들과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아들 녀석과 우리는 아쉬운 이별의 인사를 나눴다.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 녀석을 들어가라고 하고 돌아서서 시큰거리는 눈시울을 애써 감추려 썬글래스를 끼고 공항으로 돌아오며 눈물을 떨궜다. 몸과 마음 잘 챙기고 건강하게 멋지고 맛나는 시간을 누리길 바라며….
08/25/2009.
하늘.
첫댓글 포옹하고 돌아서오는 마음 그러시지요? 저도 어제 이사짐 날라주고 밥먹고 따라들어갔다가 왔습니다. 이제 떠나보내기도 처음보다는 나은 걸 보면 이것도 적응이 되나봅니다. 아드님 건강히 새로운 생활 누리시길,...선글라스 눈물 여인 그동안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건배!!!
고맙습니다, 걷기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한국은 9월의 첫날을 맞이하셨겠군요? 9월도 내내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
저도 처음 아들을 객지에 학교 기숙사에 보내고 오던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참..눈물이 멈추질 않습디다..그러다다 딸아이 다시 객지로..기숙사에 짐을 정리하고 오는데..아들과는 또다른 느낌..어서 마음에서 애들을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라고 주위에서는 말씀을 하십디다만..아직도..그것이 어려웁네요..내일도 딸아이와 같이 한양갑니다..기숙사 정리하러..이제는 좀 나아졌으려니 하면서..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까요?건강하게 생활 하리라 합니다..^^
고맙습니다, 심여수님!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 나눠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렇지요? 저도 지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제 어머니 곁을 그렇게 떠나왔었는데...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청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내다 또 다시 낯선 타국의 미국으로 떠나왔었지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 어머니 마음을... 9월도 내내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
엄마의 마음은 이래야 하는데.... 전 철없고,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한 엄마인가 봅니다. 외아들 초등 입학 때 "여보 우리나라에는 기숙학교 없나요?" 고등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나오며 즐거워하고 오히려 남편이 시큰한 콧등.... 제게 들킬까봐 조심 했다네요. 입대하는 날 춘천 101보충대 저 혼자 데려다 주고 찐한포옹 한번하고 돌아오는 길....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듯 하더군요. "네가 책임 질래 아님 날 믿고 씩씩할래" 주님께 맡기고 휴게소들려서 졸린눈 감고 쉬었다 왔다고 하니 남들이 저보고 독하다 하데요. 혹 아들이 말썽쟁이? 아닙니다. 똑똑, 착함, 잘난 아들이랍니다. 살가운 엄마의 마음을 닮아보렵니다. 샬롬 ^^
"여보 우리나라에는 기숙학교 없나요?" rosaria님의 이처럼 느긋한 마음을 만나며 하늘이도 참으로 기쁘답니다. 군에 보내는 어머니 마음은 더욱 그럴테지요? 엊그제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아들 녀석이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데 한국 군대를 갔답니다. 곁에서 그 친구를 보면서 멋지다는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로사리아님, 9월도 행복하소서! ~.~*
신영자매님 그 마음 이해하고 참으로 위로하고 싶어요 그러나 마음 편히하십시오 저도 오래전이지만 딸애를 대학 기숙사에 남겨두고 돌아선 적이있담니다 아이들은 빨리 적응하고 그 울타리 안에서 같은 또래들과 부디치며 몸도 마음도 성장하더군요그 딸애가 이제 50이 되었는데 가끔 난생 처음한 부모와의 이별과 낯선곳에서 보낸 잠들 수 없던 기숙사의 밤 이야기를 하며웃는답니다 자매 아들은 몸이 약해서 더 걱정되겠군요 기도하면서 주님께 모든것을 마끼십시요 돌보아 주실것입니다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비치 세실리아님! 언제나 곱게 내려주시는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지요? 또래들고 부딪치며 몸도 마음도 성장한다는 귀한 말씀에 위로를 받습니다. 9월의 첫날에 안부를 여쭈며 내내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
울 아들도 대학 3학년 ..............부모님의 마음은 자식이 어머니의의 가슴인데
고맙습니다, 수온님! 아드님이 대학 3학년이군요? 수온님과 하늘이가 비슷한 또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미국에 유학 온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부모님 나이를 묻게 되면 저의 부부와 비슷한 또래일 때가 많더군요. 수온님, 9월도 행복하소서! ~.~*
가슴 짠합니다~~~ 아드님!! 잘 지낼 겁니다 ^^*
고맙습니다, suzan님 곱게 내려주신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녀석이 어려서부터 몸이 늘 아팠던 아이라 마음 구석에 늘 남아 있답니다. 잘 지내기 소망하면서 수잔님도 9월 내내 행복하시고 평안하소서! ~.~*
잘지낼겁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지금고3이라 아직자식들을 기숙사에 보내본적이 없는데 공감합니다.그럴것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해피해피님! 님의 '닉'만 만나도 마음이 벌써 즐거움에 가득 차 있습니다. 9월도 내내 행복하시고 평안하소서! ~.~*
자식을 떼어 놓을때는 그저 마음 편하게 가지는게 제일입니다. 내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아이도 편하리라 여기며..
고맙습니다, 은우님!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을 내려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햇살 고운 금요일 아침을 맞습니다. 벌써 9월입니다. 9월도 내내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