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에 입사한 사람 중 80%가 3개월 안에 회사를 떠난다.”
얼마 전 일간지에 났던 기사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라 해도 수입이 보장되었더라면 그들은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 직업’이라는 택시기사직을 떠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은 택시회사를 3개월도 못 견디고 떠날 것인가?
그들을 모아놓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300만원을 버는데 떠나긴 왜 떠나느냐고….
⊙ 51세 때 수천만원 빚진 상태에서 당뇨ㆍ장애 안고 아내와 대학생 아들 2명을 먹여 살리려
택시기사 시작
⊙ 김밥으로 끼니 때우고 소변 1번만 보면 280만원 가능, 기사식당만 안 가도 月 40만원 더 벌어
⊙ 한번 회사 선택하면 그 회사에서 끝장 본다는 각오로 일해야
⊙ 친절=돈, ‘돈 안되는 승객’에게 더 친절하라
얼마 전 일간지에 났던 기사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라 해도 수입이 보장되었더라면 그들은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 직업’이라는 택시기사직을 떠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은 택시회사를 3개월도 못 견디고 떠날 것인가?
그들을 모아놓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300만원을 버는데 떠나긴 왜 떠나느냐고….
⊙ 51세 때 수천만원 빚진 상태에서 당뇨ㆍ장애 안고 아내와 대학생 아들 2명을 먹여 살리려
택시기사 시작
⊙ 김밥으로 끼니 때우고 소변 1번만 보면 280만원 가능, 기사식당만 안 가도 月 40만원 더 벌어
⊙ 한번 회사 선택하면 그 회사에서 끝장 본다는 각오로 일해야
⊙ 친절=돈, ‘돈 안되는 승객’에게 더 친절하라
7년차 택시기사 이창우씨. |
흔히들 택시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들 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택시 손님이 준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택시를 시작한 2003년 11월부터 현재인 2010년까지 우리 경제는 계속 침체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저는 그동안 꾸준한 수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2010년 기준 월 250만~280만원).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학생이 학교를 안 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원이 직장을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는 똑같이 움직입니다. 다만 고급 음식점에서 대중음식점으로, 고급 교통수단에서 대중 교통수단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일반택시는 대중 교통수단에 속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택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다수 있음을 잘 아실 겁니다. 현재의 기본요금 2400원으로는 승객의 지갑을 닫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기침체로 장거리 손님이 준 것은 느낄 수 있습니다. 천호동에서 인천까지 가시는 손님이 택시요금 3만~5만원을 줄이기 위해 천호동 근처의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 날 바로 출근하는 경우를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택시 경력자들은 아시겠지만 장거리 손님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갈 때야 좋지만 인천에 도착 후 빈 차로 서울까지 나와야 되고 혹시라도 있을까 해서 두리번거리다 손님도, 시간도 다 빼앗겨 당황하신 경우가 쓴웃음과 함께 떠오르실 겁니다. 사실 손님 연결만 된다면 기본요금 손님이 제일 좋은 것 아닙니까? 600원어치만, 혹은 1200원어치만 가다가 내리시는 효자 같은 손님이니까 말입니다. 장거리 손님이 타시든, 기본요금 손님이 타시든, 열심히 태우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택시가 경기에 가장 민감하다고 생각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불경기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택시기사에게 어려워서 못살겠다고 하도 말씀 하시니까 택시기사도 덩달아 못살겠다고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시민 모두 꼬박꼬박 요금을 다 내고 내렸을 텐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500원어치만 타고 가다 내린 손님이 계셨습니다. 호경기 때 지각과 불경기 때의 지각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래저래 택시는 불황이 없는 직업입니다.
2. 스스로 왕따가 되어야 산다
이것은 택시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얘기입니다.
택시회사에는 터줏대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배차(配車)부장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차를 배정해 주고 사납금(社納金)도 받고, 좌우간 택시기사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인 분입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의 부장님 성함을 6년 만에 알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남들이 김 부장, 김 부장 하기에 그렇게만 알고 지내온 세월이 6년인 것입니다.
택시회사는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이 근무하는 집단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곳입니다. 우리의 일터는 택시회사가 아니고 서울 시내 도로입니다. 회사로 출근해서 김 부장으로부터 자동차 열쇠를 받고 애마에 시동을 걸고 나온 후 열심히 돈 벌고 교대시각에 들어가 자동차 열쇠와 사납금을 출납한 후 교대자를 위해 세차(洗車) 후 귀가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택시회사에는 모임이 유난히 많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격려도 해주고, 정보도 제공하고, 몸도 단련하고, 회사에 대해 자신들의 권익도 대변하고(물론 크게는 노동조합에서 대변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택시회사는 2인 1조로 24시간 근무하는 형태입니다. 한 사람에게 12시간 차량을 제공하고 기사는 버는 만큼 가져가는 참으로 자유로운 직업입니다. 중요한 것은 놀러 나오는 기사는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편히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2시간 운전 후 휴식을 권하는 판인데, 섰다 달렸다를 수없이 반복하고, 손님 찾으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손님 안 뺏기려고 다른 택시와 경쟁하고, 술 취한 손님 시중 다 들고…, 그렇게 12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것도 하루 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6일간을 그러고 나면 기사들의 심신이 어떠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것입니다.
“아내가 아프고요, 간이 안 좋아서…”
불황에도 택시기사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 시내 한 택시회사에 주차된 택시들. |
그러면 나머지 12시간을 어떻게 보내야겠습니까? 맛있게 밥 먹고 달콤하게 자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동료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며 더더욱 가족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임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책상에 앉아 10분간 얘기하고 헤어질 수야 없지요. 열심히 일하다 보니 배도 출출하고 하니 밥이나 먹자고 모이는 곳이 식당. 사나이들이 밥만 어떻게 먹습니까. 가볍게 반주로 소주를 곁들입니다. 술 드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피곤할 때 마시는 술이 얼마나 달콤합니까. 또 얼마나 잘 취합니까. 혼자 마신다면 모를까 같이 마시면 통제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어쩌란 말입니까?
이런 식으로 하루 12시간 근무는 불가능합니다. 근무태만인 거죠. 대한민국의 어떤 회사도 근무태만자를 그냥 두지는 않습니다. 일반회사라면 인사고과(考課)에 반영되어 미래가 어둡겠지요. 택시기사는 수입 감소를 가져오겠지요.
둘 다 심각한데 왜 일반회사원은 심각해하고 택시기사는 심각해하지 않는 건가요? 왜 택시기사는 손님이 없느니, 비가 오느니, 눈이 오느니 하는 건가요? 왜 저는 3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아내에게 갖다주는데 왜 당신은 그것의 반도 못 갖다주시나요?
제 기억에 7년 택시 하는 동안 회사 동료와 술 마신 횟수가 3번 정도입니다. 이젠 아예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가시면 슬슬 입질이 옵니다. 두 마디면 자신 있게 왕따당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아프고요, 간(肝)이 안 좋아서….”
사실 아닙니까? 택시 하러 나가는 남편을 보고 마음 아프지 않을 아내가 어디 있으며 택시 하러 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술과 대화를 했는지….
이쯤 해놓고, 마음 제대로 먹고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세요. 300만원이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쯤 읽고 나면 이런 얘기도 나올 법합니다.
“형님처럼 일하면 차에서 죽어요.”
이럴 때 제대로 답 못할 제가 아니죠.
“맞아, 나처럼 일하고 너처럼 놀면 죽지….”
3. 新車 안 준다고 불만 갖지 마세요
일반 회사원들은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를 위하여 충성을 다합니다. 그리하여 호봉(號俸)도 올라가고 진급도 하게 되며 더불어 생활의 안정도도 높여 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택시기사들은 아무리 회사에 충성을 해도, 아무리 오래 근무를 해도 회사는 요지부동입니다. 1년 된 사람이나 10년 된 사람이나 똑같은 사납금만을 요구할 뿐입니다.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곳, 그곳이 바로 택시회사입니다. 그리하여 택시기사와 회사 간에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차량인 것입니다. 이쯤 해두고….
택시 운전을 하기로 결심하고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송파구에 위치한 교통회관일 것입니다(서울의 경우). 그곳에 가면 서울의 200여 개 택시회사 직원들이 나와 있습니다. 자기네 회사로 오라는 취지겠지요. 일반회사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면접도 못 보고 퇴짜 맞기가 태반인데 택시기사는 200여 개의 택시회사 중 맘대로 골라서 갈 수가 있으니 이거야 원….
회사가 아니라 도로가 일터
사시는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자전거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회사를 택하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운동은 꼭 해야 하니까요. 사정은 있겠지만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심지어는 택시 타고 출퇴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쓰는 만큼 수입은 줄어드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기사는 돈 쓸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회사가 결정되면 그 회사에서 끝을 본다는 각오로 일을 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녀봤자 그 회사가 그 회사입니다. 왜? 우리의 일터는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서울 시내 도로이니까요.
그런데도 회사를 옮기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차량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에 있는 수십 대에서 수백 대의 차량은 천차만별입니다. 어제 나온 신차(新車)가 있는가 하면 60만km가 훨씬 넘는 주행(走行)거리를 자랑하는 폐차(廢車) 직전의 차까지….
그중에 어제 나온 신차가 배정되길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겠지만 새로 입사(入社)하는 분들께는 신차가 배정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어떤 기사인지 알아볼 필요도 있는 것이고, 더 오래 근무한 기사를 배려할 필요도 있는 것이고, 나름 경영방침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자기에게만 불이익을 준다는 생각을 갖는 기사가 있습니다. 사실 저라도 옆 차는 들릴 듯 말 듯한 방귀 소리를 내며 회사를 빠져나가는데 제 차는 기차화통을 삶아먹고 있다면 불만이 생길 것입니다만 매일 사장실 앞에서 ‘악덕업주는 각성하라’는 구호만 외치지 않았다면 회사가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읽으시면 “저 사람은 택시기사야, 아니면 회사 직원이야?”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입사 후 4년6개월 만에 신차 받아
사실 저는 2003년 11월 입사 후 줄곧 7년 정도를 일하고 있습니다만, 신차를 배정받은 것은 입사 후 4년6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그것도 스틱차량으로만). 이렇게 회사를 옹호하는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물론 그 사이 2년6개월간 일차제(24시간 차를 배정받는 제도)를 해서였기도 하지만 어쨌든 고생 많이 했습니다. 폐차만 3번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전 웃었습니다. 회사에 불만을 표시한 적도 한 번 없었습니다. 불만을 표시한 기사에게 신차를 주는 회사라면 가만히 있는 기사에게도 신차를 줄 것입니다. 신차를 받는 날 사장님이 직접 저를 부르셨습니다.
“어찌 그리 말이 없으십니까.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제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착각이겠지요.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끝이 없듯이 이해를 하기 시작해도 끝이 없습니다. 저는 비록 낡은 차량을 4년6개월간 몰았지만 그 차량들이 손님 끌어오는 데는 명마(名馬)였습니다. 나는 이 차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고 노후된 차량도 신차보다 좋은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첫째, 마음이 편합니다. 밤길 골목 담벼락을 긁고 지나가도, 후진하다 전봇대를 받아도 흠집 하나 추가되는 것뿐이니까요. 신차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둘째, 승객들이 노후된 차량과 신차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거죠. 가끔가다 차별하는 승객도 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런 차를 모시는 걸 보니 택시 하신 지 얼마 안되시는 모양인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잔돈은 넣어두세요”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신차를 아직도 안 주신다고요? 사장님은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계실 겁니다.
4. 택시기사 수입은 자기 하기 나름
필자 이창우씨가 월(月) 입금표를 보여주고 있다. |
흔히들 택시기사를 ‘마지막 직업’이라고 얘기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몸 하나 남았을 때 할 수 있는 직업이라 그러는 모양입니다.
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나이는 51세. 수중엔 빚만 수천만원. 당뇨병과 친구한 지 15년. 다쳐서 겨우 걷기만 하는 왼쪽다리. 이런 나와 살고 있는 아내. 돈 덩어리 대학생 2명. 1종 운전면허증.
택시를 하고 계시거나 하시려고 하는 여러분도 몇 글자만 수정하면 저와 비슷하리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제가 택시를 하겠다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말했을 때, “그 결심을 한 당신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과연 할 수 있겠어요?” 하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인데 이것마저도 제대로 못하여 ‘그럼 그렇지, 당신이 택시를 한다고? 두 달도 못하고 그만 둘 일을?’ 이런 결과가 생길까 너무 두려웠습니다.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일만큼 힘든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택시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며 한 달 수입도 100여만 원밖에 안 된다는 등의 얘기도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100여만 원, 도대체가 답이 안 나오는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100여만 원밖에는 벌이가 안됩니까?”라고 회사 상무님께 물었을 때,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 더 버시는 분도 많습니다”라는 대답이 현재의 저를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죽었다 깨날 정도로 열심히 하면 얼마까지 벌 수 있습니까?”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300만원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저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매월 300만원을 벌고 있습니다. 택시를 시작하는 날 맹세했습니다. ‘오직 가족만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가족에게만큼은 인정받겠다’고. ‘그렇게 일하다 택시에서 죽어도 영광’이라고 말입니다.
징역 사는 마음으로 택시기사 한다
지금도 회사에서 배차부장 김 부장이 부르는 제 별명은 ‘일벌레’입니다. 저는 저에게 배당된 하루 12시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머지 12시간도 일하는 12시간을 위한 충전(充塡)의 시간으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그 누구와도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차 갖고 나오고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옵니다. 가족 외에는 밖에서 식사도 안 하고 술도 혼자 마십니다. 친구들이 저와 술을 마시려면 저의 집 근처로 와야만 합니다. 그래야 집에서 쉬는 시간이 확보되니까요. 휴가도 주간근무 때만 사용하고 연휴가 15일도 다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친척 결혼식, 장례식 참석하지 않습니다. 섭섭해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에게 인간도리 다하면서 가족에게 인간도리 못하는 사람이 되기는 싫습니다. “아빠 택시운전하련다”라고 말했을 때의 저의 심정을, 다시 말해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300만원을 아내에게 줄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처지와 심정으로 택시를 하게 됐다면 죄인이 된 자세로 그것도 7년 정도의 징역을 언도받은 죄인이 된 자세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죄인은 죄인이지요.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큰 죄인이지요. 죄인이 시간 되면 작업장에 나가야 되고 일 끝나면 감방으로 돌아와야 하는 거죠. 죄인이 지인이나 친척이 죽었다고 장례식장에 갈 수 있습니까? 죄인이 친구가 보고 싶다고 나갈 수 있습니까? 면회 올 때까지 기다려야죠. 비유가 좀 지나쳤나요? 하루 12시간 운전하고 돌아와 잠에 곯아떨어지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렇게 해서 번 돈 300만원을 받으면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한우갈비에 아내가 그렇게 치를 떨었던 소주 한 병이 식탁에 오르는 날, 당신은 믿음직한 가장으로 되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5. 기사식당을 멀리하라
택시기사는 하루 12시간을 차 안에 있으면 월 300만원을 법니다. 차 안에서 김밥을 먹고 소변 한 번을 보면 280만원을 법니다. 어떻게 매일 김밥만을 차 안에서 먹겠습니까? 기사식당에서 설렁탕도 먹고 돼지불백도 먹고 해야지요. 그리고 소변 두 번 정도 보면 230만원을 법니다. “아니다, 나는 밥만은 꼭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것을 먹겠다”하면 200만원을 법니다. 거기다 친구 아들 결혼식장도 가고 친구 어머님 장례식장도 가면 130만원을 법니다. 시간싸움이라는 얘기지요.
저는 여기서 식사에 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택시기사는 근무 중 식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 두 끼면 안될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대한민국에 하루 두 끼만 먹는 사람 수두룩합니다. 출근 전 먹고 퇴근 후 먹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택시기사는 운동량이 적어 근무 중 먹어 좋을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안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라고요?
그렇다면 출근하실 때 사방 곳곳에 있는 김밥집에서 10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사세요. 그리고 출출하실 때 빈 차 5대 정도 서 있는 곳에 정차한 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세요.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선두에 서 있게 될 것입니다. 다른 빈 차 기사들은 기다리는 시간을 허비했지만 당신은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식사도 즐기신 겁니다. 그냥 피식하고 웃을 일이 아닙니다. 계산상으로 한 달에 40만원의 수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입니다.
기사식당 안 가면 月 40만원 더 번다
주간반이든 야간반이든 출근을 하게 되면 식사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택시 특성상 주차를 할 수 있는 기사식당을 주로 이용하지, 지나가다 기사식당이 있으면 불쑥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요? 다들 자기가 다니는 기사식당이 몇 곳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김포에 있는 순댓국집에 가볼까?”
자! 손님이 김포에 가줍니까?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손님은 천호동 쪽으로 많이 있는데 차는 김포 쪽을 향하게 됩니다. 이러다 식사 못하고 굶은 경험들 있죠? 먹을 생각을 안 하면 위산이 적게 나오지만 먹을 생각을 하면 위산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닭뼈도 녹인다는 위산만 나오고 식사를 못하면…. 건강에 좋을 리가 없겠지요.
실제 식사하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먹으려고 신경 쓰느라 돈벌이에 소홀했던 시간까지 합하면 1시간은 족히 일을 못하신 겁니다. 우리가 평소 시간당 주간(晝間)에는 1만원, 야간에는 1만5000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40만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26일 일하니까 3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요? 에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 설렁탕 값과 김밥 한 줄 값의 차액 4000원을 계산하면 10만원이 쫙 나오잖아요. 같은 조건에서 근무를 하는데 누군 150만원 벌고 누군 300만원 번다면 그건 큰 데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닙니다. 사소한 일들이 모여 큰돈이 되는 것입니다. 가랑비에 어쩐다고요? 네, 옷이 흠뻑 젖는 거지요.
6. 친절은 돈이다
백화점이나 호텔 그리고 음식점에 가보면 여기저기서 손님을 친절하게 대하려고 난리가 납니다. 왜 친절할까요? 친절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택시기사는 불친절하다고 온 백성이 난리입니다. 왜 불친절할까요? 불친절해도 문을 안 닫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선택권이 택시에 있다는 말이지요. 불친절을 경험한 후 선택권을 행사하려 해도, 하루에 한 번 택시를 이용할 경우 100년을 기다려도 한 번 선택권을 행사할까 말까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택시=불친절’로 낙인이 찍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택시 운송 조합이나 서울시에서 지속적으로 친절을 강조하고, 아니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놈의 친절이 무엇이기에 아직까지도 안되고 있는 걸까요? 친절의 대가(代價)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 대가는 분명 있는데 택시기사들이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일본 MK사(社)의 경우 너무 친절해서 신경질이 날 정도라고 하지요. 왜 그렇게 친절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일본 택시는 콜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친절의 결과로 MK사의 택시로 손님이 몰리고 수익이 좋아진 회사는 기사들에게 친절의 대가로 높은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우리나라 기사들이 뭘 모르는 걸까요? 우리 택시기사들은 속된 말로 돈이 되는 승객에게만 친절합니다. 주로 멀리 가는 승객들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택시기사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택시기사보다 멍청한 손님은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장거리 싫어하는 기사가 없다는 것은 승객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럴 때 하는 친절에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운송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지 친절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돈 안되는 승객’에게 친절하라
그렇다면 친절의 대가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이것은 속된 말로 돈이 안되는 손님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인데 나올 때 전혀 손님이 없는 곳에 가는 승객이나 가까운 거리인데 골목길을 누비고 가야 되는 승객, 가까운 거리인데 뒤 트렁크까지 물건 싣고 가는 승객, 차 한 대 겨우 지나가고 도착 후 차 돌릴 데가 없어 그대로 후진해야 하는 아파트 단지 깊숙이 들어가는 승객 등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여기서도 택시기사보다 멍청한 손님은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됩니다. 기사가 싫어하기 전에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나도 집에 갈 때마다 짜증 지대로다’, ‘내릴 때 10원짜리라도 다 받아가겠다’고 결의를 다집니다. 이런 승객들에게 친절로 대한다면 워낙 불친절한 기사가 많다 보니 승객들이 감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친절의 대가인 돈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실제로 이런 수법(?)을 사용합니다.
▲ 골목길 입구에서 내리는 승객인 경우, “왜 여기서 내리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여기가 집이에요” 하시는 분도 있고 “골목이라 미안해서요”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전 원래 골목 전문이에요” 하고 들어갑니다. 이 승객 절대 빈손으로 내리지 않습니다.
▲ 비좁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손님께는 “혹시 몇 층에 사세요?” 하고 묻습니다. 의아해하면서 “13층이요” 하십니다. “아! 네. 그럼 13층까지 올라가 드리겠습니다” 합니다. 다시 한 번 의아해하면서 “차가 어떻게 올라가요” 하십니다. “아니, 이 아파트는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시설도 없습니까?” 이 승객도 절대 빈손으로 내리지 않습니다.
▲ 야밤에 골목길로 들어가자는 여자 승객인 경우 “어째 골목이 으스스합니다. 조심하셔야겠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손님이 내리신 후 제가 20초 정도 더 머물다 손님께서 집에 들어가신 후 갈게요”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겁니다. 이런 분이 그냥 내리겠습니까? 대한민국 여성을 어떻게 보고….
보너스도 있습니다. 모든 빈 택시는 골목 입구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기 마련입니다. 나오는 길에 있는 손님이 바로 보너스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친절은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택시기사와 승객 간의 다툼은 대개 승객이 원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경우, 그래서 요금이 더 나온 경우에 벌어집니다.
친절한 경우 : “아이고 아저씨, 이리 가면 안 돼요. 다시 나가서 가주세요.”(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불친절한 경우 : “왜 이리 가는데?! 왜 이리 가는데?! 왜 이리 가는데?!”
친절. 참 돈 되는 단어입니다.
7. 승차거부해서 형편 좀 나아지셨습니까?
심야에 도심지 몇 군데서, 다시 말해 강남역 부근, 종로 2가 부근, 대학로, 건국대 부근, 신촌 로터리 부근, 신림역 부근 등에서 난리가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차 잡기 전쟁이 벌어집니다. 저는 그런 곳에 가면 신경질부터 납니다. 1000명의 승객이 있으면 뭐 합니까? 제 승객은 한 팀뿐인 것을….
저와 똑같은 느낌이 드는지 많은 택시가 승객을 골라 태웁니다. 물론 택시기사 입장에서 보면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얼마의 수입을 올리느냐에 따라 그날 수입액이 결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 볼 때 그런 행동은 불법이며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택시기사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승차거부를 하는 이유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입니다.
과연 승차거부 및 골라 태우기를 하면 돈을 많이 벌까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기사라면 “물론이지” 할 것입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그곳에서의 승객은 기사 맘에 맞는 분으로 태울 수 있을 겁니다만, 그 승객 도착시키고 난 후엔 어쩔 것입니까? 말 그대로 택시운수업은 아무도 모르는 운에 따르는 것입니다.
저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손님을 고르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나 자신이 치사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승객 앞에 세웁니다. 서울 강남 교보타워에서 강남역 쪽으로 가다가 세울 경우 대치동 방향의 승객이 많더군요. 요금은 딱 4500원 정도. 물론 대치동은 도착하면 후속 승객이 없는 아파트 밀집지역입니다.
이 승객들은 대치동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대의 빈 차로부터 승차거부를 당하고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승차합니다.
“어서 오세요. 대치동이요? 알겠습니다. 택시 타기 힘드셨지요?”
“아저씨는 왜 묻지도 않고 차를 세우셨어요?”
“승객 마음대로 해야 택시지, 택시기사 마음대로 하면 그게 자가용이지 어디 택시인가요?”
여기서 감동하지 않으면 대치동 사는 분 아니죠. 특히 대치동이 또 좀 잘사는 동네입니까? 1만원 받고 잔돈 안 드린 경우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 날은 꼭 승객 내리기 무섭게 “마석 안 가세요?” 하고 잽싸게 올라타는 승객도 있기 마련입니다.
손님 골라 태워서 형편 좀 나아지셨습니까? 아닐 겁니다. 그 시간엔 당장 수입이 없을지 몰라도 묵묵히 승객을 모시다 보면 일 끝나는 새벽엔 원하는 금액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승객 잘못 골라 태우다 ‘정의(正義)의 사도’ 만나면 벌금 무는 것 알고 계시죠? 택시 하는 것도 어렵고 힘든데 나라에 벌금까지 보태주는 수모까지 겪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모두 돈 버는 방향으로 일하십시다.
8. 택시기사가 한 달에 300만원 버는 방법
지금부터 택시기사가 한 달에 300만원 버는 방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역으로 계산하면 간단합니다. 주간에 5만원, 야간에 1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면 됩니다. 2010년 회사 사납금이 11만원 정도 되니까 주간에 16만원 야간에 21만원 정도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주간 13일 근무에 65만원, 야간 13일 근무에 130만원, 여기에 봉급수령액이 약 80만원, 거기에 친절의 대가 등으로 받은 돈 25만원.
65만원 + 130만원 + 80만원 + 25만원 = 300만원. 참 쉽죠~잉!
너무 허튼소리만 하는 것 같아 조금 진지해보겠습니다.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5시를 기준으로 교대를 합니다. 주간에 16만원을 벌려면 시간당 1만원은 필수이며 실제로 불가능한 금액은 아닙니다. 거기에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는 시간당 2만원을 목표로 합니다. 이제 1만원만 더하면 16만원이 되지요? 그건 여러분이 어떻게든 알아서 하십시오.
야간에 21만원을 하려면, 자정까지는 시간당 1만원,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할증시간도 있고 막히는 곳도 없고 장거리 손님도 있고 하니 시간당 2만원으로 목표를 정합니다. 그런데 자정까지 7시간뿐이고 시간당 1만원 해도 7만원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3시부터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9만원이 됩니다. 그런데 저녁시간에는 오전보다는 손님이 더 있는 관계로 자정이 될 무렵이면 10만원에서 12만원 정도를 하게 됩니다. 또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시간당 2만원이면 10만원이 되긴 합니다만 할증이 끝나는 4시부터는 손님이 없기도 하고 교대도 해야 하고 해서 1만원 정도를 하게 됩니다. 결국 자정까지 10만~12만원 + 자정에서 새벽 5시까지 9만원 = 약 21만원.
여기에다 급여는 자동적으로 80만원 정도가 나오게 되고, 친절의 대가 25만원도 자동적인 것이고…. 친절의 대가가 25만원이 안된다고요? 그런 얘기 어디 가서 하지 마세요. 불친절한 것이 뭐 자랑입니까?
이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정말 허튼소리로만 들리십니까? 제가 여태껏 말한 일들을 실천하시는 분에게는 절대 허튼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목표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우는 것입니다. 보험회사에 가보십시오. 불가능한 금액을 보험설계사들에게 목표로 줍니다. 지인(知人) 및 친척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금액이지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자들은 자력(自力)으로 목표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 택시기사들이 일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나 보험회사에서 목표를 이루는 설계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우리는 그들보다 더 절박한 가운데 있기에 그들보다 더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2010년 현재 58세에 당뇨와 친구 된 지 22년 된 왼쪽다리도 못 쓰는 저도 이루는 목표인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9. 잊히지 않는 경찰관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사거리에서 장한평역 쪽으로 가다 불법유턴을 하자마자 경찰차가 붙더군요. 여러분도 아시죠? 걸릴 때는 바로 뒤에 경찰차가 있어도 안 보인다는 걸.
저는 순종형이라 바로 죄송하다 하고 면허증을 드렸습니다. 물론 싼 걸로 끊어달라는 말은 자동으로 나오고요. 그분도 자동으로 척척 쓰더니(2004년도쯤이니 척척 쓸 때지요) 서명하라 하더군요. 벌금 액수야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1만원인가 1만2000원인가 그랬습니다. 얼른 서명하고 “고맙습니다”를 연발했지요.
불법유턴이면 7만원에 벌점 30점, 뭐 이런 거라고 알고 있을 때니까요. 그때까지는 싸게 그것도 너무 싼 것으로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만 있었지요.
그런데 문득, ‘어? 차량 관련에 제일 싼 것이 3만원인데(안전벨트 미착용 등)…. 이상하네?’ 용지를 자세히 보니 면허번호가 없고 주민등록번호만 있었습니다. 아직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지요?
제가 당황한 나머지 면허증을 주지 않고 주민등록증을 제시했고, 그분은 아무 얘기 없이 보행위반자 범칙금을 부과하고는 그냥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얘기하면 멋쟁이 경찰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10. 택시는 늘 불황이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자기가 저지른 살인까지도 신부(神父)님께 고해성사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심각한 몇 가지 내용만 뺀다면 신부님과 비슷하게 고해성사(?)를 듣는 사람이 택시기사입니다. 평생 한 번 만날 사람이고 옆이나 뒤에 앉으니 신분노출도 덜하고 뭐 그리 훌륭한 사람도 아니니 얘기하기도 편하고 해서일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듣는 얘기 중에 “택시 어때요?” 하는 질문이 많습니다. 자신도 어렵다는 거죠. 현재 직장에 다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가게가 안돼서 집세만 밀리고…. 딱히 어떤 대답을 듣고자 하는 것도 아니면서 건성으로 묻습니다.
“죽을 맛이죠. 손님도 없고. 이거 오늘 사납금이나 하려나….”
“그렇죠? 이거 뭐 경기가 이 모양이니….”
이쯤부터 죽어나는 것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입니다. 사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야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대화가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택시기사가 듣기에 옆에 타고 있는 승객은 내일쯤 해고될 것이고, 집세는 3년쯤 밀렸다는 것이고, 승객이 듣기에 택시기사는 내일쯤 자살할 것이고, 하루종일 빈차로 다녔고 따라서 한 푼도 못 벌었다는 것이고. 사실 승객은 직장에도 다니고 택시기사는 손님도 태우고 있는 데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 둘은 서로를 이해하며 나 자신이 무능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헤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택시 어때요?”
“너무 잘돼요. 전 새벽에 일어나면 일하러 나가고 싶어 미쳐요.”
그러고 나서 여기에 쓴 글들을 말로 해드립니다. 95%가 기분 좋게 헤어집니다. “아저씨처럼 얘기하시는 분은 처음이지만 어쨌든 긍정적이시라 기분은 좋네요”하고 말입니다.
왜 언론은 부정적 보도만 하나?
택시를 시작한 지 7년 전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까지 신문이나 방송에서 택시 잘된다는 얘기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화면발이 잘 받아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는 빈 택시 모습만 각도 잘 잡아서 내보내고 있더군요. 그것을 본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정치인은 “출근시간인데도 빈 차가 있더라”면서 걱정을 하시더군요. 출근시간대에 빈 차가 없으면 어떻게 출근합니까?
말 나온 김에 따져 봅시다. 빈 차 수십 대 서 있는 화면, 조작된 것이라거나 자동차 회사 야적장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는 거 맞습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아니 전국에서 택시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서 있을 만한 데가 어디 있습니까? 결국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역 정도가 될 것입니다.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머리를 잘 쓰는데 왜 이러십니까? 수십 대가 서 있어도 10~20분 안에 빠지는 곳이니까 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저처럼 김밥으로 식사를 때우기 위해 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가물가물했던 첫 사랑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남들이 서 있으니까 나도 한 번 서보자 해서 서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얼마나 서 있으면 승객이 타는지 내기하느라 서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런 방송 한번 듣고 싶습니다. “시청자께서 보시다시피 빈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택시기사의 얼굴에선 조급함은커녕 여유마저 느껴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저희보다 더 나은 중산층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시니 나름 노하우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택시가 저렇게 불황이니 우리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어렵게 사시는 분들은 스스로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반면 긍정적인 보도를 하게 되면 어렵게 사시는 분들도 힘을 내게 됩니다. “택시기사도 중산층으로 사는데 내가 왜 이러지?”라면서 말입니다.⊙
첫댓글 '나처럼 일하고 너처럼 놀면 죽지..' 이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어느 자리에 있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할때 내,외적 보상이 저절로 따라 오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다른 사람의 잣대에 맞추려 하기보다 비록 왕따가 될지언정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성공하고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교수님
'불만하기 시작하면 끝이없듯이 이해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이해한다' 이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역시 어딜 가나 자신하기 나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습니다. 서비스업은 첫째도친절 둘째도 친절 진정성이 중요한거같아요^^ 이왕에 하는거 좋게좋게ㅋ 힘들게 사시는게 이시대 모든아버지 모습이 아닌가하는생각에 찡하기도하네요
전 다른 입장에서 보았습니다. '한번 회사 선택하면 그 회사에서 끝장 본다는 각오로 일해야.'한다는 주인공의 말 처럼 한 우물만 파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서비스매트릭스에서 높은 노동집약도에 위치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종업원들의 복지문제와 이직율 그리고 고용입니다.
경영자입장에서보면 이직율이 높고 불만갖는 직원들에게 미안함과 서운함이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다.' 교수님의 말처럼 김치파동땐 더 적극적으로 임하듯 주인공의 무 불만, 7년 간의 충성도는 경영자에겐 이쁜 , 사랑스런 직원일 겁니다.
을의 입장까지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그의 행동엔 우리 경영학도가 배워야하는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