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면서 찾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남편 서재 책꽂이까지 찾아보기를 며칠째다. 내가 찾는 옷이 옷장을 완전히 뒤집어도 보이지 않던 옷이 어느 날 능청스레 옷걸이에 걸려있을 때, 너무도 어이없어서 한숨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째 책꽂이부터 시작해서 책을 쌓아 놓은 창고까지 작심하고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년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으니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책상 위에 올라가서 맨 꼭대기에 정리해놓은 책까지 뒤적이며 끝까지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며칠을 보냈다.
열하일기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고전문학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 강의를 듣고 있다. 다시 열하일기를 읽어보려고 찾고 있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 잡듯이 찾던 책이 책상 바로 곁 책꽂이에서 능청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책상에 앉아서 바로 옆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곳인데 며칠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찾았는데 숨었다가 마술처럼 나타났는지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며칠을 애를 써가며 찾고 있었으니 속으로 얼마나 바보라고 웃었을까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내 안에 답이 있는데 멀리서 찾는 것은 아닌지, 순간 생각이 멈췄다. 열하일기 상하권을 가슴에 꼭 안고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열하일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봄이 올 때까지 나는 열하일기에 빠져서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동백꽃이 소식을 전해주면 기차를 타고 동백섬으로 갈 것이다. 벌써 마음이 마구 뛴다. - 202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