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 31일, 여수-거문도 간 쾌속선 신규운항 개시
거문도 불탄봉 산행, 동백숲 터널과 해벽능선 장관
‘신이 빚은 최고의 걸작’ 백도 유람
전라남도 여수시가 여수~거문도 항로의 쾌속선 ‘하멜호’의 신규운항을 개시했다.
여수시에 따르면 하멜호는 7월 31일부터 1일 2회 왕복 운항을 시작했다. 운항 시간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55분과 오후 2시에 출발해 나로도와 손죽도, 초도(의성), 서도를 경유, 거문도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이에 따라 거문도 배편은 기존 정기여객선인 오전 7시 20분 출항, ‘웨스트그린호’까지 총 2개 선사에서 1일 3회 왕복 운항으로 늘어나게 됐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114.7km 떨어진 섬으로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위치에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의 섬이다. 거문도는 서도, 동도, 고도의 세개의 주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와 서도, 서도와 동도는 각각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다. 옛 이름은 삼도, 거마도 등이었으나,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이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문장가들이 많다는 뜻인 '거문도(巨文島)'로 개칭하도록 건의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섬이다.
거문도는 아름다운 해안경관과 함께, 불탄봉 및 섬해안 트레킹, 거문도 등대, 거문도 역사공원 및 영국군묘지 등이 유명하다. 시간여유가 있을 경우 백도 선상유람을 하면 금상첨화다. 거문도까지 가서 백도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백도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거문도에 도착하자 마자 먼저 불탄봉-수월산 산행에 나섰다. 거문도 등산코스는 통상 4코스로 구분된다. A코스는 녹산등대-서도리-음달산-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해안-거문도등대-목넘어해안 코스로 약 7시간, B코스는 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해안-거문도등대-목넘어해안코스로 약 5시간, C코스는 덕촌리-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해안-거문도등대-목넘어해안 코스로 약 4시간, D코스는 유림해수욕장-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해안-거문도등대-목넘어해안 코스로 약 3시간 소요된다. 필자 일행은 일정관계상 이중 C코스를 택하였다.
고도 거문리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숙소를 잡은 후 삼호교를 건너 C코스 산행에 나섰다. 삼호교는 고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연도교로 250m에 이르는 제법 긴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덕촌마을. 마을 입구에는 덕촌마을 유래를 새긴 표지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 들머리에서 30분 가까이 오르면 불탄봉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우측은 불탄봉 방향, 직진하면 신선바위 쪽이다. 필자 일행은 불탄봉을 오른 후 다시 내려와 신선바위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하다니 조금 부담이 간다. 하지만 어쩌랴. 불탄봉 산행을 와서 불탄봉 정상을 보지않고 갈 수는 없지않은가.
나중에 '주탐방로 안내판'을 보고 안 사실이지만 필자 일행이 오른 코스는 마을 주민들이 다니는 임시등산로이고 주등산로는 덕촌마을을 지나 해군함대선착지에서 좌측능선을 따라 오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불탄봉 오르는 길은 여전히 풀섶이 무성하고 동백숲도 만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대부분 잡초로 덮혀 있다. 등산로 중간에 '뱀 출현 경고문'도 보인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시야가 더욱 넓어진다. 멀리 수월산과 목넘어해안도 보인다. 갈림길에서 10분 쯤 오르면 불탄봉관측소 안내판을 만난다. 이곳 거문도는 일본, 중국, 러시아를 오가는 선박의 기항지 역할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일제시대부터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이었다고 한다. 1944년 말 일본방위총사령부는 보병 1중대로써 선박기지 엄호 임무를 수행하면서 군사시설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거문도에는 불탄봉 관측시설을 포함하여 방어시설 등 17여 곳에 일제시대 군사시설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드디어 불탄봉 정상 도착. 정상에는 전망데크와 함께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불탄봉은 해발 195m로 그리 높지않은 산이지만 바다 위에 솟은 봉우리여서 제법 고도감이 느껴진다.
전망데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조망이 매우 아름답다. 정면으로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고도 및 삼호교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동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는 거문도등대가 위치한 수월산, 뒤로는 필자 일행이 갈 예정인 능선이 우람하게 다가온다.
정상에서 잠시 쉰 후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잡초 우거진 풀밭길을 가다보면 억새군락지도 만나고 동백숲도 만난다. 하늘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울창한 동백숲길은 거문도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거문도에는 숲의 70-80% 정도가 동백숲이라 한다. 산행길에서도 다섯차례 정도 동백숲을 지나야 한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동백 숲이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이 만발할 계절에 오면 정말 장관일 것 같다.
두번째 동백숲에 들어서면 보로봉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동백숲이 더욱 깊어진다.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한데 얽혀 터널 속을 뒤흔든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귀가 따가울 정도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 육지에서는 거의 들어보기 힘든 자연의 교향악이다.
동백터널을 나오면 곧 촛대바위와 마주친다. 촛대바위는 불탄봉 정상에서 약 45분 정도 지난 위치에 우뚝 서 있다. 촛대바위 뒤는 까마득한 절벽. 추락하지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좌우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능선길을 간다. 공룡의 등뼈처럼 굽이쳐 흐르는 능선. 해발 200m 미만 높이의 산이라고는 믿어지지않을 정도로 웅장하다.
촛대바위에서 8분 정도 가면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유림해수욕장에서 올라오는 길, 직진하면 신선바위 방향이다. 불탄봉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1.7km 거리이다. 이곳 주변의 해안능선을 섬 주민들은 '기와집 몰랑'이라고도 부른다. '몰랑'은 산마루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바다에서 보면 이 능선이 마치 기와집 영마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삼거리에서 약 5분 쯤 가면 돌탑 네 개가 보인다. '소망탑'이라고 이름붙여진 돌탑들.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모습이 무척 애절해 보인다. 바다 멀리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섬 아낙의 모습일까? 아니면 육지를 그리워하는 섬의 생태적 간절함일까?
돌탑에서 다시 10여 분. 동백터널 숲을 지나면 신선바위에 이른다. 능선절벽에 붙어 홀로 우뚝 서 있는 바위봉우리. 신선바위에 올라서면 마치 신선이 된듯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신선바위에 오르려면 가파른 절벽길을 내려가야 한다. 필자 일행은 시간관계상 멀리서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신선바위와 거문도 등대가 서로 인사라도 나누는 듯 마주보고 있다.
기와집몰랑 능선은 특히 조망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좌측으로 동도, 서도와 고도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능선 뒤로 거문도 등대도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우측으로는 신선바위가 내려다보이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 검푸른 비취색 물결이 출렁인다.
신선바위 위 능선에서 잠시 급경사구간도 만난다. 어려운 곳은 아니지만 좌우가 절벽이라 약간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곳이다. 좌측으로 로프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경사길 꼭대기에 올라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보로봉 능선이 우람한 자태로 솟아 있다.
다시 동백숲 터널. 이곳은 특히 365계단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마치 지하동굴을 내려가듯 동백터널 속 돌계단을 탄다.
365계단을 내려오면 산행 날머리인 목넘어해안에 이른다. 천천이 여유있게 산행하다 보니 덕촌마을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2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안내팜플렛을 보면 거문도 등대까지 3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목넘어해안에까지 이미 3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꽤 지체된 셈이다.
목넘어해안은 불탄봉-보로봉 능선과 수월산을 연결하는 해안이다. 태풍이나 해일이 있을 경우 바닷물이 넘나든다 하여 '목넘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거문도 등대를 가기 위해서는 이곳 목넘어해안을 건너야 한다. 등산을 하지않고 그냥 관광목적으로 거문도 등대를 찾는 여행객들은 고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이곳까지 걸어오거나 택시를 타고 온 후 이곳에서부터 거문도 등대까지 걸어간다. 이 경우 소요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목넘어해안에서 거문도 등대 가는 길 역시 동백터널 숲이 대부분이다. 수월산 허릿길로 거의 평지 수준이라 산책길로 아주 좋다. 길 중간에 선바위도 내려다 보이고 바다 건너 보로봉 절벽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거문도 등대 도착. 거문도 등대는 해발 196m의 수월산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두번째 설치된 등대로 유명하다. 그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이다. 1905년 4월 10일 준공되었으며 이틀 뒤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기 위해 1885년 4월15일 거문도를 점령하고 영국군 병사들이 23개월 동안 이곳에 주둔했다. 거문도에는 지금도 영국군 수병 묘 3기가 남아 있다. 당시 영국군은 해군 제독 해밀턴의 이름을 따서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이라고 명명했다.
거문도등대의 등탑은 높이가 6.4m에 이르며 흰색의 원통형으로 벽돌과 콘크리트의 혼합 구조물이다. 노후된 시설을 대신하여 높이 33m의 새로운 등탑이 신축되면서 2006년 1월부터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100년 동안 사용한 기존 등탑은 등탑 외벽과 중추식 회전장치 등을 보수하여 해양유물로 보존하고 있다.
등대 주변의 조망도 매우 수려하다. 등대 절벽 위에는 남해 바다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관백정이 자리하고 있으며, 관백정 아래로 우람한 암봉이 고래등처럼 바다를 향해 허리를 내리고 있다.
관백정에 올라 잠시 주위 경관을 둘러본다. 필자 일행이 지나온 보로봉 능선이 보이고 삼각형 모양의 선바위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위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았다 하여 '선바위'라고도 하며, 위에서 보면 검푸른 천 위에 노인이 앉아있는 모양 같다고 하여 '노인암'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등대에서 잠시 쉰 후 다시 목넘어해안으로 돌아온다.
덕촌리-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해안-거문도등대-목넘어해안까지 총소요시간은 약 4시간 반.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걸린 셈이다. 목넘어해안을 건넌 후 택시를 불러 고도 여객선터미널 인근 숙소로 돌아왔다.
거문도에는 거문도등대 이외 녹산등대가 있다. 녹산등대 가는 길 역시 트레킹코스로 유명하다. 녹산등대까지는 편도 1.5km로 한바퀴를 돌고나면 약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서도마을에서 시작하여 녹문정 전망대 – 인어해양공원 – 녹산등대 – 이금포(이끼미)해수욕장 – 서도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이다. 녹산등대까지 트레킹이 여의치않을 경우에는 거문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8시부터 하루 6회 배차)를 타고 다녀올 수도 있다.
둘쨋날은 ‘신이 빚은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워지는 ‘백도’ 유람이다.
백도는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하얗게 보인다 하여 '백도(白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봉우리가 아흔아홉개로 백에서 하나가 모자란다 하여 '百'에서 획 하나를 빼고 '白島'로 부른다는 설도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남해 최고의 절경 백도. 백도는 일찍이 김류가 '병풍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무인절경. 백도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하얀 돛단배가 햇살에 비칠 때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고 노래한 곳이다.
거문도를 떠난지 40분쯤 지났을까. 멀리 백도의 전체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진다. 마치 다양한 모양의 장난감들을 일렬로 나란히 세워놓은 듯 경관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어져 있으며, 크고 작은 39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명승지 제 7호인 백도에는 천연기념물 제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 휘파람새, 팔색조 등 40여 종의 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바다 속에는 붉은 산호초 층이 펼쳐져 있어 섬 전체가 가히 자연의 보고라 할 만 하다.
유람선은 상백도 왕관바위, 탕건여, 형제바위, 물개바위, 삼선암, 시루떡바위, 병풍바위, 노적섬 등을 거쳐 하백도로 이동한다. 쌍돛대바위, 서방바위, 촛대바위, 원숭이바위, 성모마리아바위, 거북바위, 각시바위 등등... 입석모양으로 홀로 서 있는 바위섬도 보이고, 남자 거시기 모양으로 우뚝 솟아있는 바위봉우리도 만난다.
'서방바위'라고 부르는 이 바위는 모양이 재미있어서인지 하백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바위봉우리라고 한다. 같은 바위도 보는 각도에 따라 또 다른 모양을 보여주기도 한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해바다에 뿌려놓았을까? 봉우리 하나하나, 바위 하나하나가 신이 빚은 최고의 예술작품이다. 신비스러운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도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접안이 일체 금지되어 있어 유람선에서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섬들이 바다 한가운데 사열하듯 줄지어 늘어서 있다. 99개의 바위봉우리라 했던가? 궁전바위도 보인다. 암봉이 마치 어느 궁전을 보는 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는 이의 시각과 느낌에 따라 이름은 얼마든지 달리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사는 절해고도 왕궁. 저 궁전에 들어가면 분명 백마 탄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기도 하다.
*거문도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여수시가 여수~거문도 항로의 쾌속선 ‘하멜호’의 신규운항을 개시했다.
여수시에 따르면 하멜호는 2024년 7월 31일부터 1일 2회 왕복 운항을 시작했다. 운항 시간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55분과 오후 2시에 출발해 나로도와 손죽도, 초도(의성), 서도를 경유, 거문도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이에 따라 거문도 배편은 기존 정기여객선인 오전 7시 20분 출항, ‘웨스트그린호’까지 총 2개 선사에서 1일 3회 왕복 운항으로 늘어나게 됐다. 거문도 가는 여객선은 이 이외에도 고흥 녹도신항에서 오전 7시 평화훼리 11호(차도선)도 운항한다(단, 매주 월요일 정기휴항, 평화해운 061-843-2300)
*잘곳·먹을곳
-늘푸른식당민박 061-665-7509 삼호교횟집민박 061-666-1774 뉴백도식당여관010-6851-3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