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칼럼
노무현은 청남대,윤석열은 청와대 개방
-북악산도 개방,만세동방 약수터 물맛은-
벚꽃이 만개하고 개나리,진달래가 봄의 합창을 하던 4월 어느날이다.
2003년 4월18일, 청남대 헬기장이던 잔디 광장에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청남대 개방행사가 열렸다.
20년 전인 2002년 12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청남대 개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취임후인 2003년 3월 6일 대통령 지시로 청남대 소유관리권 이양이 본격 검토되었고 청남대 개방 실무기획단이 구성되었으며 청남대 기능폐기 시기(4월16일), 338경비대 병력 철수(1주일 이내),소유 관리권 충북도 이양, 개방에 따른 협조등 구체적 계획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이뤄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소유권의 상징인 열쇠를 충북도지사(이원종)에게 넘겨주면서 “청남대를 처음 보았기에 선뜻 돌려드린다 했지 진작 와 보았더라면 못할 뻔했다.”며 청남대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며 “이곳이 생길 때의 내력이 원성속에 만들어졌고 투쟁의 표적이 되어 왔으므로 아무리 필요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청남대의 매수가격은 100억원 정도였으며 소요예산은 국고로 지원됐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개방을 공약했다.
지난 4월 5일에는 문재인정권말기 1개월을 남기고 청와대 뒷산인 높이 342m의 북악산이 54년만에 전면 개방됐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기습하면서 청와대 뒷산은 시민들과는 북녘땅처럼 금기의 땅의 되어 버렸다. 서울 한 복판에 갈 수 없는 땅이 만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인왕산을 개방하고 2020년에는 북악산 북쪽을 그리고 2022년 4월 남쪽을 개방하면서 청와대 뒷산은 온전히 시민의 품안으로 안겨 들어왔다.
조선건국의 태조는 북악산에게 진국백이라는 벼슬을 내렸고, 정상에 백악신사를 세웠으며 천재지변,이상기후등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임금이 직접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정상에는 백악산 초지석이 있는데 그곳을 가려면 삼청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순조로운 산행이다.
삼청안내소를 지나 법흥사터와 청운대 전망대, 청운대 쉼터를 거쳐 한양도성으로 가게 된다,
청와대가 개방되면 오운정도 만나게 되는데 대원군이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2.3평 정도 되는 임금의 휴식 공간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오운정(五雲亭)이라는 편액의 초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다.
대통령 관저 뒤쪽에는 높이 1m의 석조 불상으로 서울시유형문화재 제24호이지만 청와대 경내에 있어 접근이 아직은 어려운 석조여래좌상을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바위에 새긴 글귀는 1989년 대통령 관저 대지를 조성하던 중 발견된 가로 2m, 세로 1.3m 규모로 관저 부지가 오래전부터 명당자리였음을 의미한다. 글자는 조선중기 때인 300∼400년 전쯤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유명한 바위위에 또 다른 바위가 얹어진 모습의 부와암도 만날 수 있다. 겸재정선은 인왕산과 북악산을 화폭으로 많이 담았는데 인곡유거,인왕제색도등이 있다.
청와대 동쪽 북악산 기슭에 있는 신라 진평왕 때 내옹 스님이 창건한 절인 법흥사터,북악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다란 바위인 해태바위(말바위)등 임금과 그 신하들이 거닐던 북악산을 거닐 수 있다.
이렇게 산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만세동방 약수터’이다.‘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는 정자체로 각인된 약수터는 예부터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으로 이승만대통령이 약수물을 떠다가 마신 물이지만 지난 78년에 페쇄했다.(수남극(壽南極)은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의 별인 노인성(星)으로 무병장수를 뜻한다.)
북악산 산책로는 휴전선과 같이 철책이 둘러쳐진 230m의 철책망을 54년만에 걷어내고 탐방로 정비를 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산책하면서 만나는 약수터가 왜 폐쇄되었는지 그 이유가 분명치 않다.
실제로 종이컵에 한잔 마셔보니 꽤 물맛이 좋다. 우리나라 서울 중심의 첫 약수터인지 모른다.
환경부가 조사한 전국약수터명단에도 빠져 있고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에서도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하지만 개방전에도 분명 이곳은 경비대원들이 마실 수 있는 약수터였으며 개방을 위해 탐방로 정비를 하면서 약수터의 수질정도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나 종로구에서 수질분석을 해야 했다.
이같은 아쉬움은 2018년 9월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일행이 백두산에 올라 두 정상이 천지에 손을 맞잡았던 그 순간에도 남아 있다.
대통령 정상내외는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가 500mL 생수병에 담긴 한라산 백록담물(삼다수)을 반쯤 부어 버리고 그곳에 천지물을 담아 합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질전문기관들은 아직도 천지물의 수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다. 고작 증국분석기관이 분석한 자료를 환경국제전략연구소가 입수하여 발표한 것이 처음이다.(2018.10.1.일,4일,8일,23일 환경경영신문기사화)
해외 정상외교시 종종 경제인들을 대동하기도 하지만 분야별로 전문가들을 대동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렵다.
백두산에도 생태학이나 수질환경의 전문가를 대동했다면 천지물을 단순히 합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을 채수하여 정밀한 분석을 하면서 관광사업의 범위를 넘어 물산업에 대한 전략도 세웠으리라 본다.
생태전문가가 있었다면 눈으로도 그곳의 식생 분포를 그릴 수 있고 생물자원에 대한 남,북 협력사업도 그려볼 수 있었던 절호의 현장시찰이었다.
그러나 200여명의 수행원 중에는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들중 천지물을 채수할 생각을 지닌 인물도 없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가 중국 길림성 연변 연구소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백두산천지물은 수소이온농도(pH)가 6.8(제주 삼다수는 7.8),황산이온은 75(삼다수 0),칼륨(K)은 7.71(삼다수 2.64),마그네슘 63(삼다수 2.64),나트륨(Na)은 120, 탄산이온 1087(삼다수 11)등이었다.
수질만으로 백두산천지물과 한라산 물(삼다수)과 대비하면 황산이온은 삼다수의 75배,칼슘은 60배,칼륨은 3배,마그네슘은 2.5배,나트륨은 23배나 함량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역사속에 살아 흐르는 북악산 ‘만세동방 약수터’의 수질도 분석하여 개방과 함께 물맛을 선사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관련 기관에서는 수질 분석을 하지 못해 ‘물을 마시면 안된다’는 경고표시만 한 상태이다. 관련부처들의 종합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현장을 또 한번 목격하게 된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경영학박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