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아내의 고른 숨소리가 귀전에 맴돈다.
어린 아이처럼 이불을 다리 사이에 감고
깊은 잠에 빠졌있는
아내의 발만 쳐다보아도
눈가에 눈시울이 적신다.
결혼 18년이 평탄하지 만은 않았다
별로 가진 것 없었지만 그래도
한가지 걱정만 하면
다른 걱정은 안해도 됐다.
결혼을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먹을 걱정만 하면 됐다.
이런 우리에게도 하늘이
두 쪼각 나는 시련이 있었다.
3년전에 아내가 뇌종양이라는 판명을 받았다.
신경을 감싸고 암이 자랐단다.
거기에 물혹까지 겸해서...
종합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하란다.
잘해봐야 식물인간이 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5%도 안 된단다.
많이 살면 1~2달.......
가족 회의가 열렸다.
처가쪽에서는 수술하다가
죽을수도 있다는 의사 말에 그냥 두잖다.
편하게 가족여행을 해보란다.
그러나 난 아이들 생각에
그냥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식물인간이 되더라도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초등학교 3학년의 딸.......
애들은 학교 다녀오면 엄마부터 찾는다.
딸아이는 긴 머리에 누구보다
더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하다.
아니 그런 일은 못 해줘도
누워만 있다해도 애들이
엄마라고 부를 수 잊지는 않는가?
몇 달 더 살아준다고 해서
애들 인생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서울대학병원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다.
13시간의 수술 끝에 아내는 회생되었다.
늘 착하기만 해서 천사라고 불러 주었는데
그 천사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가장 최악의 조건에서 아내는
최상의 조건으로 다가왔다.
이제 3년이 지난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가정일도 하면서 웃음꽃을 피운다.
그러던 아내가 사고를 쳤다.
몇 칠 전부터 아내가 바쁘다고
바깥출입이 잦드니
자동차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단다.
운전면허를 따서 날 출퇴근 시켜준다나...?
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사는 모습이 좋다.
몇칠전에는 시어머니 생일상도 차려 주었다.
어머님은 생에 가장 기쁘고
훌륭한 생일 잔치였단다.
여보! 지금은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조금만 버텨주면 더 좋은 날이 올거예요.
우리 가정 모두가 건강하고
두 아이들도 잘 자라주고 있잖아요.
당신만 더 건강해준다면
150년은 끄떡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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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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