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讀書諸生(시독서제생)
신기선(申箕善:1851~1909)
본관은 평산. 자는 언여(言汝), 호는 양원(陽園) ·노봉(蘆峰).
대한제국기(大韓帝國期)에 홍문관제학, 군부대신, 중추원부의장, 함경도관찰사를 지낸
문신이며 관료이며 학자였다. 시호는 문헌(文獻)이다.
저서로는 『양원집(陽園集)』 ·『유학경위(儒學經緯)』가 있다.
마음에 한점 티끌도 용납하지 말고
方寸不容一點塵 방촌불용일점진
갈고 갈아서 마음을 거울같이 새롭게 빛이 나게 하라
磨來磨去鏡光新 마래마거경광신
어이하여 밝고 빛나는 보배를 던져버리고
如何擲却光明寶 여하척각광명보
달콤함에 젖어서 취한 삶을 살다 꿈만 꾸다 죽는 사람이 되려고 하나
甘作醉生夢死人 감작취생몽사인
*
시대는 구한말(舊韓末)
모든 사람들이 나라보다
개인의 안위와 나라에 대한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들고일어나
각자의 불만이 봉기로 일어나고
단합해도 어려운 시기에
너도나도 요구만 할 줄 알았지
나라는 안중(眼中)에 없었다
고위대작(高位大爵)은 물욕에 눈이 어두웠고
백성들은 배고픔에 나라 따위는 없었다
하루 한 끼가 어쯤은 나라보다 소중했는지 모른다
여기저기 민초의 반란은
결국 외세를 끌어들여서
망국을 자초하였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놔두도 망할 나라라고.”
그래도 아무리 망할 나라도
동족끼리 싸우다가
게거품 품다가 어부지리로 망국의 길로 갔으니
그것을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으니
시대는 변해도
역사 정립이 안되고, 시국에 따라 유행가 가사처럼
그때그때 인기몰이 따라서
역사 평가가 이루어지니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선후(先後)를 모르는 사람이
전후좌우(前後左右)를 어떻게 알리요!
또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오선위기(五仙圍碁)라고.”
말인즉슨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바둑판에 잡놈들만 훈수꾼만 놀다 가면
결국 바둑판만 개판이 되어 남는 것이다
진실로 말하거니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한반도가 되었는지...
아직도 사학계에 이병도(李丙燾)의 망령이 살아있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는 항일운동을 하셨던
신기선 선생님께서
젊은이에게 얼빠진 삶을 살지 말고
제정신으로 살라고 당부하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