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제 3막 인생
2015.12 작성
1. 이사 준비
제주생활에 대한 동경과 도전리에서 상처받은 마음 등으로
아내는 여주를 떠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딸과 세 식구가 의논한 결과 미리 살아보고 나서 살만 하다고 느껴질 때
땅이나 집을 사서 이사하자는데 동의했지요.
아내가 2013년 가을부터 빈집을 얻어 수리하고
수리비용만큼 7년간 세를 살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아내는 제주에서 반, 여주에서 반 정도 생활하게 되었고
마을사람들과 교류를 위해 큰일이 있을 때 마을회관에 가서 설거지를 하면서
육지것들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마을 노인회장의 소개로 2014년 초 땅을 사게 되었습니다.
제주에 땅을 구입한 후
본격적인 이주계획을 세우고 도전리 집을 팔려고 하였지만
부동산 침체로 인해 거래가 쉽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몇 명 안되었고 관심도 갖지 않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는데 2015년 부활 때 한 부부가 집을 보러오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고 당장 계약하자고 조르는 바람에 당일 저녁 계약을 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도 입질을 하지 않더니
전혀 기대하지 않던 사람이 나타나 덥석 물은 꼴입니다.
정말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부활절 큰 선물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후 제주에 집을 짓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여
주택건설은 제주에서 아내가 감독을 했고
저는 여주에서 이사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2. 이사하는 날
8월 24일 이삿짐을 보냈지만 태풍이 와서
서울에 있는 딸 집에서 2박 3일 머문끝에 겨우
완도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사돈의 도움으로 어렵게 타게 되었습니다.
여유있게 서울을 출발했는데
천안을 지나면서 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본네트에서 연기가 나고 핸들이 말을 안들어 위험했지만
다행이 가까운 곳에 남풍세 톨게이트가 있어 조심스레 빠져 나와
갓길에 대고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공주정비소에 갔습니다.
팬벨트가 끊어졌다하여 고치고 나니 배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아내가 시속 130킬로로 달려 완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20분 전이었습니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배에 오르자
짱구와 친구를 룸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다고 하며
복도나 선실에 놓아야 한다고 승무원이 말하여
짐을 풀고 오겠다고 하고는 진정제를 친구에게 먹였습니다.
짱구는 17살로 지쳐서 거의 실신상태였지만,
친구가 좀 사나웠기에...
친구는 약기운에 비틀거리며 여기저기 부딪치며 돌아다녔는데
그 모습이 우습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3. 주택 건설
부지런히 주택건설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육지와 달리 자재, 인부 등이 원활치 못해 4개월로 예정한 기일에
집이 완성이 안되어 일 주일 정도 콘테이너에 보관키로 했지요.
여주에서의 이사도 태풍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셋 집에 도착하여 생활하며 건축현장을 오고 갔습니다.
제주에 생활한 며칠 후 친구가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있었는데
트럭이 지나간 후 그 속에서 살아 났는데 주둥이와 한 쪽 눈이 피가 났습니다.
그 충격으로 지금도 친구는 집 밖으로는 나가질 않습니다.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집이 완성이 안 되었지만
이삿짐을 너무 오래 콘테이너에 둘 수 없어 추석 바로 전인
9월 25일 일단 새집에 짐을 옮겨놨습니다.
짐을 정리를 못하고 계속 셋집에서 생활하면서
건축에 박차를 가했지만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배관부문 담당이 온돌 배관을 고의로 찍어 구멍을 내어 물이 새게한 후
미장을 한 것을 발견했을 땐 경악할 정도였고(건축책임자와 마찰로)
인부들이 작업을 마무리 하지 않고는 일 주일 이상 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불평을 제기하면 제주는 원래 그렇다는 이유를 듭니다.
비가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안 오고, 피곤하면 링거 맞는다고 안 오고
부인이나 친척이 온다고 안오고, 더 큰 공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안 오고,
레미콘 등 자재가 없다고 오지않는 등
일하는 날 보다 공치는 날이 더 많았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습니다.
일꾼들의 환심을 사려고 간식과 점심을 매일 사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9월 20일 경 준공준비를 마치고 서류를 넣어지만
한 달이 되어서야 준공이 떨어졌습니다.
명의 변경 건도 있었지만
건축사나 공무원들의 일처리도 문제가 많았지요.
준공이 끝나고 마무리 일을 하고 정리를 한 후
11월 27일 이사후 3개월 만에 드디어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 동안 보일러를 틀고 환기를 잘 시켜
새집 증후군은 별로 없었습니다.
4. 새집에 입주
드디어 새집에 입주했습니다.
8월 24일 여주를 떠난지 94일 만인 11월 27일
축복식겸 집들이를 했습니다.
제주에 입도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와
집 건축 한 번 하면 몇 년 늙는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제주도라는 특성(자재, 인부상황)과 제주도 건축붐으로 더욱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하느님의 은총을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래도 우리집 건축은 순조로운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는 어렵게 신축한 집에서 제 3막 인생을 살겠습니다.
요즈음 성탄제 준비한다고 구역 형제 자매들이 모여
열심히 율동과 노래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모두가 주님의 은총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바람대로가 아닌
우리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사실을....
첫댓글 제주에 정착하기 전에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있으셨겠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