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가 부분적으로 이미 와 있다
– 우리는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가?
빌더가 되어 AI를 다스리는 시대로
칼럼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목사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칼럼니스트
2022년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AI 시대가 시작됐다”고 외쳤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그 말은 이미 낡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AI 시대는 지나가는 중이고,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가 부분적으로 와 있다.”
Sam Altman(OpenAI)은 최근 TIME 인터뷰에서 “2026년 말까지 우리가 AGI라고 부를 내부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equoia Capital은 「2026: This is AGI」라는 제목으로 Long-horizon Agent(장기간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기능적 AGI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METR 연구에 따르면 AI의 장기 작업 수행 능력은 약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Claude Code, Cursor 같은 코딩 에이전트는 이미 전체 기능을 스스로 설계·구현·테스트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연구 에이전트는 실험 아이디어를 코드로 구현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단계까지 왔다. AI는 더 이상 ‘신기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검증하는 ‘동료’ 혹은 ‘주체’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현실 앞에서 신학대학원생과 목회자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AI 시대의 1학년인가, 아니면 이미 2학년으로 올라가고 있는가?”
1학년 때는 AI를 ‘신기한 도구’로 바라봤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잘한다고 생각했다. 설교 초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교리 설명을 받아내고, 상담 자료를 생성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 관점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AI를 어떻게 부릴 것인가, AI와 함께 무엇을 만들 것인가, AI가 만든 결과물을 어떻게 검증하고 책임질 것인가. 바로 이 전환점에 우리가 서 있다.
신학적으로 보면 이는 인간이 창조 질서 안에서 기술의 청지기(Stewardship)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시기이다. 창세기 1장 28절의 “땅을 정복하라”는 명령은 단순한 지배가 아니라 책임 있는 돌봄을 의미한다. AI를 ‘사용하는 시대’에서 ‘AI를 다스리는 시대(AI Governance Era)’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 1학년 마인드에 머무는 것은 목회와 교육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길이다.
가장 위험한 함정은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AI에게 “만들어줘”라고 말한다. 빌더(Builder)는 AI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며, 결과물을 검증하고 책임진다. 2026년 현장에서는 이미 역할이 재편되고 있다. Prototyper(빠른 실험자), Builder(프로토타입을 실제 서비스 수준으로 구현하는 자), Full-stack Builder(기획·디자인·구현을 한 사람이 AI와 함께 수행하는 자)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 Microsoft와 Anthropic 등에서도 “직무”보다 “역할(Role)” 중심으로 조직이 바뀌고 있다.
목회자 역시 마찬가지다. “AI야, 설교 초안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목회 현장의 문제를 AI와 함께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빌더가 되어야 한다. 양육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상담 도구를 만들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AI와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AI는 완벽한 도구가 아니다. 확률적이다. 그래서 반복과 검증 능력이 결정적 역량이 된다. “AI가 만든 것”과 “내가 책임지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관이 핵심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언러닝(Unlearning)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배운 것이 빠르게 쓸모없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지식·습관·가정 중 상당수가 이제는 방해물이 된다. “시험 점수=실력”이라는 가정, “완벽한 답을 알아야 한다”는 태도, “한 번 배운 신학은 평생 간다”는 믿음, “AI는 부정행위 도구”라는 프레임. 이것들을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과정이 언러닝이다.
교육학·조직학습 연구에서는 LUR(Learning-Unlearning-Relearning) 순환을 강조한다. Unlearning으로 기존 스키마를 해체하고, Relearning으로 새로운 맥락에서 재구성하며, Learning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Carol Dweck의 Growth Mindset이 여기서 결정된다. 실패를 “나의 한계”가 아니라 “다음 학습의 데이터”로 보는 태도다. 신학대학원과 교회 교육은 이제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보다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AI와 함께 산출물을 만들고 검증하는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식의 유통기한을 인식하고, 5년 안에 업데이트되어야 할 내용을 스스로 관리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AI를 ‘정답 생성기’가 아니라 ‘사고 파트너(Thinking Partner)’로 재정의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AI가 생성한 설교·논문·교리 설명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신학적·목회적 책임을 지는 훈련”을 필수 과제로 삼아야 한다. 단순 채팅이 아니라 Long-horizon Agent를 경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그 과정을 감독·수정하는 훈련이 “2학년”으로 올라가는 실질적 방법이다.
더 나아가 AI는 이제 사유재에서 공공재로 논의되고 있다. UN과 ADB 등이 2026년 발표한 보고서들은 AI를 단순한 기업 상품이 아닌 Digital Public Goods(디지털 공공재), Commons(공유자원)로 보고 있다. 개방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 가치, 책임성, 안전장치, 지역 적합성이 필요하다. Elinor Ostrom의 공유자원 이론이 AI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Commons-governed AI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다.
기독교 교육은 여기에 신학적 기여를 해야 한다. Alignment(정렬): AI가 복음과 기독교 가치에 어떻게 정렬될 수 있는가. Accountability(책임성): 누가 결과에 책임지는가. Agency(인간 주도권 유지): 인간의 자유의지와 책임은 어떻게 보존되는가. “이 기술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고, 누구에게 해가 되는가?”를 항상 질문하는 공공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 내에서 “AI 거버넌스 소그룹”이나 “빌더 워크숍”을 운영하여, 성도들과 함께 기술을 다스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실천적으로 제안한다. 매주 한 가지를 언러닝하라.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목회·교육 방식 중 하나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라. Consumptive use(소비적 사용)에서 Productive use(생산적 사용)로 전환하라. 자신의 목회 문제를 AI와 함께 실제 산출물로 만들어보라.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 자체가 1학년의 특징이다. 2학년은 불완전하더라도 시작한다.
AGI 시대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부분적으로 도래한 현실이다. 이 시대의 주인공은 수동적 학습자나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다. 언러닝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빌더로서 시스템을 만들며, 공공의 관점과 신학적 책임으로 AI를 다스리는 사람이다. 신학대학원생과 목회자는 바로 그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
1학년에 머물 것인가, 2학년으로 올라갈 것인가.
선택은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