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백가녀(秦伯嫁女)
- 진나라 공주가 시집가다, 형식만 차린 잘못된 결혼
[성 진(禾/5) 맏 백(亻/5) 시집갈 가(女/10) 계집 녀(女/0)]
신부가 시집갈 때에 친정에서 가지고 가는 돈인 持參金(지참금)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다고 한다. 신부 집 재산의 사전 상속이나 부양의 목적을 위한 관습이라는데 시집에 노동력과 대를 잇는 출산 등의 희생을 하는 면에서 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참금이 적다며 일어나는 분쟁은 파혼에 이르고 계급제도가 철저한 아프리카나 인도에서는 신부 살해까지 일어난다. 그런데 분수에 넘치도록 재물을 싸가지고 갔더라도 신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면 말짱 헛일이다. 이런 좋은 예가 秦(진)나라 공주가 시집간다는 이 성어다.
중국 法家(법가)의 확립자 韓非(한비)는 ‘韓非子(한비자)’는 外儲說(외저설) 左上(좌상)편에서 이야기한다. 쌓을 儲(저)는 비축하다, 준비하다는 뜻이고 說은 설명하기 위한 사례를 말한다.
내용을 보자. 옛날 秦(진)나라의 왕이 공주를 晉(진)나라의 공자에게 시집보내면서(昔秦伯嫁其女於晉公子/ 석진백가기녀어진공자) 시녀를 70명이나 딸려 시중들게 했다.
공주에게는 시집가서 꾸미도록 옷감을 가득 보내며 정작 차림새는 수수하게 했고 시녀들에겐 온갖 장식으로 치장했다. 진나라 공자는 공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녀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첩으로 삼았다. 큰 재산을 들여 딸을 시집보내고서도 시녀들에게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되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 買櫝還珠(매독환주, 櫝은 함 독)가 있다. 진주를 팔기 위해 화려한 상자에 주옥을 달고 비취 깃을 달았더니 그것을 산 사람이 상자만 사고 구슬은 돌려주었다.
귀한 것을 천하게 여긴다는 이 말은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실상은 지나치기 쉽다는 가르침이다. 앞의 진나라 공자가 많은 재물을 갖고 온 진백의 공주보다 치장을 요란하게 한 시녀를 좋아한 것과 마찬가지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 하는 사람일수록 쓸 말은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꾸민 겉모습만 보고 실질적인 면은 잊기가 쉽다. 결혼 때 신부 혼수는 일류 신랑감을 잡기 위한 형식이었던 때가 있었다.
열쇠 몇 개니 집이 몇 채니 하는 이야기는 극소수 상류층의 예라 하지만 성공해도 행복이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겉모습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사랑으로 이루어진 酌水成禮(작수성례), 보다 행복할 수 없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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