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주간보호센터에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 바다풍경이 보고싶어 살짝 돌았는데 화장실이 급해져서 지나갈 때마다 자주 팻말을 보와왔던 일출랜드 미천굴에 무작정 들어왔습니다. 입장료를 받는 것보니 개인이 설립한 공원입니다. 제주도는 제주도가 관리하는 공원은 거의 입장료가 없지만 사설로 만들어져 알아서 관리되는 곳은 거의 만원이상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미천용암굴이라고 되어있어 동굴이 주관람포인트라고 여겼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아주 잘 가꾸어진 정원입니다. 협재굴을 합친 한림공원+제주민속촌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요. 아버지가 물려준 5만여평의 빌레 대지 위에 그 막내아들이 가꾸어낸 대형공원은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답고 고즈녁한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일출랜드의 역사를 보니 오랜 세월 가꾸어온 노고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공원을 장식한 나무들은 대체적으로 모두다 우람하고 풍성하지만 관리를 잘 받은 흔적들이 역력합니다. 명료하게 한쪽 방향으로만 관람로 화살표 표시가 되어있어서 관광객들끼리 어수선하게 섞이거나 마주치는 일도 최소로 해놓은 점도 마음에 듭니다.
공원 내 미천동굴도 규모가 1.7k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공간도 아주 넓습니다. 1.7km를 모두 개방한 것은 아니고 365m만 열려있는데 동굴크기가 옛날옛적 수많은 사람들이 거처로 삼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미천굴은 사설땅에 있다보니 허용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연 그대로의 동굴로 놔두질 않고 인공 조형물들이 너무 많은 것이 좀 거슬립니다.
입구에 부처님상까지 만들어서 구복기원하도록 한 것까지는 좋으나 바로 옆에는 삼신할망께 기원하는 샤머니즘 재단까지... 민속종교의 혼합을 굳이 이 위대한 자연동굴 입구에 해놓았어야 하나 하는 아쉬움.
400미터 길이 동굴을 왕복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 갑자기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혼자 남겨지니 밀려드는 공포영화의 장면들. 그러면서도 더이상 들어갈 수 그 좁은 굴로 빨려서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 모험심을 꾹 누루며 머리 속으로 공포영화를 찍으며 동굴탐험을 끝냅니다.
그러곤 이어진 민속촌과 기타 과거 일상들의 흔적을 지켜보면서 관람로를 벗어난 나무그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벌써 4천보 정도 찍었으니 아이들과 함께 만보행으로도 딱 좋을 듯 합니다.
일전의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에서 깊이 느낀 것처럼 한 개인의 의지로 평생 숙원사업들을 펼쳐진 장소들이 제주도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수 많은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그렇고 일출랜드와 같은 식물공원들은 거의다 그렇습니다. 미치도록 끌려드는 대상에 대한 (초콜릿, 커피, 술, 공룡, 영화, 고흐같은 예술가 등) 흠모성 박물관도 흔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장소로 제주도가 딱이라는 생각은 다들 공감하는 듯 합니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사설공원을 거닐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란? 맞습니다. 발달장애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거대한 공원입니다. 누구라도 편하게 놀다갈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감통자연공원! 상상 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납니다. 생각만 주었을 뿐 실천능력은 받질 못하였으니 새삼 제주도 넓은 땅을, 비록 농사용으로는 쓸모가 없을지라도, 남겨주신 이 땅의 조상님들 혹은 선천적 사업귀재 능력들... 등등 제가 가진 게 너무 없네요 ㅎㅎ. 바람이 갑자기 썰렁해집니다. 마저 걸어야겠습니다.
첫댓글 행복한 환상, 그 꿈을 이루는 귀인이 언젠가 출몰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