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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실아, 그동안 힘들고 외로운 시간 잘 견뎌내고, 잘 살아왔다. 네가 자랑스러워. 앞으로도 잘 해낼수 있을거야. 홀로, 그리고 함께. 네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살아내고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 홀로 있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과 함께 하지 못하고, 타인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은 홀로 있지도 못한다는 것을 이젠 잘 알잖아. 인간은 관계를 맺으면서 동시에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는 너, 대단한 걸^^ 일체감과 고독을 동시에 원하는 역설적 필요를 알아차리다니 넌 참 대단해. 혼자여도 괜찮아. 그리고 만났을땐 서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고.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나의 딸 바다와 하늘 그리고 나의 인생 동반자이자 부모동반자로 내게 참사랑을 알게 해준 그는 나의 가족이다. 마치 한 뿌리에서 나와 서로 다른 방향, 각자의 길로 뻗어나가고 있는 저 나무 줄기들처럼 넷이 하나이고, 하나가 넷이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 아빠 1인 가구, 큰 딸 1인가구, 작은 딸과 엄마 2인 가구로 각각 한 가족 3가구를 이루어 각자도생하고 있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그래도 우리는 "가족입니다".
내 집 거실 책장 위에 놓여있는 결혼 20주년, 결혼 졸업 기념 사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 제주를 떠났다. 졸업이라는 것은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만남을 찾아 떠나는 여정인듯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롭고 힘들었던 서울살이를 마치고 낯섬과 설레임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과 함께 찾아온 새롭고 낯선 만남들. 아이는 낳지 말자고 서약하고 선언까지 했지만 나의 뜻과 무관하게 하느님은 내게로 바다와 하늘 두 아이를 보내셨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신의 뜻이라고 할밖에. 운명처럼 받아든 엄마의 길. 작은딸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나도 같이 엄마학교에 입학하듯 대학원에 진학했다. 교사라는 이름표를 이제 그만 내려놓고 치료사라는 이름표를 얻고자 애썼다. 딸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이제 우린 각자의 인생을 살아낼 준비가 된 듯하다. 길고 어둔 터널을 지나며 며느리 사표, 아내 사표, 졸혼하고 이혼까지 긴 여정이었다.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려 선택한 결혼은 오히려 나를 또 다른 가족의 늪으로 끌고 갔다.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 도망치다 붙잡히고, 빠져나가다 넘어지고, 다시 주저앉기를 여러번.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않고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그 늪에서 빠져나와 나는 결혼을 졸업했다.
지난 달에 나와 작은 딸은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이 이곳으로 이사했다. 지난 날들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아주 빨리 참 쉽게도 이곳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내 집은 아니지만 임대계약기간 동안만큼은 내가 주인이다. 내 것이 아닌들 어떠랴. 지금 이순간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이 시간을 맘껏 향유하고 누릴 수 있음,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가족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가족이란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다.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기쁨일 듯하다. 누군가가 친구는 상대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라 했다던데, 그렇다면 나에게 가족이란 친구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늙어서도 돈, 딸, 종교 3가지가 있으면 살수 있다고 했다던데, 그렇다면 나는 늙어서도 잘 살 수 있을거 같다. 통장 잔고는 없지만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랑스런 두 딸이 있고, 믿음으로 기도할 수 있는 신앙이 있으니 3가지를 다 가진 부자인가보다.
나의 자랑 1. 나에게는 자랑스런 두 딸이 있습니다.
자식자랑은 바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바보여도 좋다. 나는 내 딸들이 사랑스럽고 무지 자랑스럽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지금까지 자기는 엄마에게 받을만큼 충분히 다 받았으니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하겠다고 자립선언을 한 큰 딸.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앞으로 남은 시간 엄마는 동생 뒷바라지만 하면 된다며 엄마의 걱정,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믿음직한 딸이다. 이혼하고 건강검진 수면 내시경 보호자 동반해야 할 때 유일한 성인 직계가족으로 "너밖에 엄마 보호자 해 줄 사람이 없네." 했더니 어깨 으쓱해하면서 "이거 뭔가 뿌듯한데." 웃으며 좋아하는 딸. 큰 딸은 그렇게 나와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며 나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어릴 적 아빠의 사업 실패로 시골로 이사하면서 발레학원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잃고 슬퍼했던 작은 딸. 나는 그 아이의 슬픔을 지고 가는 친구이고 싶었다. 발레에 대한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견뎌내고 그래도 무용을 하겠다고 어렵고 힘든 길, 늦은 시작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시작하는 내 딸이 자랑스럽다. 가끔은 엄마를 위해 좋아하는 쿠키와 빵을 구워주고,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소박한 밥상으로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내 딸이 이쁘고 사랑스럽다.
나에게는 자랑스런 두 딸이 있다.
나의 자랑 2. 나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놀이치료사입니다.
교사라는 이름표를 내려놓고 치료사가 되겠다고 길을 나선지 1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이제 나는 놀이치료사로 아이들을 만난다. 나에게는 사랑스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치료사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큰 자랑이다. 내게 일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고, 공부하면서 임상을 꾸준히 했다. 이 논문은 7년 임상 끝에 맺은 나의 결실이다. 논문을 하면서 길고 힘들었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나니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을 보고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 여전히 길 위에 있지만,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또 다른 길이 있으리라는 것도, 지금 당장 암담하고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길을 찾게 된다는 것도, "살당보난 살아점쩌(살다보니 살아지더라)"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살아낸 어른들의 말처럼 어떻게든 되어진다는 것을. 내 뜻대로 이루어지진 않더라도 그 분이 이끄시는 대로 되어지리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러니 매 순간 중요한 것은 인내와 견딤, 머무름과 기다림, 그리고 선택과 결단, 그 후의 한걸음 내디딤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것 같다.
나의 자랑 3. 나에게는 나만의 비밀 정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찾아와 나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오랜 이야기들을 주고 받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그와 나의 오랜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사하고 나서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나의 숲, 나의 정원이다. 가끔은 홀로, 때론 벗들과 함께 여기를 찾는다. 나에게는 내 힘으로 걸어갈 수 있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 기쁘고 감사하다.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숲과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있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한 나의 정원, 나의 재산이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아주 가끔은 멀리서 나를 찾아와주는 벗들이 있고, 내가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다. 홀로 외롭고 쓸쓸할 때도 있지만,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 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놀이치료사입니다.
나는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친구들의 벗입니다.
그리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가끔은 홀로, 때로는 둘이서 또는 셋이서, 여럿이 함께 걸어가는 그들의 동반자일 뿐.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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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결혼졸업 기념사진이 아름답고 조화롭네요!
흑백에 베이지색 의자가 안정감 주고~
오랜 시간 꿋꿋이 살아낸 수고가 만든
작품 같아요
새 집에 쉽게 적응하셨다니 저도 모르게 😊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입니다' 이 말이 마음에 와 닿아요. 한 집에 같이 산다고 가족은 아니지요. 푸른 섬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훌륭한 인생입니다! 살아보니 살아지더라는 표현이 아주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많이 애쓰셨어요. 그리고 멋지십니다~!
푸른섬님의 사랑, 자랑, 딸들, 바다와 하늘 그리고 가족, 벗들까지 . .
글을 읽어 내려오는 동안 단편영화 보는듯했어요. . 아름답다. . 평화로움이 올라옵니다. 고맙습니다.
헐... 제가 부러워하는거 다 가지셨네요... You win!! ㅋㅋㅋ 푸른섬이 삶에서 일궈낸 그 멋진 에너지를 저도 제 삶에서 쫌만 더 개발하면 앞으로 덜 부러워질수 있겠죠? 다음번에 만날땐 어쩌면 하나도 안 부러울수도 있어용~ㅎㅎㅎ
내가 가진 건 이게 다인걸요^^ 현경은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지금 발견하지 못했을 뿐, 현경은 더 많은 것을 가진 부자일지도 ~~ 아이들이랑 하는 인생게임(보드게임) 후에는 누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나결산을 하고 승패를 가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 이기고 지고가 있을까요. 각자가 자신의 인생길을 걸어갈 뿐.
@푸른섬 이기고 지고가 있을까요.각자가 자신의 인생길을 걸어갈 뿐.
각자가 자기의..
뭔가 울림이 남습니다.
"이거 뭔가 뿌듯한데." 웃으며 좋아하는 딸... 이 대목에서 결국 눈물이 나고 말았어요. 푸른섬의 생은 정말 푸르네요. 푸름의 온갖 스펙트럼을 다 갖춘 푸른색이요. 하늘과 바다를 잇는 푸른섬,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요.... 고마워요! 이런 감동을 나눠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