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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을 따라 갈매기들의 환상적인 곡예를 보는게 석모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6월 다리가 개통되면 더 이상 위 사진같은 풍경은 볼 수 없게 된다. |
눈썹바위로 불리는 보문사 마애관음좌상 |
해지는 갯벌 |
갯벌을 바라보며 석모도바람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 |
지난 1월 문을 연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 |
육중한 배가 힘찬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날개 쉼을 하던 갈매기들도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갑판으로 나서 봅니다. 바닷바람이 싱그럽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여행객들이 하나둘 던진 새우깡이 하늘을 가릅니다. 한바탕 곡예를 부리던 갈매기들이 어느새 새우깡을 낚아채 사라집니다. 파란하늘과 여행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섬 속 섬으로 떠나는 뱃길을 반깁니다. 강화도 석모도. 봄 추억을 따라 쪽빛섬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석모도는 인천 강화도에 딸린 11개의 유인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문사, 민머루해변, 바닷물온천 등으로 수도권에서 인기 있는 여행코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 6월이면 갈매기와 노닐며 가던 석모도행이 사라집니다.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석모도 석모1리 사이 바다를 잇는 1.5㎞ 길이의 삼산연륙교가 개통되니 말입니다. 그러면 정기선도 끊기고 허공을 가르며 과자를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비행도 추억 속 장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곧 사라질 풍경이 아쉬워 석모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6월이면 뱃길을 끊기고 다리를 이용해 석모도여행이 가능해진다 |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을 출발한다. 갈매기들의 군무가 화려하다. 갈매기들은 사라질 풍경에 아쉬운듯 어느때보다 힘찬 날개짓으로 과자를 낚아챈다. 곧 배가 끊기면 갈매기들은 새우깡을 누구에게 얻어먹을까. 급한 마음에 던진 과자 한 봉지가 금방 바닥을 보인다. 1.7㎞에 이르는 짧은 울렁임 뒤에 여객선은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에 여행객을 내려놓는다. 제철 맞은 밴댕이회 유혹을 뒤로 하고 차량들이 하나둘 선착장을 빠져 해안도로로 향한다.
강화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섬 속 섬이라 불리는 석모도는 매음도, 금음복도, 매도, 석포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조선 영조 때 '여지도서'에서 돌모루(바위로 둘러싸인 산모퉁이 또는 바위가 많은 해안모퉁이)라는 뜻인 석모란 이름이 붙은 뒤 자연스럽게 석모도가 됐다.
보문사 |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정표는 보문사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절집으로 석모도의 대표적 명소다. 낙가산(235m) 중턱에 앉은 절은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5분만 걸어 오르면 된다. 강원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3대 관음사찰)'으로 불린다. 선덕여왕 때 회정선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절을 창건했다. 진덕여왕 때는 한 어부가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건져 올려 이곳 석굴에 봉안했다고 한다.
보문사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극락보전과 봉향각 사이로 계단을 오르면 닿는 '보문사 마애관음좌상'과 그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다. 마애관음좌상까지 오르는 길은 조금 험난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10여분 오르다 전망대에 서면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탁 트인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망대 위쪽으로 마애관음좌상이 올려다보인다.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 선주ㆍ화응 두 스님이 비스듬한 바위 자락에 돋을새김으로 조성한 대형 마애불이다. '눈썹바위'라 부르는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튀어나와 눈비를 가려주는데, 그 밑에 높이 9.2m, 너비 3.3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이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석모도 서쪽, 주문도, 아차도, 볼음도 등이 정겹게 펼쳐진다.
석모도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미네랄온천 |
발밑 절 경내 모습에서부터 갯벌 해안, 바다 위 섬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 그 사이로 내려앉는 낙조는 비경 중 비경으로 불린다.
절집을 나서면 이색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1월 보문사 부근 바닷가에 새롭게 선보여 관광명소로 떠오른 석모도미네랄온천이다. 강화군청이 조성한 강화 유일의 대중온천이자 온천수 노천탕이다. 지하 460m에서 뽑아 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식혀서 쓴다. 지하암반 틈에 고여 있던 뜨거운 바닷물이다. 칼슘ㆍ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탁 트인 바닷가 옆에 자리한 널찍한 야외공간에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노천탕 욕조들이 깔렸다. 뜨거운 김 오르는 욕조마다 수영복ㆍ반바지 차림의 남녀노소가 앉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부모와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해가 질 무렵 욕조에 앉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거나 서쪽 바다 위를 물들인 붉은 석양을 바라보는 재미는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석모도바람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 |
강화군청에서 나온 최종국 온천운영팀장은 "지금까지 석모도 하면 보문사를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미네랄온천이 명소가 되도록 만들겠다"면서 "오는 6월 다리가 생기면 더 많은 여행객들이 편하게 석모도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천을 간편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민머루해변 가는 길에 있는 한옥온천마을 '족욕장'으로 가면 된다. 한 업체가 온천마을 분양 예정지에서 운영하는 무료 족욕체험장이다. 이곳엔 지하 7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시설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다.
무료족욕체험장 |
온천을 즐기고 나면 해안도로를 따라 섬 구석구석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강화나들길 11코스인 석모도바람길(16㎞ㆍ5시간 소요)을 걸어보자. 제방을 따라 걸으면서 가끔씩 멈춰 서서 넓게 펼쳐진 바다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이 외에도 영화 취화선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민머루해변과 석모도수목원 등도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민머루해변은 드넓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갯벌체험장으로도 인기다. 갈매기의 추억이 사라지는 석모도 풍경은 아쉽지만 막배 끊어질 걱정 없이 즐기는 여유로움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가는길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삼보해운 석모도행 배이용. 차량 40여대를 실을 수 있는 배가 30분 간격으로 운항. 아침 7시~저녁 9시까지 운행. 뱃삯 1인 왕복 2000원, 차량은 중소형 승용차 기준 왕복 1만6000원(탑승자 불포함). 배에 탈 때 왕복승선권을 거두므로, 섬에서 나올 때는 그냥 타면 된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섬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버스 매표소가 있다.
먹거리
민머루해변(사진) 일대와 외포리 선착장 주변에 꽃게찜ㆍ간장게장ㆍ밴댕이회 등 해산물 식당이 많다. 보문사 들머리엔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곳이 있다. 밴댕이는 4~6월을 제철로 치지만 급랭해둔 것을 이용해 사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