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1 가을호(통권 37호)
153×224×13 mm|192쪽|13,000원|ISSN 2092-8416 | 2021.9.17.
■ 도서 소개
‘장애인 문학’을 특집으로 다룬 『푸른사상』 2021년 가을호(통권 37호)가 간행되었다. 장애인 문학의 의미와 역할, 문학을 통한 장애인 인식 변화 등 장애인 문학의 사회적 의미를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회장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강남국(수필가), 김효진(동화작가), 손병걸(시인), 신홍윤(팟캐스트), 차희정(아주대 외래교수) 등의 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예술적 인식과 열악한 환경을 고민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 영화제의 현황을 탐구한 허혜정 교수의 문학론도 주목된다. 김미선, 김옥종, 박한라, 설미희, 이상국, 이지담, 정연수, 조은영, 최동일, 최명숙, 한상식 등의 신작 시와 이태정의 신작 시조, 김이삭의 신작 동시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밖에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 이혜원 교수의 「한국시의 심상지리」도 기획 연재도 풍성하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김수영 시인이 시를 창작하고 발표했던 당시의 경험들을 흥미롭고도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 목차
특집 | 장애인 문학
좌담 : 강남국·김효진·방귀희·손병걸·신홍윤·차희정_ 장애인문학을 통한 장애인 인식 개선
문학론 : 허혜정_ 문화운동으로서의 장애인예술
신작 시
이상국_ 같이 살던 시절이 그립다
김미선_ 풀잎 하나처럼 시시하게
김옥종_ 아내를 죽였다
박한라_ 방 거래
설미희_ 가을 편지
이지담_ 배경
정연수_ 눈물의 계산법
조은영_ 오! 오디
최동일_ 할머니 바다
최명숙_ 그리워하다
한상식_ 달밤의 단상
신작 시조
이태정_ 종로3가 1번 출구
신작 동시
김이삭_ 아미르 구릉의 편지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14회) : 포석 조명희의 「낙동강」 「짓밟힌 고려」
김응교_ 다시 만나는 김수영(15회) : 김규동이 본 김수영
이혜원_ 한국시의 심상지리(1회) : 불안한 정주의 꿈
김현경 회고담 12
대담 : 김현경·맹문재_ 김수영 시 읽기(2)
■ 책 속으로
손병걸 : 문학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는 자기 체험입니다. 장애가 있는 창작자는 치열한 사유를 통해서 세상에 장애를 말하고, 장애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 작가 또한 장애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지요. 그 체험이 독보적인 주제임을 믿어야 합니다. 장애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굳이,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장애 체험을 소개하는 것에 멈추면 안 됩니다. 그 체험이 얼마나 새롭고, 세상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지 사유하고, 또 사유해야 합니다. 장애가 동정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장애를 표피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오히려, 장애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면 곤란합니다.
(「장애인문학을 통한 장애인 인식 개선」, 18쪽)
강남국 : 장애인문학의 역할과 일반문학의 역할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문학은 사람을 탐구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장애인문학은 타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탐구하는데 훌륭하게 역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장애인문학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이 사라진 것은 참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솟대문학』이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발표 공간으로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장애인문예지가 따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도 따지고 보면 허물어야 할 벽입니다.
(19쪽)
김효진 :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의무감의 정체는 장애인이 결함 있고, 부족하고, 능력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므로 포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러한 사회적 의무의 강조는 장애인을 계속 낮은 위치에 머무르게 하는 역효과를 만듭니다. 그래서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늘어나야 하고,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적 장벽을 없애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더불어 사회에서도 보편적 접근은 장애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리하고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25~26쪽)
신홍윤 : 특수학교 중심의 장애인 교육 시스템이 일반 통합학교로 이전되어야 합니다. 장애는 가시적인 한 특성일 뿐이지 보호와 분리가 진행되는 칸막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 학급에서 교육받는 과정이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 모두에 게 필요합니다. 장애인문학을 위한 지원 정책에 앞서 성숙한 장애인식이 고취되어 자연스럽게 장애가 문학의 소재로 보다 많이, 널리 쓰이면 장애인문학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6쪽)
방귀희 회장은 장애인문예지 『솟대문학』을 25년간 한 권의 결호 없이 100호까지 발행하며 장애인문학의 터전을 만들어 왔고, 강남국(수필), 김효진(동화) 작가와 손병걸 시인은 활발한 창작 활동과 함께 장애인식교육 등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신홍윤은 장애와 장애인을 알리는 활동가이다. 장애 콘텐츠를 개발하고 팟캐스트를 통해서 청년세대와 소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원고 집필과 콘텐츠 제작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1쪽)
김현경 김수영 시인도 일본어로 쓸 때는 쉬르리얼리즘의 면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리말로 쓰면서 시 경향이 달라졌어요. 김 시인이 이 전에 쓰던 시들과 다르게 쓴 것이 바로 「묘정의 노래」예요. 우리가 해방이 되어 나라를 되찾았잖아요. 우리 민족의 혼을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김 시인이 그런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생각한 것 같아요. 해방 뒤 미국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이었어요. 아메리카의 것은 모두 좋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김 시인은 그와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자기 나름대로 시를 썼어요.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흉내도 내지 않았어요.
(「김현경의 회고담·12」, 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