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월요일 맑음
징검다리를 건너 인창도서관 가는 길
날씨가 오랜만에 봄날처럼 화사하다. 아내의 치과 공사와 병원외래때문에 남양주에 머물고 있다. 아마 금년 겨울은 거의 남양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것 같다. 아내의 병원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천은 겨울에 너무 추워 난방비도 많이 나와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외출로 작동을 해도 20여만원 정도가 나온다.
또 겨울에는 농사일이 거의 없어 그래서 난방비도 아낄겸 대부분 남양주에 머물기로 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화창하여 좀 걷기로 했다. 도서관에 책을 좀 빌릴 일이 있는데 가까운 도농 도서관에 들리니 원하는 책이 없다. 내가 빌리고자 하는 책은 <발원>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김선우 작)이다.
걸어서 인창도서관으로 가기로 했다. 도농동에서 인창도소관까지는 3km 정도로 꽤 멀다 도농동은 현대와 과거가 함께 어우러진 동네다,. 왕숙천에 다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구리시로 건너간다.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를 찌른다. 구리농수산물 시장을 끼고 돌아가면 인창고등학교가 나오고 그 바로 옆에 인창도서관이 있다.
인창도서관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박완서 작가다. 그곳에는 <박완서 작가자료실>이 따로 있다. 작가와 나는 네팡 여행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특별히 네팔이라는 나라의 여행을 좋아했던 작가는 네팔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여러 차례 한 후 <모독>이라는 기행집을 남겼다. 작가는 사람들이 히말라야에 마구 쓰레기를 버리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은 히말라야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한다.
앉으실 때는 늘 무릎을 꿇고 다소 곳이 앉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작가의 집은 아차신 맡 아치울동네다 언젠가 겨울 네팔로 떠나기에 앞서 삼청동 <에띠의 집>에서 이근후 박사님이 이끄는 여행팀과 함께 사전 미팅을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나는 박완서 작가를 아치울 마을 집에까지 데려다 드린 적이 있다.
늘 겸손하시고 소녀 같은 미소를 짓던 모습이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제 그 정다운 미소를 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애석하다. 그녀의 책을 대신 읽을 수밖에 없다. 이곳 인창도서관에는 박완서 작가가 평생동안 집필한 저서를 모아 기념관을 만들오 놓고 있다. 그녀가 그립다.
인창도서관에도 내가 원하는 책을 누군가 대출을 해가고 없다. 도서 예약을 하고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이 참 좋다. 마치 시골 고향길을 걷는 기분이다. 앞으로 도서관을 갈 때에는 이 징검다리를 건너 가기로 했다. 온동도 되고 책도 빌리고...
*인창도서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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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내와 함께 떠난 세계일주 원문보기 글쓴이: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