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의 카멜레온 효과
-어안
평생을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하신 선배께서 늦깎이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셨다.
동영상을 제작하시는가 하면 주위에 새로운 소식도 전해주시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신다.
현대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즉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전자 기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알림이 도착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시로 알림을 발송하다보니 하루에 수십 통씩 연락이 쌓인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몇 번씩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주위를 더듬고 수시로 알림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자들의 연구도 많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피사 대학교 연구진은 ‘카멜레온 효과’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감정 전염’이라고도 불리는 ‘카멜레온 효과(Chameleon effect)는 상대방의 행동과 표정을 무의식중에 따라 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닮은 사람을 더 신뢰하는 현상을 말한다.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 타니아 차트랜드와 존 바흐의 연구는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할 때, 호감도도 높아지며 대화도 더 잘 통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카멜레온처럼, 사람도 상대방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품이 전염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이 외에도 다리 떨기, 목소리 억양을 포함한 다양한 제스처, 자세, 표정 등에도 카멜레온 효과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처럼 연구진은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 중 거의 절반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한 사람이 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기 위해 진행되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총 184명(남성 96명, 여성 88명)을 대상으로 식당, 공원, 만찬회 등의 자연환경에서의 행동을 관찰했다. 누군가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30초 이내에 몇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전화기를 확인했는지 관찰하였다. 연구 결과, 한 사람이 전화기를 들고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을 본 사람 중 절반이 30초 안에 자신의 전화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전염 효과와는 달리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는 연령, 성별 및 친숙도가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확실히 밤에 비해 아침에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문학단체 카톡방은 본래 긴급한 업무 연락과 회신으로 중론을 모으기 위해 개설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친목 단체의 안부 확인이나 극히 사적인 활동 소개로 분주할 때가 있다. 카톡 소리를 듣게 되면 스마트폰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올려진 글과 그림을 보고 마땅한 답신을 떠올리지 못하니 금세 닫아버린다. 동기생들의 카톡방에 매일 안부 인사를 올리는 친구가 참 부지런도 하다는 생각에 가끔 고마움을 전하지만, 스마트한 기능을 잘 사용해서 여러 정보를 전해줄 때는 매우 유익함도 느낀다.
필자는 요즘 홀로 계신 장모님을 모시고 있는데, 온종일 다섯 남매로부터 안부 전화만 기다리심을 확인하고 있다. 누가 언제 전화를 했고,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는지, 건강 조심하라는 말과 전화를 해주어 고맙다는 멘트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는다. 말투와 사용 낱말이 변함이 없으니 외증손들까지도 흉내를 낼 정도이다. 가는 귀가 먹었어도 용하게도 자녀들 음성은 잘도 구별하신다. 어쩌다가 대소사가 겹칠 때도 있는데 다른 딸네 집으로 잠시 옮겨가서도 변치 않는 일과일 터다. 화장실에 가실 때도 휴대폰은 들고 가실 정도이다.
교직 선배님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혀서 여생을 즐기며 사시듯, 장모님은 효도폰 하나에 하루 스물네 시간을 묶여 사신다. 멋대가리 없는 맏사위 앞에서는 무표정이어도 처제 처남들과 통화하실 때면 환하게 웃으신다. 소녀처럼 소리 높여 웃기도 하신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게 참 쉬운가 보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장모님 일과가 불편하지 않듯이, 기능의 절반도 이용하지 않는 필자의 스마트폰은 가족들과 영상 통화할 때만 필요한 도구다. 고작 문자만 주고받는 정도로도 필자 역시 카멜레온이 되어 산다.
그러나 삼여의 삶에서 굳이 앞서가지 않더라도 충분하게 여유로울 수 있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