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운반)
최근의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바로 서울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그건, 옛날(2005년 9월) 처음 자전거 여행에 도전했을 때부터 몇 차례 서울에서 여러 방향으로 출발을 해봤기 때문에, 굳이 그 위험하고도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가는 일을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철에 자전거를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종점 가까운 곳까지 전철을 이용해 자전거를 운반한 뒤,
한 지점에 내려 거기서부터 자전거를 이용하면 위험성도 줄고 여행 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다.
물론 이번에도 자전거 출발지점은 '중앙선' 전철 '용문'이거나 '지평' 정도로 생각은 해두었다.
그 즈음에서 내려 '남한강 자전거 길'을 타면, '충주'에 갈 수 있기 때문인데, 내가 굳이 '충주'를 목적지로 잡아놓은 건, 거기엔 '찜질방'이 있기 때문에(이미 전화를 걸어 확인해 두었다.) 거기에 닿기만 하면 잠은 잘 수 있어서였다.
그래서 그 쪽 방향으로 가기 위해 '태릉입구' 첫 열차를 타고 '상봉'에 내려, '용문'행 전철을 한참 기다린 끝에 갈아타긴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용문'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문득,
'왜, 굳이 '용문'까지 가? '양평'에서 타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
바로 행선지를 바꿨다.
여행이란 그렇다. 특히 내 여행은, 원래 계획을 중간에 얼마든지 변경(수정)할 수 있다.
더구나 나 혼자 가는 길이니, 그 상황 상황에 따라 맘 내키는 대로 바꾸면 된다. 그러니, 계획은 굳이 미리 구체적으로 세워둘 필요도 없다.(그래서 대충 잡고 나왔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더구나 이번 여행은 다 늙은 나이에 떠나는 거라, 설사 어디(이번엔 '충주')를 가자는 목적지는 정해둔 상태라지만, 그렇다고 그 목적지에 닿기 위해 기를 쓸 필요는 없고, 중간에 얼마든지 내 체력 상황에 따라 다른 곳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로 떠난 되는 대로 여행'이라고 정해두었던 것이다.
다만, 쉽게 결정해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내 자신을 직시하고)'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각오는 다져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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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첫 걸음)
'양평'에서 내려 '남한강 둔치'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는데, 발쪽의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서 보니, 신발 밑창이 너덜거리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람?' 하면서, '시작부터 뭔가 조짐이......' 하는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여름 내내 슬리퍼만 끌고 지내다 모처럼 자전거로 나오는 길이라 운동화를 신었던 게, 그러니까 여름 내내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 갑자기 운동화를 신고 출발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출발과 동시에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고,
신발 때문에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 부분을 떼어내버렸다.(그렇다고 큰 일이 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안개비가 내리던 좀 우중충하던 강변 둑방길을 찾아 달리는데, 갑자기 머리 뒤통수가,
따끔! 하는 것이었다.
순간적인 일이었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반사적으로 손을 머리 쪽으로 감싸려다, 하마터면 자전거가 뒤집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정말 멈출 수도 없이 비틀거리면서도 내달려야만 했는데,
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벌에 쏘인 모양이었다.
'이거, 큰 맘먹고 자전거 타고 한 번 나가려는데, 출발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재수없게 웬 벌에 쏘이냐고! 참 내......'
막 강변에 접어들어 약간은 설레는 기분으로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나에게 벌어진 해괴한 일이었다.
아침 시간이라 주변엔 산책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자전거로 달리는 나에게? 여행을 가지 말라는 뜻인가? 하기도 했지만,
벌에 쏘였다고(점점 화끈거리면서 많이 아팠다.) 여행을 포기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일 터였다.
그렇지만 결코 즐겁지 않은 기분으로(오히려 기분이 말이 아닌 상태로) 페달을 밟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뭔가 모를 불안요소를 안고 '자전거 여행'의 첫 걸음을 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