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확대 모색
사업성 분석 및 컨설팅 지원 등 시범사업 추진
▲경기도는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성 분석 등 컨설팅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출처 : 경기도청>
부동산 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재건축 규제에 발목 잡힌 노후 아파트 거주자가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은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2년 거주 요건 등 5가지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30년이 넘어야 추진할 수 있어 15년 이상이면 허용되는 리모델링 사업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
안전진단 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조건부 허용) 이하여야 가능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B등급(유지·보수)을 받으면 추진할 수 있어 수월하다. 별도의 초과이익환수제도 조건도 없다. 조합 설립 이후에도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다. 인허가도 까다롭지 않아 사업 추진부터 입주까지 빠르면 6~7년 내에 가능하다. 주민 동의도 66.7% 이상이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75% 이상 동의해야 하는 재건축보다 수월하다.
그렇다면 아파트 리모델링은 어디까지 왔을까.
아파트 리모델링은 건물 뼈대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앞뒤로 증축해 크기나 외관 등을 새롭게 고치는 것을 말한다. 2020년 6월 기준 경기도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10개 단지 9740세대였다. 최근 리모델링 추진 사례는 용인수지현대성우8단지와 용인수지신정마을9단지를 들 수 있다. 두 단지는 대형 건설사의 사업 수주로 올해 리모델링 시장의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축물 719만동 중 37%가량이 준공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 건축물로 분류한다. 향후 이런 노후건축물에 대한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980∼1990년대에 집중 건설된 아파트의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건축물 보수와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을 통합한 전체 시장도 오는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14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지지부진…‘수직 증축’, ‘내력벽 철거’ 허용이 관건
이런 예상과는 달리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2007년 서울 방배동 옛 궁전 아파트가 국내 최초의 단지 전체 리모델링 시대를 열었다. 이후 최근까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 중 마지막 단계인 입주까지 이뤄진 곳은 총 16개 단지다. 이중 도내에서 입주까지 진행된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상당수 제자리걸음이거나 아예 사업이 취소 위기까지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2010년 총 387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으로 이목을 끌던 수원 정자동 ㄷ아파트 단지(1, 2, 3단지)는 리모델링 주택사업 조합 인가를 받아 2012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 허가 신청서를 10년 가까이 제출하지 않아 2~3단지는 주택조합 설립 인가가 취소됐고, 1단지는 입주민 동의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취소 처분이 연장된 상태다. 이처럼 리모델링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리모델링이 신축 아파트보다 사업성이 높지 않고 추가부담금이 커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사업성을 제한하는 요소다. 핵심은 ‘수직 증축’과 ‘내력벽 철거’ 허용이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조합들은 주거 쾌적도와 사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대부분 수직 증축(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 추진을 원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안전성 확보에 우선을 둔다. 지난 2013년 주택법 개정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증축 시 위로 3개 층까지 올릴 수 있지만, 대부분 단지가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다.
내력벽은 건물 하중을 받치거나 이를 분산하기 위한 벽으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내력벽을 철거하려 한다. 내력벽 철거를 허가받아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는 단지는 집값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토부는 내력벽을 철거해도 안전성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면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민 이해도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실제 리모델링한 아파트가 많지 않아 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도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지원 조례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아파트단지가 늘고 있지만 입주민의 판단 기준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사업 진행이 정체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도는 노후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성 분석 등 컨설팅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표했다.
도는 도민의 70%(430만 세대 중 300만 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노후화 가속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약에 따라 전문가 자문, 관련 기관 협의, 주민 의견청취 등 준비과정을 거쳐 조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례는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을 위한 자문단 구성 운영, 리모델링 지원센터 설치, 안전 진단 및 안전성 검토비용 지원 등을 포함해 리모델링 초기 사업 준비부터 시행까지 공공지원을 통한 사업의 단계적 지원을 내용으로 한다. 조례에 따라 도지사는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자문단’을 둘 수 있으며, 자문단은 리모델링 제도 개선 및 정책기술 개발, 리모델링 지원 대상 단지 선정, 현장 컨설팅 지원 등을 수행한다. 자문단 구성은 도의원, 리모델링 관련 건축·금융·구조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주축으로 해 실효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설치해 시·군 지원센터 협업 및 전문가 교육, 리모델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지원정책 연구개발 등 포괄적으로 사업을 지원한다.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면서 공공지원이 필요한 대상에는 사업 초기 컨설팅 용역, 조합 설립 지원,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 등 사업 실행을 위한 공공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도는 도내 공동주택 6665개 단지(300만 세대) 가운데 사용 승인 후 15년이 지난 4144개 단지(158만 세대)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 시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