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서 버티는 나의 생존방식

[생명의빛]

 

대리운전도 서비스업이다 보니 요금 외에 팁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운수가 아주 좋은 날은 운행을 마치고 나면 모든 차주가 요금 외에 얼마 간의 팁을 얹어주면서 수고 많았다고 감사의 표시를 한다. 단돈 이삼천 원이라도 팁을 받으면 금액의 다소를 떠나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솟아 되돌아오는 길이 멀어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어떤 날은 열 번을 넘게 운전대를 잡아도 일 원 한 푼 못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일을 마치고 나면 풀이 죽고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나의 사부가 나에게 이 일을 가르쳐줄 때 지나가는 말로 서울에서는 강남 지역 사람들이 강북 지역 사람들보다 매너도 좋고 팁도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그렇잖은 사람들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 베풀 줄 안다는 뜻일 게다. 여기서 말하는 강남 지역은 강남구에 서초구와 송파구를 아울러 이르는 뜻이다.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실제로 일을 해보니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강북 지역 동네는 길이 좁은 데다가 구불구불하고 험한 곳이 많아서 운전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그런 길을 운전하고 나면 마음씨가 좋은 차주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공연히 대리기사를 수고롭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팁을 건네주기도 한다.

노골적인 불평은 손해를 부른다?

한 번은 노원역 부근에서 중계동 은행사거리 근처까지 운전한 적이 있다. 도착지는 중계동 맨 끝에 산 밑자락에 있는 단독주택지로 요금은 10ⓚ였다. 그래 보았자 운행 거리는 3㎞정도로 운전한 시간도 15분이 채 안 걸리는 단거리 코스였고, 삼사백 미터만 걸으면 버스가 다니는 도로까지 나올 수 있으므로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는데 젊은 여성인 차주는 구부러진 골목으로 한참 들어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ㅎ' 하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자 여성은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시니까 제가 일만 원 더 드릴게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 길로 들어갈 때 어떤 기사분은 투덜투덜 대는 사람이 있어요. 그럴 땐 한 푼도 더 안 줍니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어려운 줄 모르나요? 다 알아서 챙겨줄 텐데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얄미운 생각이 들어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요.'라고 덧붙인다.

어렵게 큰 사람이 팁을 많이 준다?

며칠 전엔 홍익대 앞 상상마당 근처의 한 카페에서 동묘앞역 인근까지 운행하게 되었다. 새벽 시간이었고 요금은 15ⓚ였다. 모 클럽 주차장에서 고급 외제 차에 오르니 젊어 보이는 차주는 친구가 나오기로 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점잖은 목소리로 '요금은 더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라고 하는 것이 보통 젊은이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십 분가량 지나도 친구가 나타나지 않자 그냥 출발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마시고요. 찬찬히 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주문한다. 내 운전 스타일에 맞는 요청이니 편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가면서 '팁을 얼마나 줄까?'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요금이 15ⓚ니까 5ⓚ 얹어서 20ⓚ 줄 확률이 높다. 아니다. 말하는 분위기로 보아 10ⓚ쯤은 주지 않을까? 그러면 25ⓚ가 되니 반올림으로 5ⓚ 더 얹어서 30ⓚ를 줄 수도 있을 거야. 근데 그건 너무 많지 않은가? 결국, 20ⓚ를 줄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차주가 사는 곳은 동묘앞역사거리 코너에 있는 L 아파트였다. 주차하고 나자 젊은이는 오만 원권 지폐 한 장을 주면서 잔돈은 필요 없다고 한다. 순간 깜짝 놀랐다. 요금 15ⓚ의 두 배가 넘는 35ⓚ가 팁이라니,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동안 받은 것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요금과 비교하여 너무 많은 팁을 받고 보니 좀 난감한 상황이다.

"너무 많이 주시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무척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커서는 이를 악물고 옷 장사를 해서 돈을 좀 벌었습니다."

"네. 동대문시장에서 사업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고생을 하고 자라다 보니 돈을 모으고 나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불어 베풀고 살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은 복 받으실 겁니다. 세상은 베풀고 살면 그 이상 들어오는 거 같더라고요."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누어주고 삽니다. 날도 추운데 고생하시는 것을 보니 그냥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힘내시고 많이 버세요. ^^"

후한 팁을 받고 나서는 삼십 전후로 보이는 젊은 나이에 사업으로 성공하여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남에게 베풀고 사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젊은 시절 그처럼 열심히 살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이 드는 가운데 앞으로 더욱 절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선급으로 지급해야 서비스가 좋다?

그제는 남양주 진접 롯데시네마 근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대방동으로 요금은 30ⓚ였다. 차주는 출발하자마자 지갑을 꺼내더니 "요금이 3만 원이죠? 만 원을 더 얹어 선급으로 드릴게요."하고 하면서 만 원짜리 지폐 네 장을 건네준다.

"고맙습니다."

"요금과 팁은 미리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술집이나 노래방에서 도우미 아가씨를 부를 때 다 끝나고 나서 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기왕이면 앞서 주어야 기분 좋게 서비스를 하게 되거든요."

듣고 보니 차주의 말이 아주 그럴듯하고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로 보이는 손님은 내촌에서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량을 납품하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는 불과 삼사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가 운영하는 24시 편의점에서 시간당 4천 원씩 계산하여, 한 달 월급 80만 원가량씩 받고 어렵게 지내다가 재기에 성공했노라고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소개한다. 이처럼 대체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적하는 바를 이룩한 사람들이 인정이 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강하지 싶다.

민첩하고 능숙한 솜씨로 운전해야 팁을 더 준다?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다. 성격적으로 안전운전을 우선으로 삼고 방어운전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내 운전 스타일에 대해 사람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한다.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소리도 가끔 듣지만 아주 초보자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만난다.

특히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게 될 때는 더욱 긴장하게 된다. 처음 접하게 되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운전석에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각각 무슨 기능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조작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때 그러려니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며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차주도 있지만, '운전한 지 얼마나 됐어요?' '이것도 모른단 말이어요?' 하면서 무시하려는 사람도 가끔 만난다. 한 번은 젊은 여성이 '한국 사람 맞아요?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세요.' 라고 하여 참으로 황당한 적이 있다.

기기 조작하는 방법을 다 익히고 나서 주행할 때도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내 운전 방식을 두고 어떤 이는 빨리 좀 달리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차분하게 운전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하기도 하므로 차주들의 취향에 맞추어 운행해야 한다.

손님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평소의 내 스타일 대로 느긋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어제는 수유역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천 원짜리 커피 한 잔 값으로 자릿세를 대신하고 2층에서 대기해보기로 했다. 한 시간쯤이나 기다렸지만, 간간이 올라오는 콜의 요금과 도착지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무료해지기 시작하여 졸음이 밀려와 눈이 감기려는 때 자동배차가 하나 뜬다. 강북구청 앞 모 주점에서 의정부역 근처까지 가는 콜로서 요금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기다림에 지쳐 캐치하고 말았다. 주점에서 대신 부른 모양이었다.

50세 전후로 보이는 에쿠스 차량의 차주는 뒷좌석에 앉아 내비게이션 역할을 자처하여 차분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하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져 오자 손은 천천히 운전하는 내 스타일이 자신에게 맞는다면서 나중에 대리운전이 필요할 때 개별적으로 연락해도 되겠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내 전화번호를 물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는다. 실제로 전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점수를 받으니 기분은 괜찮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나니 차주는 애초에 정해진 요금의 두 배나 되는 금액을 손에 쥐여준다. 그러잖아도 콜이 없고 실적이 부진하여 허덕이던 참에 기운을 북돋우는 손님을 만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불경기의 여파와 계절적 주기 하강곡선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이처럼 기분 좋게 하는 손님을 간간이 만나면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아주 가끔은 자존심을 건드리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손님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1%도 채 안 되니 신경 쓰지도 않고 무시하기로 했다. 안 좋은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경험만 기억에 남겨두는 것, 이것이 어려운 환경에서 버티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

[용마산조폭]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팁은 주면 감사한거지만, 주지 않는다하여 섭섭해하진 않습니다.

[생명의빛]

그렇지요. 안 준다고 하여 서운해할 것은 없지여.
그래도 시간을 오래 지체한다거나 했을 때는 은근히 팁을 기대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ㅎ

[군양파]

님은 best driver~

[생명의빛]

님은 이 카페의 best member 입니다. ^^

[비밀노트]

자자손손 대리기사해야 겠구만 ㅎㅎㅎㅎ

[생명의빛]

악플이 아닌 덕담으로 알아듣겠습니다. ^^

[생명의빛]

좋은 말씀을 해주셨으니 님께서는 오늘 대박이 날 겁니다. ^^

[빡빡이들이대]

참으로 이런 글에 비꼬는 사람은...

하지만 전 찍은 금액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여

[생명의빛]

그렇지요. 팁이 없더라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지요. ^^

[생각의힘]

이런글을 보려고 밤이슬을 노크하는것 같읍니다.. 아주 좋은 글이었읍니다.. 맨날 똥콜타령 글만보다 이런글을 접하니 정신이 확 드네요..

[생명의빛]

좋게 보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도 안전운전 하시고 마니 타세여. ^^

[킨타쿤테]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다만 활자 크기를 한단계만 더.... 팁 주듯이 조금 더 쓰심이.....

[생명의빛]

ㅎㅎ 그랬군요.
글자 크기를 좀 키웠습니다. ^^

[바미슬]

그래서 하루200k합니까?

[생명의빛]

질문의 취지가 무엇인가요?
진짜로 궁금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내 글이 자랑하는 거 같아서 비꼬는 것인가요?
이런 방식의 반응이 카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겁니다.

이 글이 내 수입을 자랑하는 것으로 보였나요?
글의 취지를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시겠어요?

[바미슬]

품격이라 ? 무슨품격인지?

[풀향기]

당신은거지품격

[서울의달]

정말 오랫만에 좋은글 을 접햇네요,앞으로 더욱 힘내세요^^

[생명의빛]

님께서도 파이팅하세요. ^^
님은 오늘 기록을 세울 겁니다. ㅎ

[불멸의테란]

잔돈준비 못해서 쩔쩔 매는데
안받으시는 손들
참 감사하고 미안하고

[밤톨이 66]

저는 약 7년전에 대리하고 지금은 다른일하지만 가끔대리운전 부르면
에날생각도 나고해서 조금더드립니다 기사님들 화이팅하세요

[여걸퍼피]

물론 더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안받은다고 서운해 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콜뜬 금액으로 계약을 맺고 갔으니..... 다만
도착해서 돈이없네....낼 꼭!!!!
입금시켜 주겠단 말만 안했음 좋겠어요~~

[밤톨이 66]

그런 인간들 이해가 안가요 지금도

[운흥산]

그렇습니다!
비록지금은 그렇다하더라도 세상의 모든현상을긍정과희망으로보면 뜻이있다고봅니다!
얘기하신글 공감합니다!

[스타문리버]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인드의 손을 만나면 일이 즐겁십니다...팁은 일부분이죠!! 정성스러운 글 감사함니다~

[미래(未來)]

안운 감사드리고, 대박나세요.

[예진03]

깊이 동감합니다~

[┗━막달순━┓]

^^

[첫차를 기다리며]

이렇게 잔잔한 평화가 깃드는글을 읽고
봉창 두드리 듯 딴지를 거는 두어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
입꼬리가 흐믓해지다 벌레를 밟은 느낌 입니다.

따듯한 글, 잘 보았습니다.

[이츠키]

정말 쓸데 없는 글들인깨요 막말로 그꼭데기까지 갔는데...그냥 만원만 받고 나올때 심정은? 좀더 줄깨요 하곤 2.0 받을때랑 5.0 받을때랑의 심정은...말그대로 운수업의 한계인 결과가 좋으면 모든게 좋타는 글이구 항상 좋을순 항상 나쁠순없는거니 그냥 산은 산이구 물은 물인데로 사세요 이러케 글고 남기지마시구여 대리6년차가 말썸드림

[에너지]

정말 멋진글 잘 보았읍니다. 깊이 반성하갰습니다, 수고하세요^^.

[단지]

대리기사로서 좋은 마인드를 지니고계시군요...좋은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내일은오늘보다더]

베리굿입니다
대리초보인데요 생명의빛님 고맙습니다
정말로 힘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