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달에서 버티던 눈도 다 녹았나 싶더니 어제 아침 나절에 한바탕 눈보라가 날렸습니다.
개울가에 사는 지인은 아침 산책 중에 가뿐해진 발걸음을 붙잡는 귀에 선 소리를 들었답니다.
'새소리인가?' 이 아침에 물가에서 설마? 경칩도 지났고, 그럼 개구리?"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헤아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나요.
앞에 나온 ‘면서’는 ‘서로 다른 동작이나 상태가 맞서는 관계임을 나타내는’ 어미(語尾)입니다.
‘계속 졸면서 안 잤다고 한다’ ‘돈깨나 있으면서 구두쇠 같으니’처럼,
글이든 일상 대화든 흠 잡을 일이 통 없습니다.
문제는 ‘둘 이상의 움직임이나 상태가 동시에 있음을 나타낼 때’에
해당하는 말을 잘못 쓰는 고질병이 있다는 것입니다.
‘판로가 다양해지면서 사라질 뻔한 화장품 방문판매원.’
판로가 다양해졌기에 방문판매원이 없어질 뻔했다는 얘기 입니다.
그럼 판매원이 없어질 뻔한 일은 판로 다양화의 결과지 동시 상황이 아닙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면서’를 쓴 것이고, ‘판로가 다양해져서’가 옳은 용법입니다.
‘차를 몰면서 통화하면 얼마나 위험한데’ ‘천둥이 치면서 우박까지 떨어지니 어수선하다’
처럼 써야 올바른 말을 엉뚱하게 붙이는 양태는 가지가지입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이 늘어’에서는
‘인기를 끌자’가 알맞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주변인들 마음을 알게 되면서 상처를 받았다’는
‘마음을 아는 바람에’가 어떨까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 가게를 차리면서 대출금도 갚고‘는 ‘차리고 나서’가 어울릴 법하고요.
‘면서’와 구실이 같은 ‘며’는 인용문 이어 붙일 때 흔히 잘못 쓰입니다.
<“젊은 수재들이 다 의대를 선택해 좀 걱정”이라며 “세계 갑부 50위 중 의사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는
<“… 걱정”이라 말하고 “세계…”고 했다> 하거나, 아예 ‘이라며’를 빼면 좋겠습니다.
개울가에 터잡고 사는 지인은 저녁을 먹고 돌아가면서 휴대전화로 찍은 설경을 보여줍니다.
세상이 암만 스산할지라도, 쌓이지 않는 봄 눈이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