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욕 상실-
어느 친구가
"장남이니 신경이 무척 쓰인다"고 하더라.
부모님 모시는 것. 동생들 관리도,
그리고 조상님 제사도.
이번 주말에 한 번 모이자고 했더니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셔
주말엔 얼른 가서 효도를 해야하니 매우 바쁘다"고 하데요.
병원 이야기를 듣다보니
구급차에 실려간 작년 2월달이 생각난다.
생사기로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온 그 때를 생각하면
내 마음 어쩐지 쓸쓸하고 서글퍼진다.
난 그 때
'이 병원에서 살아 나갈 것' 이라는
그런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고
그저 고통없이 어서 빨리 죽기만 바랬다.
자식들 생각은 없었고, 그 와중에도
'마누라를 뒤에 두고 떠나야 한다는 그것'이
무척 서러웠다.
별 볼일 없는 사주 나를 따라 살다가
호강은 커녕 고생만 많이 한 그를 두고 떠나려 하니
어쩐지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들고 그녀가 무척 측은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왠지 내 마음 우울해지고.
입원했던 그 병원 옆에만 지나가면
내 눈은 나도 모르게 그 곳으로 쏠리면서
'예전에 한 번 같혀던 죽음의 수용소'를 바라보는 기분이 되어
내 마음 섬짓하더라.
사람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 이라는 말 있지만
병원의 생사 기로에서 더 깊이 자각했다.
메마른 앙상한 가시나무 드문 드문 몇 그루 보이는
황량한 모래밭 사막길을
터벅 터벅 한없이 걷고 있었다.
황량한 이 길이
저승을 찾아가는 그 길이라는 것을 나 자신 알면서
걷고 또 걸었다.
어디쯤 갔을까
조그마한 나무 판자집 하꼬방 안에서
바가지를 든 거지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다가
나를 보더니 그 애들 모두가 손을 내 밀더라.
난 가지고 온 돈이 없다,고 몸짓을 하니
아주 기분 나쁜 얼글들을 하더니 우루루
어디론가 몰려가더라.
난 그 애들이
어려서 배 고파 불쌍하게 죽은 아이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또한 그 때 그 자리에서 돈이 없었던 내 자신이
무척 안쓰러웠다.
걷고 또 걸었다.
모래밭 언덕받이 허수룩한 하꼬방 두 채가 있었고
그 안에는 죄수같은 사람들이 무슨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그 때 사람들 두 배가 넘는 거인이 나타나더니
꾸물거리면서 일을 한다,고
손에 들고있는 채찍으로 그 사람들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는 것을 보고 깨어났다.
휴우- 저승가는 길목이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하여튼
현실같은 그런 꿈을 두어 번 꾸었다.
아니 꿈을 꾼 것이 아니라
비몽사몽간에 스쳐간 내 영혼의 저승길 이었다.
가다가 되돌아 온 그 저승길을 난
가끔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남은 인생 맹물같이 살다 가리라'고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저승까지는 가보지 않았지만
그 저승 찾아가다가 되돌아온 그 저승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떠오르면
내 마음 그저 뭉클해 진다.
장남!
내가 만일 장남이었다면
가족들과 함께 웃으면서 재미있게 살았을 것인데.
동생들 관리도 멋지게 하고,
재삿날에 모인 가족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하면서
"이것이 즐거운 가족이다"라고
큰소리 쳐보면서 만족해 하였을 것인데.
제사!
고향 집 우리 가족 제사.
제삿날이 돌아모면
직장에 나가지 않은 며느리들은 당일 점심 때 내려가
떡도 하고 전(부침개)도 지으면서
남정네들 없는 여성들만의 세상이라고
막걸리도 한잔씩 돌리면서 우수메 소리 하며서
배꼽 빠지게 웃겠죠.
우리 남정네들은 직장이 끝나면 고향집으로 내려가
제사상 앞에서 조상님에게 큰 절만 여러차례 하면 되죠.
형제들이 세상돌아가는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이런 저런 동네 이야기도 하죠.
제사 차례상 앞에선
"조상님들이여 우리 가족들 몸 건강하고
하고자 하는 일 모두 잘 되게 도와주십시오"라고
큰형이 한수 읋으면
"큰 형, 왜 이놈의 소원도 빌어야지"라고 말하면
"맞다, 그 말이 빠졌구나"라고 하더니
"우리 넷째 교감선생님 빨리 되게 조상님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또 한 수 읊더니
"이제 만족했니"라고 하더니
"자 퇴주로 막걸리 한 잔씩 해야지. 밤도 대추도 하나씩 먹고"라고
하면서 "자- 한 잔 따라라"하시더니 나뭇잔을 앞으로 내민다.
그렇게 해서 돌아간 술잔들.
하여튼 제사는 즐거운 모임인데
왜 장남들은 제사를 머리 무겁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즈음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콩팥에 돌이 조금 보인다고 하면서
수술할 그 상활까지는 아니니 좀 기다려 보자,라는
의사의 말씀.
자주 배꼽 좌측 옆구리가 슬슬 아프니
신경 많이 쓰이면서
왠지 삶의 의욕 상실이다.
-방랑삿갓 사주-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방
삶의 의욕 상실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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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
04.02.18 12:4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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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어진 삶은 어지할수엇지요 허나 최선 후회 없는 삶은 자신의 의지에 있다하오 욕심을버리면서 즐거운일만 생각하면 남은 생에 줄거 울이~~~~~~~~~~엔들 팍 팍솟는 취미 활동 최고여 ㅎㅎ
우리의삶이 다이렇것 아니가요 그러나 그 삶이 서로에게 조금씩다르다는것 왜엔 다똑같을거라고 보내요~살아가면 욕심을 내지않고 살아간다면은 내생에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겠어요,,,고달프고 힘들들더라도 주어진 삶에 충실한다면은 꼭 좋은날이 있을거라고 봅니다,,,힘네시고 남은시간도 화~이~팅~~!!
기쁜일과 슬픈일이 공존하는 우리네 인생에서.....어떻게 삶을 살아야할지 자꾸만 생각하는 요즘 그래도 사는날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멋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많이 하지요.....힘내세요....지금 이 인생에서 가장 좋지 않은 때라고 그담은 좋아지는 일만 남아있는거라고......홧~~팅
건강에 신경쓰이시겠군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