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는 '산체스(Sanchez)'라는 성(姓)을 갖고 있는 위대한 스포츠 스타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프로복싱 WBC 페더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故살바도르 산체스.
그는 안타깝게도 1982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산체스의 죽음은 전세계 복싱팬들에게 큰 충격이자 아픔이었다.
또 한 명의 산체스는 축구 스타인 우고 산체스!
우고 산체스는 멕시코 축구의 자존심이자 북중미 카리브해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축구 영웅이다.
살바도르 산체스와 우고 산체스는 국내 올드 팬들한테도 잘 알려진 선수다.
우고 산체스는 자국 리그와 미국 리그에서 실적을 쌓은 후 1981년(23세)에 스페인 리그에 진출을 했다. 그러나 처음엔 스페인 축구 팬들과 언론은 자그마한 멕시칸에게 결코 호의적이질 않았다.
우고 산체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 어느 신문에서 ‘멕시코 출신의 선수라면 마치 이집트인 투우사와 같다’라는 비아냥 섞인 투로 기사를 썼을 정도이니까......말 하자면 실력파 투우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산체스 회고에 의하면 ‘처음에 팀메이트들도 나를 머저리 취급했다. 그들은 나한테 말 조차 걸지 않았다. 시합 때 내가 수비수를 따돌린 후 패스를 해달라!고 해도 나에게 패스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냉대와 서러움 속에서도 산체스는 묵묵히 플레이에 집중하며 스페인 축구에 적응해 나갔다.
산체스가 스페인 리그 진출 3년 만인 84-85 시즌에 19골로 리그 득점왕에 오르고 또한 팀을
국왕컵 우승으로 이끌자 스페인 축구계 사람들과 축구 팬들이 산체스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산체스의 진가가 확인되자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넋 놓고 있을 리가 없었다.
양 팀은 산체스에게 적극적으로 오퍼를 던졌다. '행복한' 고민 끝에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한 산체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보다 훨씬 더 화려한 플레이를 했고 더 많은 골을 터뜨렸다.
산체스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그 시즌(85/86)에도 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실력이 '거품'이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하자 스페인 축구 팬들은 비로소 산체스를 ‘최상급 투우사’ 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했다. ‘이집트인 투우사’ 가 4년여 만에 ‘최상급 투우사’로 격상이 된 것이다.
이 후 산체스는 스페인 리그 사상 최초의 4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하는 최초의 선수가 됐는데
4시즌 연속 득점왕은 40년대 전설의 골게터인 텔모 사라(44-45, 45-46, 46-47 시즌, 3년
연속 득점왕), 디 스테파노, 푸스카스도 경험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산체스는 89-90시즌에 38골을 터뜨리면서 5회째 득점왕 자리에 올랐는데 이 38골은 50-51시즌에 아틀레틱 빌바오 시절의 텔모 사라가 수립한 리그 최다골 수와 타이 기록이다.
'독수리' 부트라게뇨(84-95)와 함께 80년대 레알 마드리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우고 산체스는 스페인 리그에서 총 318시합/218골을 기록했는데 그 외 다른 시합에서 터뜨린 득점까지 합치면 251골이라고 한다. 이 득점 수 역시 텔모 사라(259골)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우고 산체스는 전형적인 골게터다. '골 넣는 기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그마한 체구(173cm)의 스트라이커인 우고 산체스는 탁월한 순발력과 동물적인 감각을 이용해 수많은 골을 터뜨렸는데 대부분의 득점을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올렸다.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는 언제나 2~3명의 수비수가 산체스를 밀착 마크했다.
그러나 산체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종잡을 수 없는 페인팅과 재치 넘치는 동작으로 골을 양산해 냈다. 특히 산체스의 왼 발 슛의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다가 산체스는 보디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에서도 멋진 폼으로 골을 터뜨리는 재주가 있었다.
올드 팬들은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산체스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골을 터뜨린 후의 덤블링 퍼포먼스인데 산체스의 친누나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멕시코 대표 체조 선수다. 그 누나한테 덤블링 기술을 배운 거라고 한다.
스페인 리그에서 10여년을 활약하며 300회가 넘는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산체스가 멕시코 대표로서의 A매치 기록은 고작 44회 밖에 되질 않는다.
그 이유는 산체스가 멕시코 대표팀 보다는 스페인 클럽의 스케줄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고 산체스는 스페인 리그에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의 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월드컵에서는 단 1골 밖에 넣질 못했다. 산체스가 월드컵에 세 차례(78, 86, 94년)출전을 했는데 자국에서 열렸던 86년 월드컵 1차 리그 첫 게임인 대벨기에전에서 터뜨린 1골이 월드컵 유일의 득점이다. 명성에 비하면 조금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다.
한 가지 특이하고 또 재미난 사실은 산체스는 월드컵에 한 대회 씩 걸러서 출전을 했다는 것이다.
78-86-94년 대회에 출전한 거니까.
산체스 외에 월드컵을 한 대회 씩 걸러서 출전한 유명 선수로는 칠레의 전설적 수비수인 엘리아스
피게로아를 예로 들 수 있는데 피게로아는 66, 74, 82년 월드컵에 출전했다.
우고 산체스는 게리 리네커(잉글랜드)-카레카(브라질)-루디 푈러(독일)-베라노프(소련)-얀 클레
망스(벨기에)등과 같은 세대(같거나 비슷한 나이)의 스트라이커다. 국내 팬들 가운데 행여 산체스가
이들 보다 한 수 아래의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실력을 봐도 그렇고, 실적을 봐도 그렇고 산체스가 이들에게 전혀 꿇릴 게 없다.
오히려 득점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이들 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으니까....
아마도 우고 산체스는 이렇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게르트 뮐러 빼고 다 덤벼!'라고.....
우고 산체스(Hugo Sanchez)
국적: 멕시코
나이: 1958년생
포지션: 스트라이커
신장: 173cm
소속팀: 우남(71/79)-미국 센디에고 삭스(79/80)-아틀레티코
마드리드(81/85)-레알 마드리드(85/92)-아메리카(92/93)-라요
바예카노(93/94)-아틀란테(94/95)-오스트리아 린시(95/96)-
미국 달라스 밴(96)-스트레티코 세라야(97)
멕시코 대표팀 데뷔: 1977년
A매치 기록: 44시합/17골
월드컵 출전: 78, 86, 94년.
주요 타이틀 및 개인 타이틀
1985-86 UEFA컵 우승
스페인 리그 5연패(85/86~89/90시즌)
84-85시즌 리그 득점왕(19골)
85-86시즌 리그 득점왕(22골)
86-87시즌 리그 득점왕(34골)
87-88시즌 리그 득점왕(29골)
89-90시즌 리그 득점왕(38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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