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한 번도 이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혼자 가족들 앞에 나와서 말씀을 드리게 되니 떨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이번에 진주 내려오기 전에 큰아버지께 이번 추석 때, 제가 하고 있는 증산도에 대해 모든 가족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큰아버지께서 승낙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칠판도 하나 갖고 나왔습니다. 큰아버지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기 모인 가족들 중에 제가 책으로든 말로든 증산도 얘기를 해드린 분도 여럿 있지만, 여지껏 한번도 못 한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증산도 신앙을 시작한 게 대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올해로 12년째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법 오래 되었는데, 사실 누구든 맛있는 거 좋은 거 있으면 자기와 제일 가까운 사람,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할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먹는 게 아닌 사상이나 신앙에 관련된 것은 자신 스스로 그 신앙에 투철하지 않다면, 싶게 공유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껏 제가 그랬습니다. 여기 계신 아버지 어머니의 심성도 많이 닮고, 국민학교 교육을 얼마나 철저히 받았는지, 너무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양심적으로 자라서, 내가 스스로 나의 신앙에 투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신앙을 고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과 같이 얘기를 하는 시점에는 그런 양심에 꺼리는 것이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 마음은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냐? 완벽한 사람이 된 상태에서 일을 벌리려다가는 아무 일도 못한다는 크나큰 각성을 하고서 이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아침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들께 제사를 지냈습니다. 저는 오늘 예나 지금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께 절을 올리며, 제가 이렇게 사고 없이 증산도라는 진리를 만나 가치 있게 잘 살고 있음을 감사드렸고, 오늘 저희가 차려놓은 이 음식 맛있게 잘 흠향하시고, 영혼세계에서 안정되게 잘 계시면서 여기 모인 모든 자손들 사고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그리고 제가 우리 가족 친지들에게 증산도의 이 소중한 진리를 잘 전해줘서 모두 조상님들도 잘 받들면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이 세상 사람들의 생명을 건져주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명절마다 재미있는 모습을 봅니다. 뭐냐면, 지금 여기 계신 아버지는 제가 볼 때 누구보다 제사의 예법을 강조하시며 참 잘 지내시고, 가족 친지 조상님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반면 명절 때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사람이 영혼이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고, 명절은 흩어진 자손들 만나서 자손들 잘 되자고 하는 데 의미가 있지 다른 것 있냐?’ 이런 말씀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큰아버지 역시 그러셨습니다. 저는 단언하건데 우리가 제사를 지내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반드시 오신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꿈에서나 TV 프로를 통해서 사람의 영혼이 있는 것 같다는 이런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이제는 정말 사람의 영혼이 있다고, 제사지내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반드시 오신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제가 증산도를 통해서 배우고 경험한 바, 그리고 수행을 통해 느낀 바 이는 확실한 것입니다. 증산도 도장에서 오늘처럼 제사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 보면, 치성올리고 나서 술을 마셔보면, 술맛이 다릅니다. 연해져 있어요. 조상님들이 그 술의 기운을 음향, 취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늘 제사를 지낸 술이 그냥 술하고 똑같았다고 느끼셨다면, 우리는 오늘 반성해야 합니다. 왜냐, 음식을 준비한 사람 누군가 혹은 제사를 지내면서 예의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기분 나빠서 음식을 안 드셨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잖아요? 제사 음식은 살 때 깎지도 말고, 먼저 맛보지도 말고, 침도 안 튀게 정성껏 해야 한다고. 뭔가 음식이나 우리의 행실에 정성과 예가 빠져있었다면 제사 지낸 술맛이나 안 지낸 술맛이나 똑같을 겁니다.
오늘과 같은 추석날 같이 조상께 제사지내는 명절은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올 한 해도 자손들을 잘 보살펴 주신 데 대한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런 명절을 계기로 멀리 떨어져 있던 한 핏줄로 이어진 가족 친지들이 모여, 혈육의 정을 나누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 서로의 삶을 공유하면서 어려운 가족이 있으면 도와도 주고 하면서 더 나은 삶을 가족, 핏줄단위로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란 게 누구든 완벽한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이기에 이렇게 모여서 서로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다보면, 현실적으로는 어떤 일을 하면 사업이 잘 된다. 아버지 어머니나 여기 사촌형님들이 제가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을 걱정하듯이 어디어디 참한 사람이 있는데 만나보면 어떻겠냐, 여자를 사귈 때는 인물을 보지 말고 그 사람 됨됨이, 부모를 먼저 봐라 등등의 얘기를 나눌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명절 때 항상 모든 가족들이 너무 먹고사는 현실적인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데 대해 항상 아쉬움을 가져왔습니다. 사람도 자기 먹을 복은 타고 난다고,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든 좀 부족한 듯이 살든 누구든 살아갈 수는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이런 먹고사는 문제는 이제 벗어나서, 이 지구상에 떨어진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면 가장 가치 있게 사는 것인가, 인간으로서 인간된 도리로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사는 이 사회 이 세상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느냐 그런 것을 논의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과 같은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 이제 본 얘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제가 신앙하고 있는 종교를 ‘증산도’라고 하는데, 이 증산도란 단체가 왜 ‘증산도’란 명칭을 쓰게 되었는지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甑山道 한자를 칠판에 쓰고)
간단하게 ‘증산도’란 ‘증산의 도’ ‘증산의 진리’라는 뜻입니다. 증산도를 최초로 내놓으신 분이 ‘강증산’이란 분입니다. 그래서 강증산이란 분이 만든 도라는 뜻에서 증산도입니다. 이분은 우리나라 전라북도 고부군 객망리란 마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본래는 일 자 순 자를 써서 성함이 강일순인데, 그 마을 뒷산 주산의 이름이 ‘증산'이었기에 이를 호로 취해서 강증산이라고 하셨고, 그래서 증산도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 명칭에서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되실 텐데, 다른 종교에서는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남묘호렝게교 등등 모두 교 자를 붙였는데, 왜 증산도에서는 도 자를 붙였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 증산도의 최고 지도자 되시는 분을 종도사님이라고 합니다.(『새시대 새진리』 책을 들어 보이면서) 이 분이 종도사님이십니다. 올해 여든 둘 되셨는데, 참 신선과 같은 분이십니다. 종도사님께서 증산도의 호칭에 대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증산도는 자연섭리를 바탕으로 하는 진리다. 증산도가 자연섭리이고, 자연섭리가 곧 증산도다. 그 자연섭리를 한마디로 ‘도’라고 한다. 증산 상제님의 진리가 그 도, 그 자연섭리이기 때문에, ‘증산교’라고 하지 않고 ‘증산도’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증산도를 공부해보면, 우리가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자연의 변화섭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증산도는 참 이해하기가 쉽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최대한 쉽게 쉽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그러면 ‘증산’이란 말이 산의 이름인데 그러면 이 증 자가 무슨 뜻이냐? 이 증 자를 시루 증 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오른쪽의 이 기와 와 자를 빼면, 오늘 제사지낼 때 지방에 적혔던 현증조고학생부군신위 할 때 그 증 자와 같습니다. 이 시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것입니다. 떡을 찔 때 구멍이 뚫린 바로 그 솥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게 무슨 뜻이냐?
지금까지 유교, 불교, 기독교 등등 수없이 많은 종교와 인간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한 철학 과학 예술 등 많은 것들을 이 넓은 지구 땅덩이에서 자연환경도 다르고, 민족도 다르고, 국가도 다른 상태에서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이런 문화의 차이 때문에 수없이 많은 전쟁이란 것도 있어왔지요. 왜냐? 서로를 모르니까요. 모르니까 경계하고, 나를 해치려 들지 않을까 의심하고 그러다가 서로 오해도하고 해서 전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문화들은 내 민족이 되었건 다른 민족이 되었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증산도가 의미하는 뜻은, 지금까지 우리 사람이 지구상에 살아오면서 만들어온,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예술 등 모든 문화의 재료들을 시루로 떡을 쪄 익히듯이 한군데 모아서 익힌다 완성시킨다 통일시킨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증산도는 지금까지의 인간역사에서 만들어온 모든 문화의 정수들을 뽑아 모아서 완성시킨 성숙한 진리, 완성된 진리라는 뜻입니다. 이게 기존의 모든 종교와 다른 증산도의 차이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