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들이 말을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나요?
-오르한 파묵-
밤에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바닥에 깔린 리놀륨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네모 위에 죄다 줄이 그으져 있다. 왜 저렇지? 네모 모양도 서로 다르다.
라디에이터 파이프도 그렇다. 마치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굽어 있는데, 이제는 지루해서 파이프가 아니라 라다에이트가 좀 되어볼까 하는 것 같다.
전등도 그렇게 이상하다. 전구를 완전히 무시한다면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 즉, 전등의 빛이 아연 손잡이에서 덮고 있는 새턴 천에서 밖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사람의 얼굴 피부에서 밖으로 빛을 뿜어내는 것 같다. 당신들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는 안다. 혹시 내 두개골 안에 전구가 커져 있다면, 예를 들면 내 눈과 입 사이 깊은 곳에, 피부의 모공에서 밖으로 너무나 달콤한 형태로 빛이 빠져나올 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빰과 이마에서 저녁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갔을 때------.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절대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문 앞에 있는 빈 병이 서로 그리고 세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늗다는 것을, 문들이 완전히 열려 있지도, 닫혀 있지도 않다는 것이 어떤 희망의 원천이라는 것을.
안락의자 커버에 있는 달팽이 같은 무뉘가 아침까지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비틀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 것을.
가까운 어느 곳에서, 내 발 7cm 아래 혹은 천정 안에 있는 이상한 벌레들이 콘크리트와 철을, 마치 나무에 있는 좀처럼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것을.
테이블 위에 있는 가위가 갑자기 움직여 원하는 대로 아무거나 자르기 시작하더라는 것을, 하지만 유월의 재앙은 1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화가 스스로 다른 전화와 통화하기 때문에 말이 없다는 것을.
이런 모든 것들을 나 역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 명확한 사실들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는 것이 나를 약간은 불안하고 초조하게 했다. 아무도 이런 것들을 언급하지 않았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 사실들을 나한테만 말하고 있는 것일게다. 이것의 책임은 단지 어떤 부담만은 아니다. 이 커다란 삶의 중요 비밀이 왜 자신에게만 드러나는 지도 생각하게 된다.
저 재떨이는 왜 내게 자신이 참담하며, 절망스럽다고 말하는 걸까? 문 걸쇠는 왜 슬프지? 내냉장고 문을 열면 20년 전으로 나가는 문턱에 서게 될 거라고 왜 나만 생각하지? 이 시간, 가까운 곳에 있는 갈매기들이나 벽 바닥의 작은 생물들이 덜그덕거리는 소리를 내 나만 들어야 하지?
카페의 술들을 본 적 있는가?
아니면 그 안에 있는 무뉘들에 감춰진 신호들을?
세상이 기이함과 신호로 들끓고 있는데 어떻게 다들 잠을 잘 수 있을까?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신호들에 무관심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한다. 잠시 후 꿈속에서는 나도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수필을 쓸 때, 그 소재가 나에게만 말을 한다는(기이함과 신호) 생각을 해 본 일이 았습니까. 나에게만 말하는 것이 바로 내가 쓰는 수필의 주제가 됩니다.
** 이 수필을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철학에서 기호이론을 읽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기호이다. 기호는 뭔가를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고, 우리는 그 말을 암호 해독하듯이 읽는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데, 나는 한 마디도 알아 듣지 못한다. 모임에서 나에게 친절하게 웃음을 보내는 사람은 웃음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나에게 무언가를 신호를 보내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해오던 것이다 싶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첫댓글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무생물들과 대화도 생각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