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사람들은 다 골프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공으로 하는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 본 적도 별로 없어서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잡아 보았을 당구 큐대도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건달들이나 당구를 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건전한 오락이고 나이가 든 사람들도 많이 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하지만 당구를 배우기엔 나이가 이미 지났고 몰려다니면서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습니다.
골프도 보통 사람은 하지 않는 걸로 알았는데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골프를 치러 다닌다고 해야 이야기 되는 세상이라고 하니 저는 늘 남들보다 두세 박자 뒤에 쳐져서 사는 거 같습니다. 골프에 대해 아는 건 박세리 때문이었고, 그 뒤에 우리나라 여자 골퍼들이 미국 LPGA를 휩쓸다시피 해서 그냥 누가 우승을 했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자골프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박세리가 우리가 어려울 때에 미국에서 우승을 많이 해서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 걸 늘 기억하고 있고 그 뒤에 신지애, 박인비 등의 많은 선수들이 자주 우승을 해서 이젠 뭐 당연한 걸로 받아드리기는 하지만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보니 생소한 이름의 최운정 선수가 미국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최운정 선수는
<2009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운정은 앞서 15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이 없다가 157번째 도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22만5천 달러(약 2억5천만원)다.
최운정의 이번 대회 전까지 개인 최고 성적은 지난해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등에서 거둔 준우승 세 차례였다.
2012년 6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2013년 11월 미즈노 클래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우승 문턱까지 갔던 것이 여러 번이었지만 좀처럼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던 최운정은 이날 연장 접전 끝에 '156전 157기'를 이뤄냈다.>
고 전합니다. 156전을 하는 동안에 준우승 세 번이 다였는데 이번 157전에 출전해서 우승을 한 겁니다. 웬만한 선수 같으면 제 풀에 지쳐서 중도에 그만 두고 싶었을 건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프로야구에서 보면 입단한지 9년 만에 처음 홈런을 쳤다든가, 10년만에 처음 승을 챙긴 투수도 있던데 그 기간을 어떻게 버티면서 견뎠는지 궁금합니다.
타고난 천재도 많이 있지만 오랜 시간을 피나는 노력으로 애를 써서 늦게 꽃 피우는 사람들이 더 대견스러워 보이는 건 제 생각만인지 모르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