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도 민박집
안규례
피서객이 머물다 떠나간 빈집은
사방에서 밀고 들어온 바람이 방마다 눌러앉는다
길게 누운 백사장을 밟으며
습관처럼 갯바위에 걸터앉은 그녀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혼자의 대화에 익숙해져 있다
칠 년 전 그날처럼 빗방울을 탄 언어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바다로 간 사내는 포구의 길을 잃었을까
동남아 여행 가자던 휴대전화 속 약속은
빛바랜 서랍 속에 잠이 들었고
만선을 향한 그의 꿈은 난바다에 묶여 있다
한여름 긴 햇살 아래
가묘를 우북이 덮고 있는 풀들이
그녀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시집『눈물, 혹은 노래』(도서출판 청어, 2021)
첫댓글 감사합니다
머물다 갑니다
선생님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