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대한민국 강원도의 어느 곳
한때 한국 육군 임시 사령부로 사용되던 이 거대하고 음침한 지하벙커에는 조명이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으나 간간히 내부 통로 곳곳에 군복을 입은 썩은 해골들이 널부러져 있을 뿐,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월터 대위가 좁은 통로를 지나가 어떤 방에 이르자 역시 군복을 입은 한 시체 한 구가 보였다. 가죽도 없이 말 그대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해골이었다. 무심코 지나가려는 순간 그의 가슴에 하얀 종이쪼가리가 꽂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월터 대위는 조심스럽게 그 종이쪼가리를 꺼내들었다. 그것에는 그 불행한 병사가 재앙이 시작된 이래 일어났던 거의 모든 일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나는 XX사단 OO연대 **중대의 정벅자 병장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곳,
C-7 벙커의 마지막 생존자다.
외계인들은 매우 치명적인 기계촉수들을 이 벙커까지 침투시켜 닥치는대로 전우들을 살해했다.
나는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관물함에 몸을 숨겨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전우들을 외면하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틀리지 않는다면(사실 틀리기를 간절히 기도하지만)
내가 아마 대한민국의 마지막 저항군이라는 사실에 좌절하며 절규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지금쯤 인류는 완전히 전멸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 당신이 살아남은 또 다른 인류이던, 아니면 지구를 정복하고 승리에 도취해있는 외계인이던,
당신이 잘 알다시피 이 모든 재앙은 5년 전 시작되었다.
2006년 3월 22일이었을 것이다. 뉴스에서 세계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진 운석 나부랭이들에 대해 떠들어댔던 게...
그게 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징조도 나타내지 않고 말 그대로 '갑자기' 인류의 앞에 나타났다.
외계 침략자들은 강력한 힘으로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구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였고,
모든 인류는, 국가간의 반목, 종교간의 반목, 민족간의 반목을 중단하고
모두 힘을 합쳐 인류를 파멸하려는 새로운 적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가공할 외계인 전쟁기계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지구의 절반 이상이 외계인들의 손에 짓밟힌 뒤에야 우리 인류는 간신히 제대로 된 저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초강대국 미국은 전쟁 초 본토 함락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고, 유럽과 중국, 러시아도 외계인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었다. 우리 한국군도 이에 발 맞추어 외계인에게 함락된 북한을 구하기 위해 북진을 시작했다.
희망적인 소식들에 모든 인류는 한 마음으로 환호하였고, 우리가 만들었던 수 많은 SF영화나 소설, 게임에서처럼
인류가 이 전쟁에서 곧 승리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외계인 침략자들의 본거지, 바그다드로 진격하던 연합군의 머리 위로 갑자기 날파리떼처럼
무수히 많은 외계인들의 비행체들이 나타났고, 불과 10분도 안되어 공습을 받은 인류 연합군의 모든 병력은
단 한 대의 차량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깨끗하게 전멸당했다.
다른 지역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들은 우리를 방심시키기 위해 기만책을 썼던 것이다.
희망은 단숨에 절망으로 뒤바뀌었다.
그리고, 패망의 문턱에 다다른 우리 인류의 눈 앞에, 이 모든 재앙의 원흉.
외계 침략자들의 수장이 우리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그녀는 인간 여성과 흡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그것이 진짜 그녀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TV브라운관과 모니터 등을 통해 겉보기에 순진해 보이는 얼굴 뒤에는 그러나 섬뜩한 핏빛 기운이 도사렸고,
발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하게 들려오는 괴기스런 음악과 함께 그녀는 살아남은 인류에게 연설을, 아니 명령을 내렸다.
"66행성의 거주민들에게 고한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무기를 버리고 더 큰 우리의 일부가 되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종족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녀는 전쟁 중 실종되거나 죽은 것으로 여겨졌던,
한 때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세계의 주요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평상시처럼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으나,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그들은 동공이 풀린 체
자동인형처럼 각자 자신들의 출신 국가 언어들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유카리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단어) 제국 만세!!! 유카리 황제 폐하 만세!!! "
이 모든 것을 시청한 대부분의 인류에게 대공황과 히스테리성 집단 발작이 찾아왔고
폭동과 약탈은 기본이요, 그리고 사이비 종교단체들까지 고개를 쳐들고 난동을 피우면서
아직 외계인에게 점령되지 않은 지역들의 사회질서는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절망에 빠진 인류 지도자들은 여태까지 전 지구의 파멸을 우려해 사용을 자제했던 금단의 무기,
핵무기의 봉인을 무제한적으로 풀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최후의 일격에도 외계인들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으로 지구 전역은 대부분 초토화되었고...
이 가공할 병기는 오히려 이 전쟁에서 패배하는 시간을 더욱 앞당겨 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전쟁 초 북한지역까지 진출했던 우리들도 이제 유라시아 대륙을 모두 함락시키고 엄청난 물량으로 내려오는 외계인들의 가공할 위력에 다시 남으로, 남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 벙커가 습격을 당한 직후 외부와의 연락은 모두 두절되었고, 몇 달 전 대구와 부산에서 병력지원을 요청하는 다급한 무전이 들려온 이후, 무전기는 정상작동하건만 외부에서 그 어느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
대한민국 역시 함락된 것이다. 이제 남은 식량은 얼마 남지 않았다. 최후의 저항군인 나 역시 곧 운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인류라는 어리석은 종족이 저질렀던 무수한 악행들에 대한 신의 징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신께서 존재한다면, 그가 우리를 조금이라도 굽어살피신다면, 어차피 부질없는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부디 작은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란다.
부디 우리에게 자비를... 그러나... 그런 기적은 아마 결코 없을 것이다. 절대로...
마지막으로 모두 보고 싶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전우들도, 그리고 오래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도... 이제 그들 모두 죽었거나 극도로 운이 좋았어도 외계인들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겠지.
이제 희망은 없다. 이 최후의 인류에게는 오로지 순수한 절망만이 남아있다.
이제 모두에게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안녕, 영원히 안녕.
"하지만, 아직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그리고, 인류 최후의 생존자 역시 자네가 아니었고."
월터 대위는 편지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병사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체의 호주머니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기이한 보석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정 병장. 자네가 단지 외계인한테서 얻은 기념품으로 생각했던 이 작은 보석이, 모든 반격의 첫 출발이 될 것이다. 죽어서도 무려 1년 동안, 외계인들로부터 이 보물을 지켜낸 자네에게 경의를 표하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시체에 거수경례를 하였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그는 배낭에서 DVD 플레이어만한 정육면체의 기계를 꺼내들었다.
"이 물건을 훔치기 위해 나를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희생했다. 이제 그 희생의 결실을 보게 되는 거야. 정 병장, 이것이 바로 신께서 우리 인류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네."
푸르스름한 보석을 정육면체에 끼워넣는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주저하지 않고 신속하게 일을 치뤄나갔다. 잠시 뒤, 기계가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면서 형용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몇 초 뒤, 빛은 방 안을 가득 메웠으며, 하얀 빛이 그의 전신을 휘감더니 이내 그는 빛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정육면체는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마치 핵폭발과 맞먹는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지하 벙커는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구 전역은 갑자기 암흑을 맞이하였다. 암흑 속에서 당황하는 외계인들의 머리 위로 그들로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대화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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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새롭게 외계인모드를 만드는 중인데(외계인 침공이 말 그대로 처음 외계인이 출현하는 시점부터 시작하는 걸로)
그 모드가 완성되는대로 이 연대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타임슬립물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주인공은 월터 님으로 정했습니다.(외계인모드를 클리어하신 공로 때문에?)
따라서 월터님의 시점을 중심으로 몇 개의 이야기를 전개할 예정입니다.
출연신청 받습니다.
이전 '지구를 지켜라' 출연신청 하신 분들은 우대해 드립니다(출연빈도 같은 것)
저도 출연진좀 ㅠㅠ
출연진!신청!
저 요키멍아빠입니다, 기억하시죠? 정ㅋ벅ㅋ자 님.....이전 작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육군 기갑집단군 사령관으로... 마찬가지로 멍이데리고 다니며 부하를 사랑합니다. 성향은 참모들의 의견을 중시하지만 때로는 다혈질...
저도요!!
전 인도총리와 외계인에대해 뭔가 알고있는 한국군인(계급은상사)으로.....
구제요청
드립디다.
내역할 고정.
역시 바투누탄 ㅋㅋㅋ
아르헨티나 대롱령이요ㅋㅋ우크라이나는 너무 비중이 없떴뜸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