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예.”
“깨어 있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남에게 속아서는 안됩니다.”
“예.”
이 일화는 중국 남송의 선승 무문 혜계가 불교의 48개 화두를 모은 무문관이라는 책에서 나온 것 입니다. 선승인 서암스님이 아침마다 자기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예”라고 대답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타인의 감언이설(甘言利說)로부터 속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물을 판단할 때 냉철한 이성이 아니고 망상에 입각한 미혹(迷惑)때문에 스스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합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한 2030 세계 박람회 유치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참패한 사례는 상황판단에 망상이 작용하면 어떻게 현실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하여 망상에 미혹된 배경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순전히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거는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안정을 위한 정부여당에게 과반의석을 밀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윤석열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의 과반 의석을 허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월28일에서 30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입니다. 국정 수행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는 외교 가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 즉 외교활동을 통하여 2030엑스포 유치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외교 분야의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정에 다른 분야로 지지율을 확산하여 새로운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30박람회를 유치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이를 이루고자 하는 전략이 잘못된 것임이 유치작전 실패 후 밝혀 졌습니다. 우리의 전략이란 1차 투표에서 경쟁자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소정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2차 투표에서 이태리표를 흡수하여 역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였습니다. 그러나 일차 투표에서 우리의 예상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가 박람회를 유치하는 작전에 성공 함으로서 우리정부의 꿈은 허망하게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윤석열 정부의 박람회 유치 전략이 무모하리 만치 열성적인 의도와 달리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이 사후에 밝혀 졌습니다. 그 결과 “외교 잘한다”는 윤석열정부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밑천을 드러내는 마이너스 자기 PR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던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불리하나 실상을 반영하는 진실한 보고서를 거부한 윗사람의 스타일이 문제가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신분을 보호 하기 위해 윗사람이 싫어 하는 보고를 자진해서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특히 윗사람이 자기 중심적인 스타일, 강요하는 스타일, 화를 잘 내는 스타일, 퉁명스러운 스타일의 경우 냉철하고 이성적인 정보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우 실무자가 현실과 동 털어진 낙관적인 보고를 가공해서 올릴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나중에 라도 보고시스템안에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오히려 잘못된 보고가 경쟁적으로 덧 칠이 되어 배가 산으로 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공산이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전에 있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은 자기 중심적인 결단을 밀어 붙여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투표를 통하여 입증한바 있습니다.
엑스포 유치의 경우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내 타스크 포스를 두어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 한 까닭에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서 최종적인 책임은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의 몫입니다.
국외자의 시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시스템의 보고체계상 드러난 문제점을 위기 의식을 가지고 전면 개복 수술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정운영에 더 큰 문제에 봉착 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를 잘해 보겠다는 마음만 앞섰지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여 포진 시키고 차분히 필요한 조치를 밟아 나가는 정중동의 철학이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잘하기를 바라는 국외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 수 없습니다. 우루루 몰려 다니며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주목을 끄는 일은 실질적인 국민들의 생활 개선은 물론 정부의 치적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년 유엔 총회에 참석하여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하고 친교 행사를 가졌지만 실제로 득표로 연결된 실적은 미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과에 비하여 해외순방이 많다는 일반 국민의 인식이 팽배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외 순방을 자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의 전문가가 아니고 오히려 외교의 문외한(門外漢)입니다. 대통령실의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은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외교의 방향을 지나친 가치 외교에 방점을 두기 보다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실리 외교를 펼치는 것이 국태민안(國泰民安) 을 위하여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생존을 위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부다 더 높은 가치는 없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해외 순방을 좋아 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노자 도덕경 47장을 참고 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 천하를 알고 , 들창문을 통해 밖을 엿보지 않고도 천도(天道)를 볼 수 있다. 멀리 나아갈수록 그 지혜는 더욱 적어진다. 그러니 성인은 가보지 않고도 다 아는 법이 있고 안보고도 잘 살필 수가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이루고야 만다."
좀 철학적이긴 합니다만 새겨들을 만한 지혜가 숨겨져 있습니다.
한비자 유로에서도 비슷한 언술이 나와 있습니다.
"불행이지(不行而知,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도 물정을 훤히 앎), 불견이명(不見而明, 보지 않고도 통찰함) 그리고 불위이성(不爲而成, 행하지 않고 이룸)을 행하면 군주는 멀고 가까운 곳의 사정을 동시에 두루 파악 할 수 있다. 군주가 시세에 따라 일을 일으키고 천지자연이 흐름에 따라 공을 이루고, 만물의 능력을 이용해 그 위에서 이익을 얻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행이지(不行而知), 불견이명(不見而明),불위이성(不爲而成)의 경지에 오르자면 우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상황을 판단 할 때 차분하게 관찰하여 망상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냉철한 이성으로 접근하고 분석해야 만 합니다. 근거 없는 독단은 악수로 작용할 공산이 매우 높습니다.
독장수의 계산(甕算)이란 망상 이야기 입니다. 재벌 2세로 위장한 천정조에 미혹(迷惑) 되여 자신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올림픽 메달리스트 남현희씨의 어리석음이 생각납니다. 개인의 망상은 개인의 삶의 파괴로 끝나지만 대통령의 망상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이야기 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불상사가 일어 나지 않도록 견제하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2030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하여 한국의 유력 일간지들은 물론 방송들도 우리나라가 초반 열세를 만회하여 다 따라잡고 역전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정부당국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받아 방송하고 기사화 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유치실패를 계기로 사회의 목탁으로서 신문과 방송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점은 성찰하고 개선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하는 일을 무조건 비판 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잘못된 것은 분명 하게 잘못되었다고 짚고 넘어가야 같은 실수를 방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장수 계산은 실현성이 없는 허황된 셈이나 헛수고로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한 독장수의 어리석음을 이야기로 반추한 우화 입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독장수가 독을 가득지고 장에 가다가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큰 정자 나무 그늘에서 잠시 짐을 내려놓고 수기로 했다.
"날씨한번 무섭게 덥군."
독장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그 틈에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장사에 크게 성공하여 거부가 되었다.
고래등 같은 집에서 수십명의 종을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왕후 장상이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그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 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
난데 없는 파괴음에 독장수는 번쩍 눈을 떳다. 꿈을 깨어 보니 옆에 세워 놓았던 지게가 엎어져 독이 모두 깨진 것이다.
- 출처 송남잡지, 이명수 저 동방 우화에서 재인용.
“에고라는 적(Ego is the enemy)”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지도자의 냉철함이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함수 관계라는 사실을 아래와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처칠 시대의 유럽은 단 한가지 유형의 지도자를 요구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분류해야 할 정보가 워낙 많고 경쟁도 치열하며 변화도 많기 때문에 머리를 맑게 유지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약물이나 술을 멀리하자는 금욕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에고(ego)가 없는 냉철함에는 불필요한 것과 파괴적인 것을 배제하는 자제력과 관련된 부분이 분명히 깃들어 있다.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 것, 자기보다 아래에 있거나 위에 있는 사람을 경멸하지 않을 것,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 것, 분노하고 싸우거나 우쭐대거나 군림하거나 생색내거나 자기 스스로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로 인식하지 말 것, 바로 이런 것을 추구하자는 말이다. 냉철함은 우리의 성공에 균형을 잡아 주는 균형추와 같다. (203쪽 204쪽)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이자 외교관이던 달레랑 페리고르(Talleyrand Perigord)가 외교관들에게 했던 말 즉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열정에 사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때 비로소 당신은 위대한 일들을 할 수 있다. 지나친 열정으로부터 벗어 날 때 좋은 의도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무능했던 예전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당신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82쪽)
사람이 무엇에 미혹(迷惑)되면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미혹의 대상은 돈, 권력, 여색 그리고 명예에 대 한 욕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이 미혹(迷惑)되면 가정이 불행해지고 국가의 지도자가 미혹(迷惑)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사실에 새삼 숙연 해집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四十而不惑(사십살에는 미혹에 사로 잡히는 일이 없다)는 괄목할 만한 인격 도야의 경지였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