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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영가족복지 원문보기 글쓴이: 고재경
아이들의 독서 지도 방법
김지완/독서지도사
1. 책 고르는 편견들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좋은 책 한 권은 약이 되지만 잘못 고른 책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꾸>는 이번 호부터 '사이버강좌-어린이 독서지도교실'을 연다. 우선 1차적으로 10회 연재될 이번 강좌는 현재 어린이 도서관에서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논술지도자 전문과정을 밟고 있는 독서지도사 김지완 씨가 맡았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방문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남에게 묻기 전에 부모가 먼저 공부하라
방학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부족한 교과목은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등등.
학기 중에 제대로 읽지 못한 책들을 어떻게 읽힐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많을 것으로 안다.
여러 부모님들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 도서관에서 방학이면 운영하는 독서교실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가르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10회에 걸쳐 쓸 예정이다.
오늘은 책 고르는 몇 가지 편견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 1년 넘게 어린이 도서관에서 자원 봉사를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우리 아이가 0 학년인데 어떤 책이 좋은가요?"이다.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
아이마다 성격과 자라온 환경이 다 다르고 또 독서력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아이 개인의 특성에 맞는 책이 좋은 책이다. 책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나도 이렇게 질문하면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가 어렵다.
둘째,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다 보면 정리대에 유난히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있다.
많이 빌려보는 책은 좋은 책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많이 빌려본다고 해서 그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이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많이 빌려 보는 책으로는 <벽에서 나온 빨간 손>, <공포의 유령성> 등이 있는데 이런 책들은 삽화가 엉망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해서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책들을 도서관 선생님들과 의논하여 하나 둘씩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셋째, 대부분 어머니와 같이 오는데 가끔은 아버지와 아이가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와 같이 온 것을 보면 나의 관심은 그들에게로 간다.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넌 남자이고, 4학년쯤 되었으니까 이번 방학에 삼국지 읽어야지?"라고 하면서 몇 권을 집어들었을 때 잠시 그 부자의 얼굴을 번갈아 본 적이 있다.
부모의 경험을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는 것은 곤란하다. 4학년 아이가 무엇을 삼국지를 보고 무엇을 느끼겠는가.
삼국지에는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구를 배신하고, 사람을 죽이고 하는 것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다.
한참 우정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기에 오히려 인간관계를 맞는데 있어서 혼란스러움을 줄뿐이다. 또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써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읽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역사라는 소리만 들어도 질려 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4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1년이라는 시간도 온전히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은 12달, 1달은 30일이라고 숫자상으로만 알뿐이다.
이런 아이에게 무엇을 얻게 하려는 것인가. 그래도 이 책을 읽히고 싶다면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중학교 때 읽어도 늦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삼국지 읽었어요."라는 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내 아이가 더 똑똑하다는 마음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일이다.
넷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을 보면 여자아이들에게는 <심청전>,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등과 같은 전래동화, 명작동화라고 쓰여진 것들을 많이 골라 준다.
남자아이들에게는 <파브르 곤충기>, <삼국유사>, <김구> 등과 같은 과학, 역사, 위인전 등을 골라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책 읽는 것에 여자 남자의 구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여자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이라 해도 <유관순>, <신사임당>, <퀴리부인> 정도이다. 여자 남자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려면 동화는 물론이고 과학, 기술, 역사, 위인전 등을 반드시 읽혀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책과 아이들에 관한 일이라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많은 것을 보고 들으려고 노력한다.
부모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가지고 어떤 책을 골라 가는지, 아이들은 어떤 책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온 경우에는 관심이 더 가는데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잘 들어보면 얼마 전 유행했던 사오정 시리즈 같다.
좋은 책이 어떤 것이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전에 부모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다양화, 전문화, 정보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부모의 학창시절의 경험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
도서관에서는 방학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독서교실에 참여하는 것은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으므로 꼭 한번 참여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여기에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어린이도서관(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용 공공도서관)의 여름독서교실 프로그램을 2회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
이것은 어린이도서관에서 개설한 가정독서지도교실 강좌를 수강한 어머니들과 함께 지난 겨울독서교실에 이어 여름독서교실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이다.
여름 독서교실에서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도 잘하는 아이들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책과 친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하여 기존의 독서교실의 학교장 추천제를 폐지하고 신청자를 받기로 했다. 일방적인 듣기 수업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준비해 초등학교 4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하였으며, 수업은 외부강사 6명, 도서관사서 2명 그리고 봉사자 9명이 진행하였다.
이번 독서교실은 신청접수부터 굉장했다. 오전 9시부터 접수를 시작했는데 1시간도 되기 전에 70명의 정원이 마감되었다. 새벽 6시부터 와서 기다린 부모님도 있었다고 한다. 늦게 온 부모님들로부터 미리 뽑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우리는 책임감을 느끼며 여름독서교실을 시작하였는데, 매일 매일의 구체적 수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
아침 9시. 도서관 3층에 있는 시청각실에서 입교식을 하였다. 첫 번째 수업으로 표현력 교실에서는 "나는 누구?"라는 강의가 있었다.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왜 자신을 소개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두 번째 시간에는 모둠 나누기를 했다. 한 모둠에 1명의 담임을 정하고, 학교가 같은 아이는 같은 모둠에 넣지 않고, 여자 남자 골고루 인원을 배정했다.
모둠 이름을 독서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기로 하여 "책벌레", "독서동산", "매직 북", "보물섬", "연필과 지우개", "말괄량이" 등으로 하였다. 아이들은 구호와 상징을 정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오후에는 사서 선생님의 도서관 이용법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도서관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과 책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도서십진분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었다. 특히 도서의 십진분류는 어른도 어려운데, 아이들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둘째 날]
어제 오후수업의 연계로 도서관 자료검색에 대한 실습을 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검색을 해본 적이 없거나, 왜 필요한지도 모른다. 컴퓨터로 자료 검색하는 것을 배우면서도 검색한 도서를 직접 서가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또 대출증을 만들었다.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와서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이 한번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다 찾을 수는 없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인형극을 하기 위한 도서선정을 했다. 아이들에게 교사가 "우리 이거 해보자"라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의견을 내놓고 그 의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여 도서를 선정하도록 하였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나의 의견을 주장하게 하였다. 토론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이해하고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직접 각본을 써 보고, 배역을 정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의 인형을 제작해 보고, 배경그림을 공동작업으로 했다.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하나 하나의 역할들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과 또 모든 아이들의 협동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은 대사도 없고 배경그림만 들어야 한다며 하기 싫다고 하더니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는 팔이 아픈 것도 모르고 끝까지 잘 들고 있었다.
"내가 잘못 들면 우리 모둠이 못하게 되잖아요." 이 한마디면 되었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중간중간 대사가 틀리고 연습한 대로 잘 되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했다. 무대 커튼도 서로 열고 닫겠다고 야단이어서 순서를 정하기까지 했다.
이 한번의 과정으로 무엇인가 큰 것을 얻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 있어서 순서가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으고, 양보하고, 협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셋째 날]
외부강사의 수업으로 "동화구연을 통한 발표력 키우기", "종이접기", "동시 쓰기"를 하였다. 동화구연을 통한 발표력 키우기에서는 아이들에게 발표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자연스럽게 하라고 강조했다.
종이 접기 시간에서는 보석상자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야 종이를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듣는 훈련과 집중력 그리고 이해력이 필요한 활동이었다. 여자아이들은 물론이고 남자아이들도 너무나 좋아했다.
오후에는 동시 쓰기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동시 쓰기를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어려운 단어나 개념이 아니라 "자유로운 생각" 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누구나 다 쉽게 쓸 수 있으며, 모방이 아닌 독창적인 하나의 단어마다 생명을 주고 비유를 사용하여 시를 쓰도록 하였다.
짧은 시간에 한편의 시를 완성한 아이들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강사는 실제로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열심히 강의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넷째 날]
오전에는 글쓰기 시간이었다. 어렵게만 생각되는 글쓰기.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글감을 마련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기억에 남은 일들의 특징을 잡아서 간단한 그림이나 부호로 표시하기 위해 도화지에 칸을 9∼12개로 나누고 하나 하나의 기억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칸들이 금새 채워지고 재미있게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계획은 그림을 그리고 그 중 한가지를 선택해서 글로 쓰고 그것을 가지고 발표하려 했으나, 아이들이 의외로 빨리 칸들을 채워서 우선 그림에 얽힌 사연을 여러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발표 할 때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과정이 어떠했는지,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기로 하였다. 발표를 하고 이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미 그림을 그리고 발표하면서 정리를 했기 때문에 20분 동안에 이야기를 다 써냈다.
또 아이들은 발표과정에서 앉아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긴장과 들어주는 태도의 중요성을 앞에 나오면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오후에는 레크레이션 시간이 있었다. 활동적인 아이들은 레크레이션 시간에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아이들은 역시 움직여야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집중하고 참아내는 훈련도 필요하다.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이 골고루 발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날]
오전에는 생각의 흐름과 폭을 넓힐 수 있는 작업의 하나로 글 늘여 쓰기를 하였다. 3명이 한 모둠이 되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앞 친구의 이야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 쓰는 것이다.
주어진 문장은 "비가 오면 …", "여행을 하려고 …", "나는(우리는) …" 이었다. 처음에는 8절지에 쓰기 시작했다. 망설이는 아이들이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10분이 지나가 아이들은 거침없이 쓰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면서 전지에 도전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자극을 받은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라 옷이 더렵혀지는 것도 모르고 바닥에 엎드려 쓰기도 하였다.
4일 동안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가 이번에는 집중해서 쓰기 시작했고 이야기도 너무나 재미있게 썼다.
시기에 맞게 "여행을 하려면 …"을 많이 선택해서 썼는데 한 삶이 쓴 것처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러웠고 내용도 풍부했다. 지면의 부족으로 글을 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후에는 책 이야기가 있었다. 각 분야별로 10권의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소개된 책으로는 「까지학교」「진희의 스케치북」「하늘로 날아간 집오리」「할아버지 손은 약손」「아주 특별한 우리 형」「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등이었다.
그리고 「도둑을 지킨 떠벌이 새앙쥐」(미국동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했다.
[마지막 날]
독서활동과 간단한 설문조사가 있은 후에 수료식을 가졌다. 모든 아이들은 처음 모습과 다르게 자신이 많이 생긴 얼굴들이었다.
아이들은 표현력교실, 인형극 만들기, 검색실습, 동화구연, 종이접기, 금감 마련하기, 글쓰기, 그리고 발표까지 자신들이 직접 움직이고 표현한 수업내용들을 좋게 평가하였다.
또한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독서교실이라서 책 읽고 독후감만 쓸 줄 알았는데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겨울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여름독서교실을 마치면서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물론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보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 하나 하나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아이들의 무한한 능력에 비하여 부족한 것이 많은 우리들은 더 많은 것을 공부하기 위하여 연구모임을 준비중이다. 아쉬움이 남는 여름독서교실을 뒤로하고 겨울독서교실을 기대하면서 끝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특히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열심히 봉사해주신 가정독서지도교실 중급반 어머니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4. 작은 것부터
도서관 예절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낀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어머니들을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한 권 읽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도서관에 오기 전에 반드시 아이들과 이용규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것이 좋겠다. 도서관을 이용할 때 꼭 지키기 바라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1) 작은 소리로 이야기해요
사람이 많은 곳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도서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는데 앞, 뒤, 옆에서 웅성거리면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제일 크다. 꼬마들은 엄마를 찾아다니고 엄마는 여기 있다고 대답하고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또 아이가 울면 밖으로 나가서 조용히 시켜야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람실 안에서 아이를 달래기도 한다.
2) 걸어 다녀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서가 안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한다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또 사람들이 많아서 미처 말리지 못하면 공이나 스케이트보드 같은 놀이기구를 들고 서가에 들어와서 노는 아이들도 있다.
정도가 심하여 "여기는 도서관이니까,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요 앞 놀이터로 갈래요?"하면 시큰둥한 얼굴이 되어 버린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서 겨우 내보내고 나면 그 사이 서가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3) 책을 깨끗이 봐요
자신이 빌려갈 때는 깨끗하고 좋은 책을 빌려가기 위해서 애쓰면서 반납할 때는 그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아무렇게나 던지듯 정리대에 놓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도서관의 책들 중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가 밑줄이 쳐진 것들이 있다. 논술이나 과학문제풀이에는 답을 써놓기까지 했다. 특히 사회과목이나 역사숙제를 하러 아이들이 많이 왔다 가는 날은 도표나 사진이 오려져 있는 것들도 볼 수 있다. 그걸 오려 가면 그 다음 사람은 어떻게 보라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꼭 필요한 부분의 자료는 복사를 해서 보면 되는 것이다.
내 책은 깨끗하고 소중하게 보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은 주인이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이고 내 책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책인 것이다.
4) 공공시설을 아껴요
휴게실이나 화장실에 가보면 자기만 사용하고 나면 된다는 마음으로 뒷정리를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음료수를 흘려놓고도 모른척하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휴! 지저분해!", "누가 이래 놓고 그냥 갔냐?" 만을 말할 뿐이다.
깨끗이 치우면서 다른 사람이 이용하라고 배려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남의 건물이니까, 내가 주인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도 하지 않는데 내가 왜 해? 라는 마음에서이다. 조금 더 깨끗하게 치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모르나보다. 누구나 깨끗한 것을 원한다.
5) 휴대폰은 잠시 꺼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도서관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벽에 붙여 놓은 포스터의 문구처럼 "내가 하면 긴급통화, 남이 하면 수다 통화"인 사람들이 있다. 도서관에 들어오기 전에 끄거나 진동으로 전환하고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 도서관에서 더 이상 "띠디디디 띠디디디…"를 듣지 않게 되기 바란다.
위의 것들은 작은 것이라면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도서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다. 이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모여서 공공질서가 되고 하나의 사회문화가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지켜지지 않는 여러 작은 것들로 인하여 얼굴 찌푸리게 되는 일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이 이 작은 것들을 하나씩 지켜나가면 어른이 되었을 때 미소 지으며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부모님의 모범이 필요하다.
5. 고궁견학
하나를 보더라도 알고 보면 오래 남는다
아이와 함께 고궁에 갔다. 무더운 날씨에도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까지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왜 이렇게 아이들이 많을까 생각해보니 벌써 개학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방학 과제 중에 고궁이나 박물관 견학 숙제가 있어서이다. 고궁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설명서를 쓰고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친 얼굴이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따라 다니는 부모들이 더 힘든 얼굴이었다.
부모들은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 숙제인데 부모 숙제가 되어 엄마 아빠노릇 하기 힘들다"라고 푸념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가기 힘드니까 방학동안에 가보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무엇을 보고 오라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한 번하고 그만할 것이 아니라면 학년의 수준에 맞게 세분화 시켜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오라는 것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더불어 참고할 만한 책도 같이 소개해서 공부를 하고 볼 수 있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욱 좋을 것이다. 배경지식을 알고 가면 같은 것을 보더라도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래 관심이 없는데다가 전혀 모르는 것을 보고, 적고, 사진을 찍어 온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나를 보더라도 알고 보는 것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몇 가지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첫째, 고궁에 가기 전에 먼저 아이들과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을 볼 것인지 미리 정하고 가야 한다. 건물들이 다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문양을 볼 것인지, 건물의 의미를 알아 볼 것인지, 건물의 양식을 살펴볼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된 자료를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보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들은 「보고 배우는 문화유산」(여명 펴냄), 「유적박물관」(웅진 펴냄), 「차차차 부자의 고궁 답사기」(미래M&B 펴냄) 등을, 부모들은 「빛깔 있는 책들」(대원사 펴냄), 「우리 궁궐 이야기」(청년사 펴냄) 등을 보고 가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준비물에 대해서도 부모가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미리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실행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둘째, 실제로 고궁에 갈 때는 아이들이 직접 찾아가게 하는 것이 좋다. 지도를 펼쳐서 위치를 확인하고 교통수단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부모가 이끄는 것이 아니고 도우미로 따라가는 것이 좋다.
요즈음 아이들은 혼자서 찾아다니는 것을 두려워한다. 세상이 험해서 마음놓고 혼자 보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견학 때만이라도 이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집에서 출발할 때 시간을 확인하고 도착해서 다시 시간을 적어 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입장료를 내지 않지만 부모들의 표를 직접 사보게 하고 매표소에서 안내책자를 구입해서 찾아가면서 보게 해야 한다.
하루에 걸어서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시간배분도 해야 한다. 몇 군데 돌다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지치게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먼저 볼 것인지, 예상시간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는지 정해봐야 한다.
처음부터 설명서를 쓰느라고 힘을 다 써버리지 말고 사진으로 찍어 두는 것이 좋다. 고궁과 어우러진 풍경도 보고, 나무도 보고, 땅도 보면서 여기서 살았을 사람들을 아이들과 함께 상상해보기 바란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지고 이후의 진행계획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빨리 빨리'만을 말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고궁에 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셋째, 아이와 견학을 다녀와서는 아이 혼자 견학기록을 쓰게 하지 말고, 부모도 같이 정리해보아야 한다. 처음 계획했을 때와 실제로 다녀왔을 때의 내용을 비교해 보고 준비한 것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다음에 갈 때 보충해야 할 것을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 한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재촉하지 말고 참아내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유물 한 점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효과가 있다.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순서를 정해서 할 수 있는 논리력이 생기게 된다. 주제를 주고 그것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서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것이다.
총체적 교육, 열린교육이 이런 것이다. 견학 따로, 독서지도 따로, 글쓰기 따로가 아니다. 방학동안 아이에게 무슨 책을 읽힐까? 고민하지 말고 상황에 맡는 책을 골라 주면 된다. 견학 후에는 직접 경험한 것을 글로 정리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쉽게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6. 또 하나의 방법
달력을 이용한 책 고르기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 지 모를 때는 우선 달력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달력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계절이 무슨 계절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당연한 것일 수 있고 그것이 뭐 어려운 일이냐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몇 월인지 무슨 요일인지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관심도 없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있는 오늘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에 관련된 책을 읽도록 하였다. 여기에 지난 6개월 동안 아이들과 같이 공부했던 것들을 소개하려 한다.
1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계획표를 만들 수 있지만 반년 동안의 책읽기가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월별로 정리해 보았다. 구체적인 수업내용을 다 기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월별 주제에 따른 책들을 소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2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달에는 설날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책을 읽게 하였다. 「우리의 명절과 민속놀이」(눈열린교육), 「열 두 달 민속놀이」(산하),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재미마주) 등을 읽고 설날의 의미와 설날에 먹는 음식과 민속놀이의 유래를 알게 하였다.
3월에는 신학기와 봄이 시작되어서 봄을 주제로 정하였다. 새 학년이 되어서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노래 노래 부르며」(길벗어린이), 「봄 이야기」(마루벌), 비주얼 박물관의 「나비와 나방」(웅진) 등을 읽었다.
봄 노래를 같이 불러보고 동시도 지어보고, 때를 맞추어 나비전시회가 있어서 전시회도 다녀왔다. 그리고 위인전으로 「석주명」(사계절), 「나비박사 석주명의 과학나라」(현암사) 등을 읽게 하였다. 여러 경험을 한 후에 읽는 위인전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4월에는 식목일과 한식이 있어서 주제를 나무로 정하였다. 한식의 유래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고, 비주얼 박물관의 「나무」(웅진),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보리) 등을 읽고 나무의 나이테 세는 법을 알아보았다.
또 직접 식물을 보면서 도감과 비교해보고 그림도 그려보았다. 「숲은 누가 만들었나」(다산기획), 「숲을 그냥 내버려 둬」(크레용) 등을 읽고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나의 숲이 만들어지고 그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있고 또 가정의 달이어서 주제를 가족으로 정하였다. 「우리 할아버지」(비룡소), 「할머니가 남긴 선물」(시공사), 「엄마 없는 날」(웅진),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재미마주) 등을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부모님께 쓰는 편지로 마무리했다.
6월에는 현충일과 6.25가 있고 호국 보훈의 달이어서 주제를 '전쟁'으로 잡았다. 「왜?」(현암사), 「여섯 사람」(비룡소), 「시냇물 저쪽」(마루벌), 「나는 평화를 꿈꿔요」(비룡소) 등을 보고 책들을 통하여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고통에 빠뜨리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쟁을 축소시켜 다툼과 싸움에 대하여 이야기한 후 사과하는 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7월에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여름방학과 휴가가 있는 달이어서 주제를 '여름'으로 정하였다. 바다에 가기 전에 「살갗나라 두리」(현암사), 「갯벌이 좋아요」(보림) 등을 읽게 하였고, 방학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고 휴가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었다.
또 물과의 만남이 많은 계절이라 「물의 여행」(비룡소), 「물방울의 추억」(서광사) 등을 읽으면서 물의 여정을 생각해 보고 물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써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매월 주제를 정하여 책을 읽게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6개월이라면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 겨우 하나 둘씩 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는 시간과 정열의 투자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우선 시간과 정열의 투자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우선 아이의 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생각해보고 현재 아이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야 책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매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처음인 아이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중요하다. 이 방법이 모든 경우에 맞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7. 다양한 독후 처리방법
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적절한 독후 처리
"선생님 줄거리 안 해요?" "독후감 써야 돼요?"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면 듣는 소리이다. 책을 읽고 나면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교나 집에서 독후감을 쓰게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면서도 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여러 활동을 독후처리하고 하는데 그 동안 가장 많이 해왔던 것이 독후감이다.
글로 쓰는 독후감 쓰기가 아이들이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들이 쓰는 독후감은 대부분 줄거리를 요약하고 자신의 느낌을 간단히 몇 줄 쓰는 것으로 끝내고 만다.
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적절한 독후처리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과 같이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첫째,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재미마주 펴냄)를 읽고 나서는 아이들과 만두 만들기를 하였다.
재료를 분담하여 가지고 오고 주방장을 정하고 주방장이 된 아이는 요리순서를 알아와야 한다. 부모님에게 물어 보아도 좋고 요리책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 찾아와도 좋다.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분담하여 가지고 온 재료를 확인하고 한사람이라도 자신이 맡은 것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요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요리는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에게 권한을 준다. 주방장을 맡은 아이는 요리순서를 직접 칠판에 쓰고 설명하고 실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자세하면서도 순서에 맡게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요리가 다 끝나고 먹을 때에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표력과 논리력이 생기게 된다. 설명을 듣는 아이들은 듣는 훈련이 되어서 토론수업의 기본자세를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개인적인 것을 말하기 어려운데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해서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특성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아씨방 일곱 동무」(비룡소 펴냄)를 읽고는 아이들과 바느질을 해 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효과적인 독후처리로 주머니 만들기를 하였다.
책에 나오는 일곱 동무를 직접 만나야 그들의 역할과 쓰임새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을 자르면서 가위의 역할을 알 수 있고 주머니의 크기를 재면서 자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직접 바늘에 실을 끼워 넣는데 10분 이상 걸려도 기다려야 한다. 바늘에 찔려봐야 골무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다리미도 직접 써 봐야 한다.
물건들과 하나 되어서 만들어 낸 주머니를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만든 주머니를 필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책을 일고 독후감을 쓰게 했더라면 아마도 이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바느질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또한 아이들은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놀라운 집중력과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끈기도 보여 준다.
셋째, 「물의 여행」(비룡소 펴냄)과 「물방울의 추억」(서광사 펴냄)을 읽은 아이들과 환경보호에 대한 신문활용교육(NIE)을 해도 좋다.
작은 물방울이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될 때까지를 생각해보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물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이다. NIE를 따로 떼어서 별도의 과목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와 연결시켜서 하나의 독후처리방법으로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자료를 오리고 붙이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협동하는 것을 몸으로 배우고 NIE를 재미있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독후처리방법을 시도하면 책을 이해하고 느끼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책을 일고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면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읽을 수 없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책을 읽고 나면 확인 당하는 아이들이 어쩌면 책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미있는 책읽기를 위해서 이제 확인은 그만해야 할 때이다.
8.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아이에게 책 읽어 주는 다섯 가지 좋은 점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책을 읽어 주었느냐고 물으면 "혼자 읽으래요"라고 대답한다. 부모님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바빠서 읽어줄 시간이 없다거나 한글을 다 아는데 왜 읽어주느냐고 한다.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소리내서 책을 읽혀보면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한글을 뗀지가 언제인데 책도 제대로 못 읽느냐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 동안 아이들이 한글을 배움과 동시에 눈으로만 책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자신이 틀리게 읽어 놓고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을 들어 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이고 한글도 다 아는데 왜 부모가 책을 읽어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태교를 할 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같다. 책을 읽어줄 때 마주보고 읽지 않고 품에 안거나 옆에 같이 앉아서 읽어주면 신체 접촉을 통해서 친밀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듣는 훈련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듣는 훈련이 된 아이는 수업시간에 설명을 하면 잘 듣고 있다가 빨리 알아듣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듣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몇 번씩 똑같은 설명을 해야 겨우 알아듣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토론의 기본이 된다.
셋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발음과 억양이 정확해지고 띄어읽기가 자연스럽게 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보면 쉬운 발음도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있어서'를 '이써서'로 읽어야 하는데 글자 하나 하나를 읽느라고 '있어서'로 읽고 '취미'를 '추미'로 읽기도 한다.
'요'자만 들어가도 끝을 올려 읽기도 한다. 띄어쓰기만큼 띄어읽기도 중요하다. 부모가 책을 읽어 줄 때의 호흡을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어서 억양과 띄어읽기가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된다.
넷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자신감이 생긴다. 말하는 것은 별로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책읽기에서는 자신이 직접 읽어보아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뭔가 어색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지게 된다.
눈으로 읽을 때와 소리내서 읽을 때의 차이를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책읽기에 자신이 없을 때는 자신이 읽은 것을 녹음을 해서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정확한 발음과 억양, 띄어읽기가 되면 자신감과 발표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섯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귀로 들으면서 바로 내용에 맞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5분 이상 집중해서 듣기 어렵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이야기만 듣고도 재미있어서 웃기도 하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읽어달라고 조르기까지 하게 된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가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어야 말을 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쓰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쓰기는 앞의 세 가지가 되면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가 습관이 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쑥스럽다. 억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화구연처럼 읽어야 하는지 등을 걱정하게 되기도 한다.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어주면 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되기까지는 끈기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는 책을 안 읽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 부모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아이의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는데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9. 책을 읽기 전에
책읽기 전에 해야할 네 가지
어른들은 책을 읽기 전에 제목도 보고 지은이가 누구인지도 알아보고 출판사는 어디인지도 본다. 또 머리말이나 목차를 꼼꼼히 읽어보고 전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나서 책을 읽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아이들은 어떤가. 아이들은 제목만 보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 동안 학교나 가정에서 책을 읽고 난 후의 활동 특히 독서감상문(독후감) 쓰기에만 많이 치중해 왔다. 책을 읽고 난 후의 활동과 함께 읽기 전의 활동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책을 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독서기록카드를 작성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독서기록카드를 작성하라고 하면 독후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기록카드에는 책의 제목, 지은이. 출판사 등의 서지사항과 주제나 주인공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읽기 전에는 간단하게 서지사항을 기록하면 된다. 독서기록카드를 오랜 기간 작성하다보면 일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고 정보의 수집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주제를 찾아서 기록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줄거리를 쓴다. 주제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또 많은 책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분류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주제나 주인공을 적어놓고 주제별로 분류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떤 주제를 주고 자료를 찾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면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둘째, 책을 읽기 전에 작가소개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 작가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성장배경이나 주위환경을 알아두면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고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목차를 보면 내용의 흐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읽기 전의 추측과 읽고 난 후의 결과를 비교하면서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신이 글을 쓸 때 글의 순서를 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머리말과 목차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머리말에는 지은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목차를 보면 내용의 흐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읽기 전의 추측과 읽고 난 후의 결과를 비교하면서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신이 글을 쓸 때 글의 순서를 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넷째, 책을 읽으려면 첫 표지부터 마지막 표지까지 봐야 한다. 책의 크기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느낌의 그림이나 삽화인가도 살펴보고 글자의 크기 등 구석구석 잘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꼭 동물이나 식물을 관찰할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묘사문을 잘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누가 알겠는가. 아이들 중에서 그림에 매료되어 화가가 되거나 내용을 창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책표지를 디자인하거나 책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그 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좋은가 어디에 이익이 되는가만 이야기해 왔다. 이것은 어떤 일에 있어서 그 결과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에 따라 일을 자연스럽게 진행하여야 무리가 없는 것처럼 책읽기도 마찬가지이다. 독후감 쓰기와 학습효과만을 강조한 탓에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가 책을 읽기 전에 위와 같은 몇 가지를 아이와 함께 해보는 것이 좋겠다.
끝으로 연재를 마감하면서 처음 이야기한데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혀야할 것인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독서교육방법은 없다. 열이면 열 아이들 하나 하나의 개성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도 있고 또 다른 시각도 있다는 것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그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지을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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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가져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
진짜 좋은 정보네요. 고마워요~
항상 어떻게 해야 좋은 독서가 될까 고민만 헀는데 여기서 많이 반성하고 배웠네요..좋은 정보 감사하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항상 감사 또 감사하네요
정말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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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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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도움이 많이 되네요...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넘 감사해요.. 근데 이거 10회 연재분을 다 모으신거죠???
스크랩합니다 감사합니다
퍼갑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정말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강의 하시는지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한다고자만할뻔했는대 다시금 반성의 계가가되네요...
스크랩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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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용
좋아요
아이 따로도 중요하겠군요
좋은내용이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