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장정은(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2등
윤민아(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강지남(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
3등
박지현(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지부)
박장준(더불어지부)
[감상평 수상작]
장정은
나는 평소에 영화리뷰 읽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보물을 얻은 것처럼 좋다. 또 영화라는 상상과 허구의 세계관이 관객의 일상에 스며들었을 때 좋은 영화의 경우 제작자의 의도와 별개로,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으로 삶을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인물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찬양일색이나 영웅으로 각색, 묘사되는 경우가 있어 굳이 영화로 접하지 않는다.
영화 '태일이' 상영소식을 들었을 때도 시큰둥했다. 그런데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점이 호기심을 끌었고, 제목이 '노동의 빛'이나 '전태일, 산화된 외침' 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감독 이름이 홍준표였다. 이 무슨 역사의 어그로인가.
제작자가 의도했든 분명 의도치 않았든 치밀해진 마케팅 효과에 힘입어 '그래, 이런건 그냥 교육용으로 보는 거지' 하는 생각에서 '뭔가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을 때 집근처 영화관에서 더 이상 태일이를 상영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 더 보고 싶어졌다. 이래서 밀당을 하나보다. 때마침 고마우신 분께서 후배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저멀리 메가박스 강동의 예매권을 보내주셨다. 잠시 광야에 파견나간 예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차낸 날이라 '좋다, 오늘은 시네마데이다' 하는 마음으로 태일이를 극장에서 밀어낸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을 사이좋게 앞뒤로 볼 수 있게 예매하였다.
전태일 열사는 나에게 미지의 인물이지만 아버지를 통해 부모님 세대에는 그가 얼마나 영향력있는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TV에서 민주노총 집회 관련 뉴스를 접하실 때마다 노조가 경제를 망친다며 혀를 끌끌차시는 아버지께서도 언젠가 전태일 열사가 누군지 여쭤봤을 때 '그는 노동운동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당시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평생 운동권 근처에도 안가보신 아버지께서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장황하게 알려주실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위력도, 권력도 없던, 하다 못해 지식층에 있어 '발언권'이 있던 사람도 아닌, 청년재단사의 삶이 대중의 기억에 오래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전기도 영웅전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읽지 않았다. 일상에서 내가 노동문제의 당사자가 되어 부딪히면서 시간을 거슬러 살아있는 청년 전태일의 마음과 합치가 되었을 때 그것이 그와 함께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냥 활자 보기가 귀찮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그도 평범한 22살 청년이었다는 것이었다. 단지 너무 가난해서 마루 밑에서 멍석깔고 잠을 자고, 초등학교도 그만 두고 어린 나이에 굶어가며 돈을 벌어야 했던 88만원세대보다 더 치열한 생존싸움에 내던져진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저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어린 여공들이 16시간씩 노동을 하면서도 손에 쥐는 월급이 턱없이 부족함에 분노하게 되고, 섬유먼지 속에서 종일 일하다 각혈하고 쓰러진 여공의 병원비모금운동을 하게 되고, 아프면 해고당하는 현실에 헌책방에서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구입하게 되고, 한자투성이 책과 옥편을 끼고 씨름하게 되고, 상인회에 환풍기 설치와 8시간 법적 근로시간이 명시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게 되는 과정은 가슴이 따뜻한 청년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과정들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생각한 것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용기있게 실행하나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신을 태워 세상이 기억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22살 청년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그의 정신이 후대에도 계속해서 기억되도록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영화제작비를 십시일반 모은 사연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노조하다 예술을 접할 줄은 몰랐다. 후원자 명단이 스크롤되는 엔딩크레딧 '장관'을 보면서 마침내 눈물이 툭 떨어졌다. 영화를 본 것 뿐인데 내가 사는 세상이 갑자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함께 기억하고 함께 바꾸는 세상 말이다.
윤민아
그간 나에게 전태일이란 이름 석자는 다소 무거웠다.
어렸을때 본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마지막 분신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어서 인듯 했다. 하지만 <태일이>란 제목은 친근했고 덕분에 마음을 가벼히하고 극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청년 태일 vs 투사 전태일
투사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해서였는지,
사장의 처제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청년 태일이, 옷 파는 수완 좋은 종업원 태일이는 새로운 일면이었다.
하지만 동생들을 끔찍이 아끼고, 봉제공장의 어린 소녀들의 굶주림에 가슴 아파하는 정 많은 청년. 그들을 돕기위해 근로 기준법의 책을 붙들고 옥편으로 모르는 한자를 일일이 찾아가며 공부할만큼 열의는 대단했지만, 법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카르텔 앞에 회의감을 느끼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렇게 태일은 점점 투사가 되어갔다.
무거움이 아닌 묵직함으로
전연령 관람 애니메이션 속, 너무 예쁘게 그려진 그의 삶을 보니 저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잖아.. 라는 생각에 어릴적 보았던 영화의 무거움은 잊은 듯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분신 이후 생을 마감하며 어머니에게 후일을 약속받던 일화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죽어가면서도 지켜야했던 그의 신념이 너무도 묵직했다.
아쉬움 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좋았던 장면은 환풍이 되지 않는 먼지 그득한 봉제 공장안이었다. 그 디테일함은 내 입에 먼지가 들어가는 듯 몇 번이고 입을 옴싹옴싹 하게 했다.
다만, 너무 교육적이고 뚝뚝 끊어지는 스토리 구성은 아쉬웠다.
그러다,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은 자본이 다 한다는 어느 전문가의 얘기를 떠올리며 '그래,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태일이>는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이 모자이크가 되어 조금 투박한채로, 또 아쉬운채로 따뜻하게 완성되었다.
우리가 전태일이다
영화가 끝난 후 후원자들 이름으로 가득찬 7분간의 엔딩크레딧으로 영화는 완성되었다.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은 던져 버리고는 남은 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준 청년이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후원자들이 말하는 듯 했다. 당신은 가고 없지만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고.
강지남
노동조합을 시작하기전 사실 전태일열사에 대해 전무 했었습니다. 지난번 전노대이후 전태일열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고 한번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관람행사에 참여하고서, 열사의 대해 되돌아 볼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2월4일 토요일 아침에 아이한테, 아빠랑 영화보러가자고 하고서 너무 좋아하는 딸래미와 함께 이른 시간인 9시영화를 보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내내 들뜬기분인 아이를 보니 저도 미소가 지어졌지요 아이와 영화관람은 이번이 두번째였는데, 좋아하는 모습에 자주 함께하지 못한거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네요 여튼 영화를 보는동안 미리 알아봤던게 도움이 돼서 이해하기도 좋았고, 열사의 마음과 당시의 상황들의 생각에 아이 몰래 눈물을 훔치느라...
전태일열사의 희생과 노력에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들이 겹처서 눈물이 났던거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이활동이, 지부장으로써의 모습과 상황들이 열사앞에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깊이 할수 있었고, 조합원들을, 그 가족들까지 하나로 뭉치고 나은 노동환경과 안정된 노조활동을 위해 좀더 애써야 겠다는 생각들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조금 지루했는지, 처음에는 잘 보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집중을 못하더라고요 ㅋ 아이한테는 아직 좀 어려웠던거 같아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차별 받지않고 정당한 노동을 또 그댓가를 위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열사의 정신을 생각하며 지금의 활동과 운동을 계속 해나가야겠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가 전태일이다 열사의 정신으로 노동자를 위해 투쟁하자
투쟁!!!
박지현
중1 남자 아이 자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어떤사람인지 왜 픽사나, 디즈니 만화도 아닌 한국 만화 영화를 봐야 하는지 보기전까지 아이는 투덜거렸습니다. 저역시도 전태일 열사에 대해서 노동자 시위하다 분신했다는 것 외에는 잘 몰랐습니다.
현재 내가 근로자로서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은 과거에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던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목소리를 내고 싸워준 덕분이란걸 다시한번 느꼈으며, 자녀도 엔딩크레딧 올라갈때까지 먹먹해진 기분을 금세 풀어내지 못하더라구요. 영화보면서 눈물 흘리는것도 처음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자녀는 태일이에 대하여 확장 검색을 하고, 공부를 하고 태일이란 단어를 나오면 적극적으로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로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져서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전태일 열사의 뜻을 비로소 느낄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장준
오늘 우리 운동, 우리 노조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망연대노조를 만들어낸 김진억 동지, 끝없는 투쟁과 연대로 희망을 만들어낸 김진숙 동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불씨가 된 이용석 동지, 노조탄압-손배가압류에 대한 전선을 만들어낸 배달호 동지,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별이 된 김주익 동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외친 쌍용차 동지들,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한 김용균과 김미숙 동지… 오늘 우리의 권리와 조직은 이 동지들과 헌신과 희생으로 쌓아올린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동지 둘, 전태일과 이소선이 있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가슴에 아로새겨야 할 이름입니다. 1970년 전태일의 투쟁, 1970년부터 2011년까지 이소선의 투쟁이 바로 오늘의 우리를 만든 뿌리입니다. 이 동지들을 잊지 않고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