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 네명만이 스타일포럼을 받는 시기까지 도달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크리스, 펠릭스,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다들 감개무량하다고는 하지만 떨어지기는 싫다는 것이 열정만큼은 대단해보인다.
이번주의 주제는 쓰레기에서 옷을 만드는 과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인데 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얼마만큼의 상품성으로 승화시킬 수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인 주제로, 모델을 공급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다.
그전까지 팀을 이뤄서 경쟁을 하던것과는 달리 이번부터는 모두 개인전으로 경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동안 서로 어울렸는 기간이 길었고 남은 사람들끼리의 유대감이 있어서인지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더컷을 처음 시작했을때와 비교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크리스는 드레스풍의 여성복에 도전했다. 빨간 새틴을 줍는 등 사전에 이미지 메이킹을 확실하게 하여 소재를 잘 선점하는 노력을 보임과 동시에 모델과 따로 시간을 내어 미팅을 갖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모델의 개성에 맞고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을 만드려는 의지가 강했다. 예전에 차를 디자인했을때와 마찬가지고 이 점은 크리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가 만든 옷은 모델과 너무 잘 어울리는 젋고 발랄한 분위기의, 또한 미완성된 분위기의 여성복 세트였고, 타미 힐 피거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어필할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1950년대 풍의 고전적인 드레스를 연출했다. 그녀 자체가 남달리 뛰어난 제작 능력이 없어 대부분을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컨셉을 잡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그녀의 자세가 팀웍보다 개인전 때 더 능력을 발휘할 수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세련되고 우아한 여성복의 탄생이었고, 타미힐피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있었다.
프린세스는 잘 했지만 그래도 잠재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서 아쉬움이 많은 주제였다. 남은 맴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이면서 다양한 기법을 도입했지만 만들어진 옷 자체가 불균형해 보여 여성복 중 가장 못나 보인 것도 있었을 뿐더러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타미 힐 피거로써는 그녀가 그전의 모습에서 더 나아진 것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던것 같다.
펠릭스는 독특하게 남성복을 제작하기로 했다. 섬세하게 일을 하는 그답게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체크 무늬도 채택하는 등의 세세함을 보였지만 초반에 타미 힐 피거가 말했던 아름다운 옷을 만들라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점으로 부터 시작하게 됐다. 너무 평범했으며 심지어는 어수룩해 보여 타미 힐 피거는 물론 피팅된 모델들로부터 최악의 이미지란 평가를 받고 그는 이번주의 패배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도중에 타미 힐 피거가 참가자들에게 서로 탈락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대목이었다. 서로의 개인적인 감정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 속에서 누가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눈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고 어떤 안목으로 이번 대회를 벼텨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비슷했다. 꼭 경험자가 우대되는 것이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노력만 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끼를 발산할 수있다는 것이다.
문뜩 타미힐 피거가 프린세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기술자는 많다. 큰 비전을 가진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나는 그 말에 동감한다. 4년간 대학에 머물면서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지금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재봉도 못하고 패턴도 못하고 생각의 폭도 좁다면, 내가 나를 꾸며야하는 방법은 자신을 더 키우고 더 큰 꿈과 생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