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엉덩이 통증이 무조건 디스크는 아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질환과 시술․ 수술법에는 종종 사람 이름이 등장합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한국 프로야구계로 최근 컴백해 맹활약 중인 임창용 선수의 선전과 부활을 이끌어낸 수술 이름이 토미 존 서저리인 것은 웬만한 야구팬들에겐 이미 상식입니다. 부상당한 팔꿈치에 정상적인 팔꿈치의 인대를 떼어 붙이는 수술로, 이 수술 최초의 수혜자가 바로 LA 다저스 좌완투수 토미 존이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 이름은 아니지만 한국 남자의 이름으로 착각하기 딱 좋은 질환명도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분야에는 존재합니다. 그 이름은 바로 이상근. 이상근 증후군이라는 질환명입니다. 여기에서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 1박 2일 상근이, 군대 고참, 전 직장 동료 등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이상근은 이상근(梨狀筋). 바로 근육 이름입니다.
30대 젊은 여성이 절뚝걸음으로 진료실에 입장합니다. 통증 때문인지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습니다. 다리 통증이 심해서일까요.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연신 다리를 주무릅니다. 그 환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허리 디스크라고 하네요. 주사치료를 여러 번 했는데 차도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이 병원으로 왔네요.”
이번에 필자가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나, 왜 그런 거 같은가, 어디가 가장 아픈가 등등을 꼬치꼬치 질문했습니다. “몇주 전 부터 그러네요. 왼쪽 엉덩이 쪽 통증 때문에 다리 뒤쪽도 저리네요. 앉기도 힘들고 걷기도 불편해요.”
필자는 이어 왜 허리디스크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제 증상과 허리 디스크 증상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고 병원에 갔어요. 처음에 간 병원에서 MRI 찍고 허리 디스크라고 하는데 허리디스크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30대 여자환자는 자신의 증상이 허리디스크라고 100%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단호한 대답에서 어떤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검진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디스크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소견이 별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왼쪽 엉덩이 가운데 부위의 압통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찍었다는 MRI를 살펴봤습니다. 경미한 디스크 소견은 보이지만 신경압박이 심하지 않아서 이 여성을 허리디스크 환자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환자에게 말했습니다. “허리 디스크로 인한 증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필자의 말에 환자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어 필자는 허리 디스크가 아니라고 진단한 이유를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하나씩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필자의 설명에 환자의 표정이 점점 환해집니다. 필자가 말했습니다. “엉덩이 근육에 근육주사를 맞고 1주일 뒤에 다시 오세요~.” 1주일 뒤, 그 환자는 통증이 많이 사라지고 상태가 매우 호전되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이 여자 환자가 바로 ‘이상근 증후군’에 해당됩니다. 이 질환은 이상근(梨狀筋)이라는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비대해져 다리쪽으로 가는 좌골신경을 압박해 엉덩이의 뒤쪽과 다리부위에 통증, 저림, 땡김, 이상감각 등을 초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상근 증후군의 증상이 허리 디스크 증상과 매우 비슷하는 것.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헷갈릴 수 있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누구라도 허리와 엉덩이 통증에 다리까지 저리고 아프면 허리디스크라고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의사를 찾는게 자가진단보다는 우선이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x-ray나 MRI검사 보다는 의사가 직접 진찰해서 이상근 부위의 압통을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는 문제가 생긴 ‘이상근’에 근육을 이완시키는 주사치료를 하는 것으로 매우 간단합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엉덩이쪽의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리치료, 운동도수 치료 등을 병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허리와 엉덩이 부근이 아프고 다리가 저린다고 무조건 허리 디스크는 아닙니다. 이상근 증후군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이상근 증후군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마음의 병’부터 키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료법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