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와 유엔아태평화군축센터가 공동주관하고 제주도가 협조해 제주에서 열린 제10차 제주 국제 군축 비확산회의에 참여했던 레베카 존슨 영국 애크로님 군축연구소장이 강정마을에 찾았다.
레베카 존슨 소장은 강정마을을 찾은 9일,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지지 의사를 밝히며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세계 각 지의 기지 반대 운동의 경험을 말하며, “군사기지가 완전히 들어오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정마을 주민에게 전하기도 했다.
레베카 존슨 소장은 같은 날 강정 주민들이 골재 등을 실은 대형트럭이 마을안쪽 길로 진입해 공사 차량을 막으며 항의하자 같이 행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강정 주민, 평화운동가들의 공사 중단 행동(연좌 시위)에 동참하며,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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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좌시위에 동참한 레베카 존슨 소장. |
당시 강정마을회는 교통사고의 위험, 비산먼지 발생 등의 이유로 해군기지 공사 업체측과 마을회가 마을안쪽 길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합의사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충청>은 강정마을 주민, 평화운동가와의 대화를 마친 레베카 존슨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강정마을 사람들과 만난 뒤 다음날 돌아갔다.
국제회의가 끝나고 바로 온 것 같다. 강정마을을 찾은 이유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기지 반대 운동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왔다. 주민들이 나에게 부탁할 게 있으면 부탁했으면 좋겠고,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 또, 신라호텔에서 군축 비확산 회의를 할 때 한 여성 운동가가 ‘No Naver Base(해군기지 결사반대)' 노란 천을 펼쳐들었고, 바로 행사장에서 쫓겨났는데, 그녀를 만나보고 싶었다. 이곳의 사진을 찍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기도 하다.
영국에도 군사기지 반대 투쟁이 있었다.
영국의 경우 세계2차대전 이후 원래 있던 기지가 새롭게 건설되기도 했고, 확장의 과정이 있었고, 원래 있던 영국 군사기지가 미군사기지로 탈바꿈 된 과정도 있었다. 1990년대까지 영국에 102개의 미군기지가 있었고, 그 기지가 1990년대 이후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곳이 폐쇄되었다.
영군의 런던 근처 ‘그린햄 코먼(Greenham Common)’ 지역에 미군이 사용하게 될 영국공군기지가 들어서려고 했다. 핵무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전투기가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평화운동가들이 5년 동안 투쟁해 철회시켰다. 영국 주민들의 싸움은 철저한 비폭력 저항의 방식이었다. 미국이란 나라와 개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군대와 무기 자체에 대한 반대 행동이었다. 영국의 국민들이 똘똘 뭉쳐 싸웠기 때문에 결국 기지가 들어오지 못했다. 이 메시지를 강정 주민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강정마을의 투쟁도 5년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비폭력 저항 행동에 동참하면서 연행되기도 했지만 당시 투쟁에 동참했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내가 영국에서 목격한 바를 말하겠다. 마을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기지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 때문에 농업과 어업 등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진다. 또,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군사기지에 예속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던 사람들이, 기지가 들어서면 모든 경제권이 군사기지로 휘말려 들어가기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기지와 관련된 것들만 하게 된다. 설령 나중에 기지가 폐쇄된다고 하더라도, 회복하기 매우 힘들다. 어떤 경우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은 빈곤과 실업의 경제적 고통을 20년간 겪어왔다. 기지가 폐쇄되면서 사람들이 새롭게 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 서서히 자립적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또, 기지가 생기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좋아진다고 정부에서는 주장하지만 내가 실제 경험한 바에 의해면 사실과 다르다. 왜냐면 군사기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이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원래 있던 산업이 무너지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진다.
한국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이 아닌 한국군을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군사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는가.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이지스함과 크루즈항(민군복합형 해군기지일 경우)이 동시에 들어오고, MD체제(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Missile Defense)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정부는 이 해군기지가 한국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하지만, 미국군이나 다른 기타 군대의 군함이 자유롭게 이 기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영국군을 위한 군사기지 곳곳에 건설됐다. 영국 공군을 위한 군사기지라며 RAF(Royal Air Force), 즉 육군이건 공군이건 해군이건 그 앞에 로얄(Royal)을 붙여 영국군대임을 자랑하는데, ‘그린햄 토너’ 영국공군기지도 미공군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현재 영국 기지의 90%가 미군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건 제주해군기지가 한국 해군기지냐 미국 해군기지보다,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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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카 존슨 소장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 정문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해군과 공사업체측이 출입을 막았다. 큰 소리로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른 그가 해군기지 공사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제주해군기지의 경우, 민주주의 절차와 원칙이 무시된 채 건설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해군측의 폭력성이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스코틀랜드에 영국 중앙정부가 ‘트라이던트(Trident,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 즉 핵무기를 저장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지를 지으려고 했다. 당시 스코틀랜드 의회 71% 의원들이 반대하고, 85%의 시민이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 중앙정부가 군사기지 건설을 밀어붙였다.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면서 건설된 경우이다.
트라이던트를 막기 위한 투쟁은 비폭력 저항을 한 평화운동의 중요한 사건이다. 내가 여러 번 소개하기도 했는데, 트라이던트 군사기지를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비폭력 저항이 1년 동안 이루어졌다. 마을 주민은 1년 동안 매일 매일 군사기지가 핵무기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길 위에 드러눕거나 차량을 막았다. 그리고 많은 법률가들이 1년 가량 주민들의 비폭력 저항 운동을 보면서 결론 내린 게 있다. 영국 중앙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불법을 동원해 사업을 벌일 때, 지역 주민이 그것에 반대할 권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레베카 존슨 소장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가.
다시 말하지만, 영국의 그린햄 코먼에 군사기지 막기 위해 주민들이 싸웠다. 구속되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워서 결국 기지를 없앴다. 그 승리의 정신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영국, 일본 등 기지가 건설된 곳의 사례를 보면 주민들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이 심각하게 짓밟힌다. 여성만 보더라도 성매매 휩쓸리거나, 군인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안 되는 이유는 많다. 아름답고, 생태계가 잘 보존된 환경을 지켜야 한다. 기지가 들어서면 환경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자리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며, 영국기지건 미국기지건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성매매에 가담하게 된다거나 강간의 피해자가 되는 게 비일비재하기에 절대 기지가 들어서면 안 된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 역시 허구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그린햄 코먼(Greenham Common) 영국공군기지
1942년 설립됐고, 세계2차대전시 영국공군과 미국공군 기지로 사용했다. 냉정시기에는 미국공군기지로 사용됐다 1993년 폐쇄되었다. 1981년 크루즈 미사일 배치계획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시작돼 기지 앞에서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주도적으로 ‘그린햄코먼 평화캠프’를 설치했다. 펜스를 잘라내는 투쟁으로 국내외적으로 유명해졌다. 19년간 투쟁 이후 92년 9월 미공군 기지반납, 93년 2월 폐쇄 결정을 하면서 주변 자연공원에 통합되었다.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해군기지 트라이던트(Trident) 핵탄두 배치계획 반대
1981년 계획이 수립된 후, 1994년 미국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배치의 일환으로 영국 해군이 스코틀랜드 서부 클라이드 해군기지에 잠수함 탑재 핵탄두 배치했다. 2006년 파스레인 트라이던트 기지 봉쇄 투쟁이 1년간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474명 체포됐다. 주요하게 핵무장해제페인(CND : Campaign for Nuclear Disarmament)와 트라이던트 쟁기(Trident Ploughshares) 등 50여개 단체가 이 투쟁에 동참했다. 이들은 냉전 종식이후 더 이상 핵미사일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 군사기지 반대 운동을 벌였다. [편집자 주]
* 통역 : 가수이자 평화운동가인 조약골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