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고노 드리퍼
지난번에 커피추출 기본적인 내용과 하리오 드리퍼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고노 드리퍼에 대해서 알아보자. 고노 드리퍼는 하리오 드리퍼와 비슷한 모양새를 갖고 있다. 두 드리퍼 모두 원추형으로 생겼고 바닥에 있는 추출구도 하나라서, 겉으로 봐서는 거의 같은 드리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두 드리퍼의 구조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리브(Rib)의 길이에 있다. 하리오는 드리퍼 바닥부터 위쪽까지 길게 있지만, 고노는 바닥부터 드리퍼의 중간까지만 있어 짧은 편이다. 또한 추출구의 크기도 하리오가 고노에 비해 큰 편이다.

고노 드리퍼는 리브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리브가 있는 중간 부분부터 추출이 일어난다
리브는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 역할을 한다. 공기와 함께 물의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이 때 커피의 추출이 이뤄진다. 리브가 짧아지면 커피가 추출되는 구간이 짧아져서, 추출속도가 느려진다. 리브가 없는 위쪽으로는 커피가루가 물을 머금은 상태(Brewing)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두 드리퍼에 동일한 양의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추출을 시도한다면, 하리오에 비해 고노의 추출시간이 길어진다.
물론 하리오를 사용하면서도 천천히 물을 부어 어느 정도까지는 추출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체 없이 투출되는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절대적인 추출시간은 고노에 비해 짧을 수밖에 없다.
추출시간이 다르다면 커피성분의 추출정도가 달라지고, 추출되는 커피의 맛 역시 달라진다. 고노의 경우 하리오보다 깊고 진한 맛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드리퍼가 우월하다는 개념보다는 특징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표현할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맛을 조절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리오의 경우 속도조절만으로 손쉽게 깔끔하고 다양한 맛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노 드리퍼는 점드립이 중요하다?
그러나 고노는 사용이 다소 까다로운 드리퍼로 알려져 있다. 물방울을 점점이 떨어뜨리는 ‘점드립’이 대표적인 드립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교한 물 조절이 필요한 점드립은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은 드립법이다. 그러나 원리를 이해한다면, 반드시 방울 형태의 점드립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울 방울 물을 떨어뜨리는 고노식 점드립은, 커피가루의 밀도가 높은 가운데를 적셔주면서, 균일한 추출이 일어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점드립의 배경은 원추형 모양으로 인해 드리퍼 내부 커피가루의 밀도 차에 있다. 밀도는 드리퍼의 중심부가 가장 높고 바깥으로 갈수록 낮아지는데, 고른 추출을 위해서는 밀도가 높은 중심부를 충분히 적셔줘야 한다. 이 때,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붓게 되면 안쪽까지 물이 스며들지 못하면서, 추출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생긴다. 이는 추출 시 부분적인 과소∙과다 추출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점드립은 천천히 물방울을 떨어뜨려서, 중심부를 충분히 적셔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밀도가 낮은 주변부는 중심부로부터 흘러드는 물로 적셔지면서, 드리퍼 내부의 모든 커피입자가 추출이 일어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균일한 추출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드시 점드립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커피가루를 충분히 적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물을 떨어뜨리면 된다.
고노 드리퍼로 커피를 추출해보자
• 커피가루의 밀도가 높은 드리퍼의 중심부에 천천히 물을 부어준다. 한꺼번에 많은 양이 쏟아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량의 물이 부어지면 추출된 커피가 서버로 흐르게 되는데, 이 때 리브가 있는 하단에서부터 추출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커피가루가 부풀어 오르고 어느 정도 커피가 추출됐다면, 부어주는 물의 양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한다. 물을 붓는 원의 크기가 커질수록 물의 양이 늘어나게 되며, 이때도 역시 가운데를 중심으로 부어준다.
• 원하는 맛과 향의 커피가 일정량 추출이 됐다면, 물의 양을 좀 더 늘려서 부어준다.
• 추출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면 충분히 물을 부어주고, 원하는 양에 다다르면 드리퍼를 빼면서 마무리한다.
• 추출 정도에 따라 커피의 농도가 달라지므로, 시음 전에 스푼 등을 이용해 충분히 섞어준다.
고노 드리퍼의 포인트

일정한 양의 물을 지속적으로 부었을 때 커피가루가 패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 드립 시 물의 양을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양의 물을 계속해서 붓게 되면 물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과다추출로 인해 쓴맛을 비롯한 나쁜 향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의 양을 늘려가는 타이밍은 추출정도에 맞춰서 진행돼야 하는데, 물의 양을 너무 빨리 늘리게 되면 추출시간이 짧아지면서 과소추출이 일어나게 돼,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추출 진행은 올라오는 거품과 추출되는 커피의 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맛의 포인트는 추출 초반, 중심부에서 추출돼 나오는 커피의 양을 조절하는 것에 있다. 이 양이 많아질수록 커피의 맛은 깊고 진해진다.
• 중심부는 초반부터 추출이 집중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추출이 진행될수록 남아있는 커피 성분이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떨어진 바깥쪽에 커피 성분이 많이 남게 되다. 이 때, 물의 양을 늘려주는 것과 함께 물을 붓는 위치를 점차 바깥쪽으로 붓는다면 보다 균일한 추출이 가능하다.
• 커피의 양이 많아진다면 분쇄도는 좀 더 굵어져야 한다. 커피가루가 많아지면서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투과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추출시간도 길어져, 과다추출이 일어날 수 있다. 고노사에서 제안하는 커피의 양은 1인당 12g이다.
드립포트의 선택?

드립포트의 디자인에 따라서 핸드드립 시 편이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핸드드립 시 중요한 기구 중 하나인 드립포트(주전자)는 다양한 형태가 출시되고 있지만, 몸통과 연결된 목 부분의 형태로 구분했을 때, 얇고 일정하게 뻗은 스타일과 굵어졌다가 가늘어지는 스타일로 나뉠 수 있다.
용도가 다르다고 볼 순 없지만, 드립 방식에 따라서 특정한 형태의 드립포트를 사용 했을 때 편이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물줄기의 폭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 얇고 일정하게 뻗은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편리하다. 만약 물줄기 폭과 물의 양을 다양하게 조절해야 한다면 목이 굵어졌다가 가늘어지는 스타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입구가 튜닝 된 드립포트. 물이 안정적인 수직상태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물이 떨어지는 주입구의 모양에 따라서 드립이 편해질 수 있다. 특히 점드립 시에는 주입구가 아래쪽으로 휘어진 형태가 편리하다. 일부 바리스타들은 드립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주입구의 형태를 튜닝(Tuning)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된 튜닝 시 드립포트를 못쓰게 되기 때문에 튜닝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튜닝 이전에 기본 드립포트로 충분한 숙련이 우선돼야 한다.
- 글
- 강승훈 | 월간 Coffee&Tea 기자
- 향기로운 생활의 길벗이 되고자 지난 2002년 1호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커피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온 Coffee&Tea의 취재기자. 온라인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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