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10여년의 태동기와 10여년의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성장에 따른 조정 및 성숙기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태동기에는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온 국민과 선수와 구단들이 행복했을 때이다. 모든 것이 서툴었지만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유년시절이었다.
성장기를 거치면서 구단들의 투자 단위, 선수들의 연봉 총액, 구단 숫자, 경기 수도 매년 늘어났다. 재벌 구단의 아낌없는 투자는 신인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기폭제로 하여 기존 선수들의 연봉도 많이 올려놓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자아의식이 싹트면서 장래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두 차례에 걸친 선수협의회 구성 사건이었다. 축구, 농구, 싸이클, 경마 등이 속속 프로화되면서 스포츠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성장기 말미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프로야구는 우리 나라의 발전 모습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동기의 프로야구에서는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성장기에는 지도자들의 역할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구단을 비롯한 운영진이 제몫을 하여야 할 때이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는 각 선수단을 최강으로 구성하고 훈련하는 문제, 선수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모으는 문제, 선수협 사태로 흩어진 선수들의 응집력을 높이는 문제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나라가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선진국가로 발전하는 데 좀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처럼 구단 운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이 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더욱 유념한다. 그러나 각 구단은 오히려 선수협 사태로 관계가 불편해진 선수들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으로 기강을 잡으려 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를 당장의 미운털 뽑기로 덮으려는 구단은 크게 보아도 손해이고 작게 보아도 손해를 입을 것이다. 아직도 구단들의 운영 태도가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엘지의 최향남 선수가 구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연습을 게을리 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있을 때, 최 선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구단들에게도 하고 싶다.
"네가 계속 훈련을 거부하면 내년에도 너는 일억원을 받을 수 없으며, 그 절반 정도를 받게 될 것이다. 100여일의 겨울훈련 동안 네 하루의 가치는 대략 50만원이다. 매일 50만원을 버리고 싶다면 훈련을 거부해라."
이런 말로 필자는 최선수의 훈련 참여를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우승팀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선수 하나 하나의 가치는 물론 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플레이를 통해 구단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강한 팀, 튼튼한 구단을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