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님표 낙지볶음/갑판장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야 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이거늘 현실의 세계에선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늘의 이치대로 라면 낙지볶음에선 낙지볶음의 맛이 나야 하는데 종종 그것이 낙지볶음인지 오징어볶음인지 혹은 해물야채볶음류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판장네만 해도 그랬었습니다. 낙지볶음이건 오징어볶음이건 주재료만 바뀔 뿐 부재료와 양념의 배합, 조리법 등이 동일하니 주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하고 뭉뚱그려진 볶음요리가 생산되곤 했었습니다.
이에 분기탱천은 개뿔 낙지 맛이 나는 낙지볶음을 먹고픈 갑판장은 아예 낙지를 박스 째 구입하여주곤 진정한 낙지볶음을 조리해 줄 것을 요구 부탁하였습니다. 아내는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그녀만의 낙지볶음조리법을 터득하였습니다...만 오호 통재라! 완성된 요리와 함께 생성된 근본 없는 자심감이 불타올라 이런저런 변주를 하여 도로 뭉뚱그려진 정체성 불명의 낙지볶음류를 양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 이런저런 덧칠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기교보다는 본연에 한 발 더 접근하기를 추구하는 갑판장에겐 덧칠(혹은 분칠)은 관심 밖 사항입니다.
과메기에선 과메기 본연의 맛, 막회에선 막회 본연의 맛, 문어에선 문어 본연의 맛, 새우에선 새우 본연의 맛, 생태에선 생태 본연의 맛을 내는 강구막회가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어기야 디어차.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강구막회의 '갑판장'은 뱃사람이 아닙니다. 강구막회의 갑판(홀)에서 일하는 것을 빗댄 별명입니다.
첫댓글 저희집은 국물 자작한 낙지소면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파스타의 조리법처럼 하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