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도심개발 사업으로 평가받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백지화 위기로 현금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코레일이 자구책 중 하나로 대규모 희망퇴직 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14일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코레일이 13일 만기였던 금융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면서 용산개발사업은 백지화 위기에 봉착했다. 이날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유동성 위기를 맞은 코레일에 채권발행 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고강도 경영개선을 요구했고, 코레일은 구조조정의 한 형태로 희망퇴직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용산사업에는 4조원이 투입됐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사업 시행사인 (주)드림허브 자본금 1조원과 1차 전환사채(CB) 1천500억원, 토지에 대한 코레일 보증으로 조달한 2조4천167억원, 코레일 랜드마크 계약금 4천161억원 등 총 4조208억원이다.
용산개발사업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코레일은 드림허브에 투자한 지분(25%) 2천500억원이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고, 랜드마크 계약금으로 낸 4천161억원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코레일은 땅을 돌려받는 대신 지급보증을 섰던 토지 담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리금 1조1천억원과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3천억원을 갚아야 한다.
실제로 용산 사업이 파산하면 코레일은 대규모 자본 감소와 회사채 발행 중단으로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게 된다. 자본금이 줄어들면 신용도가 하락해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코레일은 철도역사와 부지에 대한 전면적 자산재평가로 2조8천억원까지 자본금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를 올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코레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현 재무상태로는 단기차입에 문제가 없다. 정부가 코레일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4배로 늘려주면 회사채 발행을 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는 코레일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 자본금의 2배에서 다른 공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4배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철도공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대신 코레일에 경영 효율 극대화 차원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마련된 코레일의 자구책이 대규모 희망퇴직이라는 인력 구조조정안인 셈이다.
코레일, 부실경영으로 인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나
만약 코레일의 희망퇴직 추진안이 현실화될 경우 사측의 부실경영으로 야기된 막대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의선 급행전동열차 등 다수 신노선 운행을 앞둔 상황에서 인력을 더 채용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면 운영상 무리가 따를 수 있어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역세권개발은 노동자들의 동의 얻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허준영 전 사장이 벌여놓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에 희망퇴직 시행 여부를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희망퇴직 계획이 나오지 않아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자본의 돈 놀음에 노동자들이 정리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퇴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지만, 희망퇴직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당장 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레일의 회사채 한도 상향은 철도공사법 개정을 수반하는 것이라,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역대 경영진의 경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벼르고 있는 야당은 이번 용산개발사업 백지화에 따른 후폭풍을 막기 위해 추진되는 법안 개정에 쉽게 동의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