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쌍화차 거리로 떠나는 만추 여행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 구절초 내음 그윽한 정읍의 쌍화차 거리로 간다. 따끈한 쌍화탕 한 잔에 머릿속을 떠돌던 상심이 말랑해지고 어깨를 누르던 일상의 무게는 헐렁해진다. 진한 쌍화탕에 들어 있는 달콤한 밤과 대추를 훌훌 떠먹으면 헛헛했던 속까지 든든하다. 곱돌 찻잔에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와 감미로운 쌍화탕 한 잔이 은은하게 몸을 데우면 쌀쌀한 날씨도, 팍팍한 세상도 견딜 만하다.
[왼쪽/오른쪽]36년 전통의 모두랑 찻집에서 끓여낸 쌍화탕 / 연찻집의 쌍화탕만큼 인기 있는 오미자차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정읍 쌍화차 거리
도심에는 거리마다 한 집 건너 카페나 커피 전문점이다. 언제부턴가 커피와 이국적인 분위기에 익숙해진 풍경이다. 7080세대의 커피 문화였던 옛날 다방에는 달걀노른자가 들어간 쌍화차가 있었다. 한약재 향이 희미한 쌍화차였지만, 마시고 나면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정읍 도심에 자리잡은 쌍화차 거리는 정읍경찰서에서 정읍세무서까지 이어지는 새암로에 있다. 이 거리에 특화된 쌍화탕은 넉넉한 한약재에 밤, 대추, 견과류를 넣어 만든 제대로 된 전통 한방탕이다. 쌍화차 거리에는 30년을 훌쩍 넘긴 쌍화탕 찻집이 아직도 건재하고, 크고 작은 쌍화탕 찻집이 10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길에 옹기종기 자리한 찻집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특유의 쌍화탕 향기가 발길을 잡는다. 인사동, 모두랑, 자연이래, 궁, 연, 벗님, 초모, 차밭, 다솜이 등 쌍화차 거리의 가게들은 인심도 넉넉하다. 차 한 잔으로는 왠지 서운해서 구운 가래떡이나 제철 과일을 함께 내고, 입가심으로 식혜나 오미자차를 내기도 한다. 쌍화차 거리의 쌍화탕은 그냥 오래된 전통차가 아니라 마음부터 따뜻해지는 건강 한방차다.
[왼쪽/오른쪽]새암로 입구에 있는 전설의 쌍화차 거리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곱돌 찻잔 [왼쪽/오른쪽]쌍화탕을 시키면 나오는 구운 가래떡 / 쌍화차 거리 전경
전통 옹기에서 13시간 끓인 맛있는 보약, 인사동 찻집
전설의 쌍화차 거리가 시작되는 입구에 인사동 찻집이 보인다. 소박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실내에 쌍화탕 향기가 은은하다. 날이 쌀쌀해져 온몸 여기저기가 아플 것 같은 환절기에는 따끈한 차 한 잔의 휴식이 절실하다. 보약이 아니라 한방차라고 강조하지만, 인사동 찻집에서 만든 쌍화탕은 보약 못지않은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동의보감》에서 찾은 쌍화탕 재료에 4가지 약재를 더해 전통 옹기에서 끓여낸다. 쌍화탕 한 잔에서 주인장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아픈 몸을 치유하기 위해 쌍화탕 재료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좋은 쌍화탕을 찾게 되었다고.
[왼쪽/오른쪽]쌍화탕에 구운 가래떡과 식혜가 서비스로 나온다. / 쌍화탕에 든 밤과 대추를 건져 먹는 맛이 달콤하다.
감기를 예방하고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좋은 쌍화탕은 작약, 산사, 생강, 천궁, 황기 등 21가지 재료로 만든다. 거기에 밤, 대추, 은행, 해바라기씨 등 4가지 고명을 올린다. 생밤은 조청에 달콤하게 졸여서 넣는데, 쌍화탕 안에서 통통하게 불어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별미다. 14년간 전통 방식으로 쌍화탕을 끓여온 인사동 찻집은 전국 각지에서 약재를 직접 구매해 저온창고에 저장해놓고 1년 내내 쓴다.
인사동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대추차가 아니라 대추탕이다. 조청 달이듯이 오랫동안 고아서 진한 대추탕을 만든다. 달콤하고 은은한 대추향이 일품인 대추탕 역시 감기에 좋고 긴장 해소에도 특효다. 그러고 보면 인사동 찻집에서 내는 차는 인스턴트가 하나도 없다. 남해에서 나는 유자, 정읍에서 나는 생강, 순창에서 나는 오미자 등으로 직접 차를 담근다. 곁들여 내는 가래떡구이는 바삭하고 말랑하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목을 축이라고 시원한 식혜도 서비스로 낸다.
영업시간 10:30~23:30, 연중무휴. 쌍화탕 6,000원, 대추탕 5,000원, 고구마라떼 5,000원.
[왼쪽/오른쪽]소박하게 꾸며놓은 실내가 편안하다. / 진한 맛이 일품인 대추탕 [왼쪽/오른쪽]생밤을 조청에 졸여서 쌍화탕에 넣는다. / 전통 옹기에 쌍화탕을 끓인다.
36년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끓이는 쌍화탕, 모두랑 찻집
쌍화탕을 주문하면 곱돌 찻잔에 대추, 밤, 은행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춤을 춘다. 찻잔째 끓여내기 때문에 뜨겁고 진하다. 그래서 먼저 밤, 대추, 은행을 건져 먹으며 맛을 음미해야 한다. 탕약처럼 진한 쌍화탕을 한 숟갈씩 떠먹다 보면 달큼 쌉싸름한 쌍화탕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10월 말이면 내장산 단풍과 함께 쌍화차 거리에도 손님이 많아진다. 현지인뿐 아니라 전주, 부안, 고창 등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1980년에 개업해서 36년째 영업 중인 모두랑 찻집은 오랜 세월 변함없이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밤과 대추를 건져 먹다 보면 뜨거운 쌍화탕이 알맞게 식는다.
모두랑의 쌍화탕은 17가지 한방 재료에 2~3가지 비법 재료를 넣어 특별한 맛을 낸다. 쌍화탕에 바나나 또는 귤 등 제철 과일도 곁들인다. 따끈한 쌍화차와 과일이 은근히 잘 어울린다. 쌍화탕을 담아내는 곱돌 찻잔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다. 반들반들 세월이 묻어나는 골동품이지만 찻집은 커피 전문점 못지않게 세련된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커피를 전문으로 내리는 바리스타처럼 주인장에게서 쌍화탕 전문가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을 뿐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가 마셔도 될 만큼 건강한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다.
영업시간 09:00~23:00, 연중무휴. 쌍화탕 7,000원, 대추즙 6,000원, 홍삼 6,000원.
[왼쪽/오른쪽]36년 전통의 모두랑 찻집 외관 / 쌍화탕은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오후 3시, 구운 가래떡과 따끈한 쌍화탕 한 잔의 행복, 연찻집
최근 몇 년 사이 쌍화차 거리에 10여 곳의 쌍화탕 전문점이 생긴 것은 그만큼 쌍화탕을 찾는 손님이 많아서다. 정읍 시내에만 쌍화탕 찻집이 50여 곳이나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건강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다. 연찻집은 생긴 지 5년이 채 안 되었지만, 쌍화탕에 쏟는 정성만큼은 다른 집 못지않다. 쌍화탕을 끓이는 12시간 동안 탕에만 집중한다는 주인장은 쌍화탕에 혼을 담는다고 표현한다. 초벌과 2차, 3차에 걸쳐 4시간씩 불 조절을 달리해서 끓이는데,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야 진한 맛이 나온다고 믿는다.
밤, 대추, 잣, 해바라기씨 등이 가득 들어 있는 쌍화탕
연찻집에는 밤, 대추, 잣, 은행, 해바라기씨를 넣은 쌍화탕 외에 호두, 아몬드와 떡을 더 넣어주는 모둠쌍화탕도 있다. 시골에서 재료를 사다가 직접 우려내는 오미자차도 별미다. 오래 앉아 담소하는 손님에게는 오미자차를 서비스로 내주기도 한다. 제철 과일과 떡을 구워내고, 때에 따라 한과와 땅콩을 준비하기도 한다. 예약제로 만드는 연잎밥도 있고,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어 끓인 모주도 판매한다. 모두랑, 인사동뿐만 아니라 연찻집도 식품 제조 허가를 받아 택배 주문을 받는다. 레토르트 제품이라 집에서도 작은 뚝배기에 데워 먹으면 쌍화탕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 09:00~23:00, 연중무휴. 쌍화탕 7,000원, 대추탕 7,000원, 오미자차 6,000원.
[왼쪽/오른쪽]쌍화탕에 담백한 가래떡이 잘 어울린다. / 고풍스러운 느낌이 편안한 연찻집 실내
여행정보
모두랑
주소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140-5
문의 : 063-531-9635
인사동
주소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140-3
문의 : 063-532-7742
연
주소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166
문의 : 063-532-6262
1.주변 여행지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571 일원 / 063-539-6170
정읍 내장산 관광특구 : 정읍시 내장지구, 용산지구 / 정읍시청 관광산업과 063-539-5193
칠보물테마유원지 : 정읍시 칠보면 칠보산로 1555 / 063-538-9388
2.숙소
호텔그린토피아 : 정읍시 내장산로 933-11 / 063-538-5656 / 굿스테이
정읍 안진사고택 : 정읍시 정읍사로 150-25 / 063-535-9461
세르빌호텔 : 정읍시 내장산로 937 / 063-538-9487 / 굿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