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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설립을 바라보며:
현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김윤배 (독도수호대 운영위원)
지난 7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고증 자료나 대응논리 면에서 앞서면서도 체계적인 자료 활용과 정보총괄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 정책조정, 홍보를 총괄할 기구가 필요하다"며 연구소 설립을 지시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검토없이 단지 명목상으로 독도 총괄조직으로서 독도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현안에 대한 국민 눈속임이며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이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결여된 논의이다. 동북아 역사재단의 독도연구소 소장 공고문에 따르면 연구소장은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갖는 연구직으로 한단다. 대통령이 발언했듯 연구, 정책조정, 홍보를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독도총괄조직으로서 혹은 대통령 직보기능까지 갖게 되는 독도연구소 소장의 모집공고문에 6개월 수습기간이란 단어의 발상은 한마디로 독도현안에 대한 역사의식의 부재이다. 과연 얼마나 경험있고 능력있는 사람이 응모할지 혹은 명실상부한 독도총괄조직으로 사명감 있는 소장을 모셔 올려고 하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게 모집한 독도연구소 소장이 힘있는 상급기관의 노련한 공무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며 명실상부한 독도총괄조직으로서 위상을 갖을지도 심히 의심스럽다.
독도의 연구, 정책조정, 홍보와 관련된 정부 및 주요기관들을 따져보자. 정책행정기관 :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약실 해양법규기획과, 8명),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과), 국토해양부 해양경찰청,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 (해양영토과, 12명),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북지방경찰청, 경상북도 독도수호대책본부, 울릉군 독도관리사업소, 문화재청 해외문화홍보원과 연구기관 : 교육인적자원부 동북아역사재단 (3연구실),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전문연구사업단, 울릉군 독도박물관 등이다. 물론 사실상의 독도현안에 관한 한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외교통상부와 문화재청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수습기간 6개월 연구직의 독도연구소장이 이들을 상대로 얼마나 효율적인 정부정책조정 기능을 감당할 지 의심스럽다.
최근 일본교과서해설서 문제와 더불어 정부내에서는 현재 독도관련 태스크포스(TF)가 3개에 이른다. 국무총리실 산하 ‘독도영토관리대책반’, 외교통상부 ‘독도 TF' 그리고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이다. TF를 구성한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께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킬 때,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하였으며, 외교통상부에는 국제표기명칭 전담대사 직까지 신설했다. 2005년 당시 정부는 국제표기명칭 전담대사 신설에 대해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국제 사회에 확고하게 인식시키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국제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시정도 전담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미국 CIA의 Factbook은 동해를 Sea of Japan 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독도는 국제분쟁지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6년 독도주변해역 한일수로측량 사태가 발생했을때도 정부합동대책반이 발족했다. 하지만 2008년도 여전히 문제는 잠복해 있고 이렇다 할 대응 메뉴얼도 없다.
독도관련 일본교과서해설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독도의 담당부처라고 할 수 있는 국토해양부에서는 이미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14가지 대책(독도관리선건조, 해양생태계 등 모니터링, 독도박물관운영지원, 쓰레기 수거 및 처리 등)을 발표하였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새로운 대책인양 보도하기까지 이르렀다. 2008년도에 총 84억원이 배정되었다. 일본은 2008년에 약 13조 3810억원의 해양관련 예산을 책정하였으며, 그 중 대륙붕 한계 획정을 위한 조사비용만 약 250억원이다. 아직까지 우리정부에서 예산이 증액된다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책임질 것 같지 않는 주장들만 난무하다.
국회도 별 차이는 없는 듯 하다. 16대에 일본역사교과서왜곡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17대에 독도수호 및 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 등이 한시적으로 구성된바 있다. 4~5차례의 정기회를 갖었지만 관계장관들을 출석시켜 현안을 보고받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사실상 빛을 발한 모임은 국회의원의 자발적인 연구단체 모임들이었다. 16대의 독도사랑모임, 17대의 국회바다포럼,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의 활동이 주목할만하다. 자발성과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활발한 세미나와 현장활동 그리고 예산확보까지 여전히 부족하지만 노력이 가상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굳이 요약하자면 1) 관련 부서들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사실상 전무하다 2) 연구 분야(인문-자연)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부족하다 3) 중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이 사실상 전무하다 4) 관련부서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 5) 연구의 결과가 정책결정 혹은 대외홍보에 거의 반영이 되지 않는다. 6) 독도에 대한 대응의 방향이 역사왜곡의 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로 편향되어 있다. 7) 일본의 정책동향이 대한 파악이 미흡하다. 8) 대응의 목표가 일본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9) 민관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갈길은 멀고, 아는것도 별로 없고, 준비도 부족하고, 협조도 안되고, 방향도 잘못되어 있고, 없는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아무일 없이 정년퇴임하기만을 바라는가? 그러하기에는 너와 내가 너무도 중요한 역사의 현장에 서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는 결코 현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조용히 대응하자면서 두손 두발 놓고 있었던 혹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한낱 일본 우익집단의 주장으로만 치부해 왔던, 내 아내를 자꾸 내 아내라고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면서 일본의 치밀한 국제사회 전략을 놓쳐왔던 지난 수십 년 정부의 총체적인 문제이다. 과연 어느 정치세력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
정권만의 문제인가. 시대와 여건에 따라 사설의 논점이 바뀌고(모 진보진영 신문사의 사설은 과거 신한일어업협정 조속 체결에서 이제는 폐기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독도관련해서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대다수의 신문이 비슷한 내용과 논점으로 깊이 없는 사건위주의 기사로 일관하고, 조금만 주의깊게 찾아보면 금방 드러나는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처음인냥 보도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 심층 분석기사 혹은 연재기사 보다는 비전문가의 추측성 기사를 남발해왔던 언론의 책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모 신문사의 도쿄비망록, 영향력은 작지만 지역 언론사의 심층보도, 모 월간지의 안용복 관련 특집기사 등 현장과 깊이 있게 숨을 쉰 기사들의 노력은 빛났다.
정치세력과 언론만의 문제인가. 연구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문제점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지만 정부가 쥐고 흔들고 있는 연구예산에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현실 또한 뒤돌아봐야 할 문제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을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기에 더더욱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이제는 다양한 통로로 말해주어야 한다. SCI 연구발표로 개인의 연구 실적만을 쌓기에는, 사업언론홍보로 사업실적만을 쌓기에는 연구자의 전문성이 혹은 예측가능한 미래가 걱정되지 않은가?
사안이 터질때마다 참으로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된다. 몇가지 열거해 보자. 독도호텔건립, 동서도 매립, 수십명의 독도주민 상주를 위한 정부예산지원. 만일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혹은 국제법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러하다면 국제법에 의해 한번 따져보자. 비록 필자가 국제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너무도 국내적인 시각에 머무르는 행위가 아닐까 고민스럽다. 문제의 초점은 1)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갖느냐의 문제이며 (섬이냐 암초인가) 2) 우리의 행위가 만일 국제 사법적으로 판단 받을 때 실제 도움이 되는 행위인가 3) 그러한 행위가 우리에게 최선인가 하는 점이다.
기점의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이미 지난 2006년 6월 5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기존의 입장(독도는 암초이다)을 달리하여 EEZ 기점으로서 독도를 확정한바가 있다. 충분히 EEZ의 기점으로서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전의 암초 판단에는 일본을 고려한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또한 독도를 EEZ의 기점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국제해양법학자들은 유엔해양법협약 121조 3항에 의한 섬에 관한 규정이 법규상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언급한다. 두 번째 국제법적으로 판단할 때 실제 도움이 되는 행위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만일 양국이 합의를 전제로 ICJ에 갈 때, 중요한 부분중의 하나가 언제 분쟁이 발생되었는가 하는 결정적 기일(critical date)을 따지며, 그 기일 이후의 국가적 행위는 국제법 판례로 볼 때 사실상 증거자료로서 채택이 되지 못한다. 독도문제에 있어서 다양한 결정적 기일이 대두될 수 있지만 (이 부분도 앞으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 1952년 1월 이승만 대통령의 해양주권선 선언을 현재 많이 거론하는 듯하다. 선언 직후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했기 때문이다. 독도호텔건립, 동서도 매립행위 등이 이러한 시각에서 충분히 비판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대규모적인 매립의 문제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진지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독도의 자연적인 침식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독도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다음세대를 생각할 때 최선의 답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더불어 수십명의 독도주민 상주를 위한 정부예산지원 주장도 제기되는 듯하다. 전국 각지에서 독도에서 거주하겠다는 신청자들이 울릉군 게시판에 글을 남긴다. 그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독도주민의 상주는 현재 진행중이다. 더 많이 거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건인지 분명 따져봐야 한다. 김성도 선장 부부를 비롯하여 4명이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김성도 김신열 부부는 지난 1991년 11월 독도로 주민등록지를 옮긴 이래 독도에 거주해왔다. 정확히는 정부의 탁상공론적 행정에 따른 서도 선가장 문제로 1997~2005년 사이에는 사실상 거주하지 않았다. 현재는 경상북도로부터 월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거주하고 있다. 필자는 3일 동안 김성도 선장 부부와 거주하면서 독도거주가 결코 애국심만으로는 지켜지지 않음을 여실히 느꼈다. 밤이면 주먹만한 날카로운 돌이 언제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 장비운용과 기상악화 문제 때문에 안전사고 문제도 도사린다. 해수담수화 시설의 구비로 물 문제가 부족하나마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식수문제가 남아있다. 발전기 사용에 따른 기름 문제도 큰 골칫거리이다. 울릉도 - 독도를 오고가는 선편으로 식수, 식량, 기름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기상악화로 며칠 지원이 끊기면 독도경비대로부터 임시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울릉도로부터 지속적인 보급품이 필요하다. 독도주민을 더 늘리기 위해 건축물을 더 짓기보다 오히려 현재의 독도주민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시스템 혹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 검토없이 진정성 없는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올바른 대안인지 이제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갈길은 멀고, 아는것도 별로 없고, 준비도 부족하고, 협조도 안되고, 방향도 잘못되어 있고, 없는 예산만 낭비하고, 들을려고도 하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일본이 독도문제를 주장하는 배경 혹은 우리의 올바른 대안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첫댓글 왜 역사는 늘 우리에게 이런 아픔과 이런 과오를 남기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