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는 안 돌릴래요~
주부 김모(42·서울 서대문구)씨는 냉동실에 한 달째 쌓여 있는시루떡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15년 전세살이 끝에 아파트를 장만한 김씨가 새 이웃들에게 돌리려 장만한 이사 떡이다. "아, 이사 오셨어요? 어머, 잘 먹을게요!" 그런 살가운 반응을 기대한 게 착각이었다. 이사 온 날 저녁 떡을 돌리는 데 문을 열어 반겨준 이웃은 딱 한 집. 다른 집들 앞에선 문밖에 선 채 불청객 취 급을 당했다.
안에서 분명 인기척이 났는데 "이사 와서 인사드리러 왔다" 고 하면 아무런 반응 이 없는 집들도 있었다. 위층 여성은 벨 소리에 잠자던 아기가 깼다며 문도 열지 않은 채 소리를 질렀다. "딸 재운 지 30분도 안 됐는데 벨을 누르면 어떡해요? 문앞에 두고 가세요!" 김씨는 "내 집을 마련했다는 들뜬 기분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장모(여·46)씨도 "이사 떡을 돌려보니 수상한 사람 취급만 안 받아도 감지덕지더라" 고 했다. 떡을 받고 고마워한사람은 경비 아저씨뿐이었다. 아래층 할머니는 떡을 돌린 그날 저녁에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인터폰으로 항의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이사 떡이 천덕 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이사 온 날 떡을 돌리는 모습은 점차 희귀한 풍경이 돼가고 있다. 아파트 경비 27년차 임홍순(71)씨는 "지난해 70가구가 이사를 왔는데 떡 을 돌린 건 딱 두 집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2014. 03.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