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리포트_영어영문학과 20164599 김민채.docx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를 읽고 –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
영어영문학과 20164599 김민채
어떤
책을 읽고 리포트를 쓰면 좋을지 집에 있던 조선시대, 조선사와 관련된 책들을 모아놓고 제목과 뒷표지의
책 소개 등을 살펴보던 중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가지고 있던 다른 책들은 대부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거나 조선왕조만의 사건들을 다룬 반면, 이 책은 그것에 더불어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나 조선사 전반에 대한 일들을 다루고 있어 보다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정보를 나열해서 전달하는 형식의 책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저자의 생각도 덧붙여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신봉승은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이 책을 비롯해 『조선왕조 500년』
등 조선 역사를 기반으로 한 여러 책들과 역사 소설을 집필했다. 또한 사극 전문 시나리오 작가로 동명의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드라마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극본도 다수 제작하며 70~90년대에 필명을 떨쳤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역사를 올바르게 아는 것의 중요성과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배우고 현대를 보다 지혜롭게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그에 따라 이 책은 하나의 구체적인 주제가 있다거나 각 장들이 서로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배울 점이 있을만한 사건들을 선정하여 역사의 공식적인 기록과, 더불어 그 뒷이야기까지 서술해놓았다. 그 소주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여성들의 삶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던 두 챕터, ‘동성애(同性愛) 그리고 여인들의 삶’과
‘심양에서 돌아온 환향녀(還鄕女)’였다. 조선시대의 동성애라는 주제는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고, 환향녀 또한 후에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어 사용되면서 여성들이 겪은 차별과 고통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제들에 대해 더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동성애(同性愛) 그리고
여인들의 삶’에서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궐내에서 일어난 동성애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흔히 들어본 적이 없는 주제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여성에 의해 쓰여진, 여성의 삶을 묘사하는
작품의 대표작으로는 『계축일기』, 『인현왕후전』, 그리고 『한중록』이 있다. 그 내용이나
필체는 자세하고 아름답지만, 왕실 권력관계에서 한 쪽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주로 권선징악이나
미덕에 관한 이야기이며 왕실이 아닌 보편적인 여성들의 삶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먼저 언급하는 것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이름이다. 조선시대 여성들도 분명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들, 특히 양반가의 여성들에게는 이름 대신 불려지는 호칭이 많았고,
족보에도 딸 대신 사위의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에 실제 이름이 사용되는 일이 적었다. 또한
상민 여성들 중에는 순우리말로 된 이름이 많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질병이나 악운을 막기 위한 개똥이, 소똥이 등의 이름 외에도 구슬, 보배, 장미 등 예쁜 이름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순우리말 이름들은 실록
등 공적인 문서에 기록될 때는 음가를 한문으로 변환해서 사용했다. 다음으로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였다. 조선시대는 여성들에게 강력한 규범이 강요된 시대였다. 『내훈』과 같은 여성
규범 지침서들은 여성들이 가족과 결혼을 중요시하고 효친과 절개 등의 덕목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들로 인해 새로운 ‘여성상’이 확립되었고 조선시대
여성들에게는 특정한 행동이나 자질이 강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에도 이 규범을 벗어난,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면 파격적인 행동을 한 여성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감동과 어우동이다. 둘은 양반가에서 태어나고 결혼했지만 수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맺었다. 감동은 여러 사대부나 명문가 자제들과 관계하였고, 어우동은 근친상간을
하거나 남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문종의 빈궁 봉씨는
소쌍이라는 무수리와 동성연애를 하였고, 이 외에도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궐내의 상궁이나 무수리들이 서로
동성연애를 한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고,
이들은 결국에는 모두 당시의 규범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당시 여성들에게 강요된 규범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칠거지악이다. 칠거지악은 불순구고, 무자, 음행, 질투, 악질, 구설, 도절로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받을
수 있는 사유가 되었다. 하지만 삼불거라는 것도 존재했는데, 칠거지악에
해당되더라도 결혼 후 부귀해졌을 경우, 부모의 삼년상을 함께 치렀을 경우, 버림받은 후 갈 곳이 없을 경우에는 아내를 내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묘비에 쓰이는 ‘학생부군’과 ‘유인’을 언급하며 직업의 다양성이나 여성의 지위가 달라진 현대에는
묘비에도 다른 직위나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장을 마무리한다.
‘심양에서
돌아온 환향녀(還鄕女)’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시 여성들의 위치나 타국에서 볼모로 생활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후에도 외면 받아야 했던
여성들의 현실을 되새겨주었다. 청과 병자호란을 치르던 조선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을 상황에
이르고, 남한산성에 머무르던 인조는 결국 항복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나온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흔히 ‘삼전도의 굴욕’으로 알려진 항복을 하고, 삼전도비가 세워진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청은 조선에 많은 것을 요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세자 내외와 대군 내외를 인질로 청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때 그들 외에도 신하들, 상궁들, 양반이나 선비 등 많은 조선인들이 청으로 끌려갔다. 그 총 인원은 60여 만 명에 달했는데, 그 중 많은 수가 규중처녀나 사대부가의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소현세자를
비롯해 인질로 청에 간 사람들은 청나라의 첫 도성인 심양성에서 살게 된다. 조국을 떠나 먼 나라에서
온갖 고생을 한 조선인들은, 소현세자와 최명길의 노력 끝에 드디어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 헤어진 가족과
친지들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심양에서 조선에 돌아온 이후에도 기혼여성들은
갈 곳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 절개가 여성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여겨지던 시대에서, 그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전쟁의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대부가에서는 돌아온 처첩들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나라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으로 쓰인 ‘환향녀’라는 단어도 갈수록 ‘화냥년’이라고
변형되고 와전되어 멸시와 조롱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이에 갈 곳이 없어진 여성들은 죽어가기 시작했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도 많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명길은
각 고을마다 강을 지정하고, 정해진 날에 그 강에서 몸을 씻는 여성은 심신을 모두 닦은 것으로 인정하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인조는 이를 받아들여 이와 함께 이렇게 한 후에도
환향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집안은 국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교지를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시에
당장 청에서 돌아온 여성들이 갈 곳을 잃고 목숨마저 버리는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하였지만, ‘화냥년’이라는 말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시선이 담긴 채 계속 전해져 내려왔다.
이렇게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를 읽으며
우리가 흔히 아는 조선왕조사의 큰 사건들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여러 이야기나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삶에 대하여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위에 언급한 두 챕터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전반적인
삶이나 그들에게 요구되었던 덕목이나 규범, 나아가 동성애나 환향녀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당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에 더불어 더 깊은 배경 이야기를
배운 것은 물론이고,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물론
이 책 자체가 쓰인 지도 오래되기도 했고, 저자의 견해나 주장이 너무 강하게 들어간 부분들이 있어서
그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예를 들어 저자는 칠거지악에 반해 삼불거라는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것이 무조건 남존여비 사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여성들이 버림받은 사례보다는 이론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설령 그것이 정말 이론뿐이었다고 해도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이혼당할
수 있는 사유들이 존재했으며, 거기에 ‘자식을 낳지 못한다’ 등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흔히 대두되지 않는 주제들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병자호란이라는 사건 뒤에는 환향녀들의 고통이 있었으며, 조선시대 궁궐 안에서도 불륜과
동성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현대에도 여성들의 지위나 성차별, 동성애
등은 여전히 회자되는, 요즘 들어서는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 조선시대든 현재이든 그 외적 상황이 달라졌을 뿐, 끊임없이 화두가 되는
문제들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와 현재의 일을 비교하고
배워서 보다 발전된 현재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신봉승,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 답게,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