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출신으로, 러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와일드베리스'를 창업한 타티아나 김(이하 타티아나)이 우여곡절 끝에 남편과 이혼했다. 그녀가 바칼추크라는 남편 성을 버리고 김씨 성을 되찾은 지 3개월여 만이다.
베도모스티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사벨로프스키 법원은 10일 타티아나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남편 블라디슬라프 바칼추크(이하 바칼추크)와의 이혼을 허락했다. 미성년 아이들 양육권도 타티아나에게 인정됐다.
타티아나 김/사진출처:인스타그램
그녀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법원이 이혼을 승인했다"며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고 전했고, 바칼추크도 "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라는 러시아 가수 발레리 키펠로프의 노랫말을 포스팅했다.
이 부부의 이혼 소송이 현지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타티아나가 러시아 여성 최고 부자이고, 이혼으로 가는 과정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는 등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이목은 오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재산분할 소송에 또 쏠릴 전망이다. 바칼추크는 러시아의 가족법에 규정된 대로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의 절반을 주장했고, 타티아나는 "턱도 없는 소리"라고 맞서고 있다.
타티아나는 휴직 중이던 2004년 인터넷으로 신발을 파는 쇼핑몰 와일드베리스를 창업한 뒤 10여년 만에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웠다. 그 과정에는 IT 전문가인 남편이 기여한 공도 적지 않았다.
타티아나는 자신의 돈으로 사업(와일드베리스)을 시작했고, 남편은 불과 몇 년 전에 지분 1%를 지닌 공동 소유주가 됐다고 주장한다. 일부 변호사는 "이것은 재산 분할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영향을 미쳐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합의다. 타티아나가 기업을 계속 소유하고, 바칼추크(남편)은 자신의 지분 가치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큰 돈이 걸려 있는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합의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다정했던 부부 시절 바칼추크와 타티아나 김/사진출처:페이스북
22년간 지속된 결혼 생활이 깨진 것은 사업의 방향성에 관한 의견 충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와일드베리스가 인터넷 쇼핑몰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최대 옥외광고 업체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하기로 했는데, 바칼추크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 특히 체첸 출신의 바칼추크가 체첸자치공화국 대통령인 람잔 카디로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카디로프는 와일드베리스와 루스 아웃도어의 합병을 '적대적 M&A'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타티아나는 이혼 소송으로 맞섰다.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혼 소송이 제기된 지 두달 만인 지난해 9월 모스크바 크렘린 맞은편에 있는 와일드베리스 사옥(로마노프 드보르 비즈니스 센터,(в бизнес-центре «Романов двор»)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바칼추크가 "아내와 협상하기로 했다"며 건장한 남성들을 데리고 건물을 진입하려다 와일드베리스 경비원들과 충돌, 총격전으로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와일드베리스 사옥 충돌 장면/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타티아나는 그해 10월 남편의 성 바칼추크에서 본래 성인 김을 되찾았다. 바칼추크는 즉시항고하는 한편, 이혼 소송의 일환으로 부부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을 절반으로 나눌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함께 살아온 아파트의 지분도 나눠달라고 했고,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양육권도 요구했다.
이혼 소송은 1월 중순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10일 법원이 이혼을 승인하면서 타티아나의 승리로 끝났다. 남은 것은 역시 재산 분할 싸움이다. 바칼추크는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하고, 타티아나는 '와일드베리스'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성장했으며, 동등한 지분으로 분할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원은 타티아나의 주장에 일단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포브스에 따르면 타티아나는 72억달러(약 10조5천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해 2024년에도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1위 자리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