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왕성 폭포 ‘25.7/3 >
골동품이 사는 집
세탁기가 고장 난 것은 아니지만 배수 호스가 다 삭아 떨어져 나가서 인터넷으로 서비스 신청을 했는데 기사가 와서 보더니 놀란다.
“세상에, 이게 언제 거예요? 아직도 이런 세탁기 쓰는 집 처음 봐요. 배수 호스니까 망정이지 기계 자체가 고장이라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수리할 수 없습니다.”
“알아요. 그런데 고장이 나야 고치든 새 제품을 구입하든 하지요.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데 버리고 새 제품 살 수는 없잖아요.”
가만 계산해보니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도 대략 2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탈수기가 따로 분리된 세탁기 쓰다가 통돌이(맞는 말인가?) 세탁기 나오면서 구입한 초창기 제품이니 말이다.
서비스 기사는 세탁기뿐만 아니라 우리 집의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등등을 보고도 입이 떡 벌어지도록 놀란다.
“놀랍네요. 이렇게 오래 된 제품 쓰는 집 없어요.”
말인즉슨 거의 골동품 수준이라는 얘기다.
거기에 대한 대꾸는,
“고장이 나야 말이죠.”이고,
기사는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죠. 고장 안 나면 쓰는 데까지 써야죠.” 한다.
우리 집 전자품은 거의 한 회사, LG 제품들이다. (LG서 이 글 보면 홍보료 주지 않으려나? ㅋㅋ) 선풍기까지도 LG 제품인데 그 역시 아주 오래 돼서 덜덜거리는데도 이상 없이 잘만 돌아간다. 이상하게도 다른 회사 제품은 우리 집에 맞지 않는 것 같고 LG 제품은 우리 집과 잘 맞는 거 같다. 그래서 부모님 품을 떠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집스럽게 전자제품은 LG로 통일해 사용해왔다. 단 하나 컴퓨터만은 (크로버 수동 타자기에서 금성 전동 타자기 다음으로) 처음에 대우 워드 프로세서를 쓰게 되다보니 대우 컴퓨터를 쓰다가 삼보 컴퓨터를 몇 대 해먹었는데 이놈의 컴퓨터는 몇 년 가지 않는 것이어서 작년에는 LG 컴퓨터로 바꿨다. 작년에 바꾼 것이니 아직 뭐라 할 만 한 입장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아직까지 이상은 없고, 요놈 역시 골동품 소리를 듣도록 오래 썼으면 좋겠다.
그런데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아직도 멀쩡하지만 바꿔야 될 게 있다. 몇 달 전부터 구입을 할까, 할까, 하다가 다음 달에, 다음 달에, 하며 미루고 있는 그것은 바로 TV…….
TV도 고장 날 때까지 그냥 버텨……? -_-;;
우리 집은 꼭 필요치 않은 이상 망가질 때까지 쓰자, 주의인데... ♧
여담: 대우 워드프로세서 ‘르모3’를 구입하게 된 동기는 당시 문인들을 쫓아다니며 그것을 판매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내 집까지 먼 길이었음에도 몇 번씩 찾아와 이문열 씨도 팔아주고, 박완서 씨도 팔아줬다면서 한 대 팔아 달라고 조르는데다가 마침 내가 일간신문에 연재소설을 쓰던 중이어서 구입하게 됐다. 당시 120만 원인가 줬으니 상당히 고가였다. 그런데 그걸 구입하고 나자 그 다음에는 대우 팩시밀리 한 대를 들고 와서 돈은 나중에 계산해줘도 좋고 정 안되겠다면 반품해도 좋다며 덜컥 놓고 가는 바람에 ‘어차피 필요한 것이니 사자’ 해서 며칠 뒤 오라고 하여 값을 지불해 줬다. 당시 60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메일이 없던 당시 신문사 등에 원고를 보내려면 우편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신문 연재를 하면서 그 팩시밀리를 요긴하게 잘 쓰긴 했다. 그런데 요게 결함이 좀 있었는지 고장을 잘 일으켜 몇 번이나 수리를 받아야 했다. 지금은 이 메일을 이용하기 때문에 팩시밀리를 쓸 일이 없어 상자에 넣어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워드프로세서도 고장은 없었지만 컴퓨터를 사면서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는데, 언젠가 집안 정리를 하면서 작동을 시켜보니 완벽한 구동력을 보였다. 금성 전동 타자기도 마찬가지. 여전히 완벽한 구동력을 보이고, 거기에 쓰이는 소모품들도 꽤 많은 양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수동 타자기는 소모품이래야 먹끈 정도인데 수년 전 아주 오래 된 문방구점에서 몇 개만 남아 먼지를 듬뿍 뒤집어쓰고 있던 그 먹끈을 구입해다 놓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제는 쓸 일이 없는 그 수동 타자기 먹끈을 구입해다 놓은 것일까?
이종을 3번치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
댕댕이들 너무 얌전함
첫댓글
그러니요
세탁기를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가 없을 수도 있지요
이 더운데 치악산을 종주하셨나 봅니다
네 오늘은 많이 늦은 들문이시군요.
오늘도 건강유의하시고 행복하신
목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운
그러니요
새벽에 잠이 깨서 다시 누우면 늦잠자요
잠이 보약인데
잠만 잘 자도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잘 사입시다
더위 조심 하셔요
@양떼 네 할일이 없어도 소일거리를 찾으시고 가능한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합니다.
와~~👍🏻👍🏻
오늘이네요~
저는 22년도 외설악산
육담폭포 ▶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탐방하고 죽는 줄 알았답니다.
마지막 코스 토왕성폭포 올라가는 계단이 죽음의 계단이었어요~
이제 무릎 건강 챙겨야 해서 산을 안 타려고 합니다~ㅎㅎ
ㅎㅎ 행운 님은 홍길동 같으세요~🙇🏻♀️
감사합니다~🙇🏻♀️🍉
네 이곳 설악은 요즘이 해가 길어서
입산하기엔 적기여서 오가는 산향인들로
주말엔 붐벼서 평일 야밤에 가서 이른새벽
산행후 귀가하곤 한답니다